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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김학의 '성접대' 의혹

“위법하나 정당성 인정” 김학의 출국금지, 무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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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규원 검사와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차규근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15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법원은 이날 1심 선고공판에서 이 검사와 이 전 민정비서관, 차 전 연구위원이 2019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을 금지한 것은 재수사가 기정사실화한 사람의 도피를 긴급하게 막았을 뿐 직권남용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다만 이 검사의 자격모용 공문서 작성·행사, 공용서류 은닉 등 일부 혐의만 유죄로 판단하면서 징역 4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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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긴급 출국금지’를 두고 1심 법원은 15일 “위법했으나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에 넘겨진 이규원 검사 등이 법률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김 전 차관의 출국을 금지했지만, 국민적 의혹이 불거져 있던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일이었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옥곤)는 김 전 차관의 긴급 출국금지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이 검사,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김학의 사건의 재수사가 임박한 상황에서 수사 대상자가 될 것이 확실한 김학의의 출국 시도를 저지한 건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출국을 용인했을 경우 재수사가 난항에 빠져 검찰 과거사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해소되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이란 점에서 필요성과 상당성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당시 김 전 차관의 구체적 범죄 혐의가 밝혀지지 않아 일부 법률상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해도 출국금지 이후 김 전 차관이 구속기소된 사정을 고려하면 무고한 일반인의 출국을 저지한 경우와는 달리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검사 등에게 직권남용 등 범죄를 저지를 고의성도 없었다고 판단했다. 당시 김 전 차관은 ‘긴급’이 아닌 ‘일반’ 출국금지도 가능한 대상이었는데, 이 검사 등이 긴박한 상황에서 법령 해석을 잘못해 긴급 출금조치를 택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긴급 출국금지는 축적된 선례가 없어 법조인 사이에서도 법률상 요건을 두고 다양한 견해가 혼재하는 점, 피고인들이 개인적 이익을 위해 한 행동이라고 볼 수 없는 점도 고려했다고 했다.

핵심 쟁점이었던 출국금지 조치 외에도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 대부분에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은 이 검사가 긴급 출금 보고서에 ‘김학의가 윤중천으로부터 수천만원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허위 사실을 적은 점, 긴급 출금 심사결정서에 피의자로 ‘김학의’를 적은 행위 등이 허위공문서 작성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으나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보고서에 적은 내용은 ‘사실관계’라기보다 수사기관의 ‘판단’에 가깝고,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금 요청으로 사실상 수사에 착수한 이상 그의 이름을 피의자 인적사항에 적은 것도 허위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이 검사가 긴급 출금 승인요청서에 서울동부지검장 대리인 자격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자격모용공문서작성), 출금 관련 서류를 주거지에 가져간 혐의(공용서류은닉)만 유죄로 인정됐다.

경향신문

이성윤 전 서울고검장이 15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2.15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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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출금 수사를 막으려 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재판에 넘겨진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도 이날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연구위원이 안양지청 검사들에게 위법·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게 아닌가 의심이 든다면서도, 여러 사정을 종합해보면 그가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의 직권을 남용해 수사를 막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안양지청이 이규원 검사에 대한 수사 진행을 하지 못한 것은 이 연구위원의 행위 외에도 윤대진 전 검찰국장의 두 차례 전화 연락, 출입국본부 직원 조사에 대한 법무부의 경위 파악 지시, 반부패강력부와 안양지청 사이 의사소통 부재, 안양지청 지휘부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수사 중단 결정 등이 경합해 발생한 결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특히 윤 전 국장이 전화한 일은 반부패강력부 관계자들의 전화와 달리 이 검사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지 말라는 취지를 포함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더 직접적인 압력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윤 전 국장은 안양지청장에 전화를 걸어 ‘긴급 출금은 법무부와 대검 사이 이야기가 다 되어 이뤄진 일이니 문제 삼지 말아달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터다. 공수처는 지난달 윤 전 국장과 조국 당시 민정수석,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 등의 수사외압 의혹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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