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긴박한 상황… 필요성 인정”
‘수사 외압 의혹’ 이성윤도 무죄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옥곤)는 15일 일명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에 연루된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이규원 검사, 차규근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이 검사가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 승인요청서를 허위로 작성(자격모용 공문서 작성·행사)하고 이를 거주지에 보관한 혐의(공용서류 은닉)에 대해서만 유죄로 판단해 징역 4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이 전 비서관과 이 검사, 차 전 연구위원은 2019년 3월22일 김 전 차관이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하려 하자 이를 불법으로 금지한 혐의로 2021년 4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규원 검사(맨 앞)와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푸른색 넥타이), 차규근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붉은색 넥타이)이 15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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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우선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가 위법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규원이 수사기관으로서 김학의에게 범죄 혐의가 있다고 보아 실질적으로 수사를 개시하는 행위로 나아간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면서도 “범죄 혐의 상당성 요건을 갖추지 못했단 점에서 위법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김학의의 출국을 용인했을 때 수사가 난항에 빠져 과거사에 대한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기 불가능했던 점에서 출국금지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면서 “매우 긴박한 상황에서 법률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해도 직권남용으로 볼 순 없다”고 판단했다. 이 전 비서관과 차 전 연구위원은 기소된 다른 혐의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검사가 출국금지 요청서에 이미 무혐의 처분된 김 전 차관의 사건번호(2013형제65889호)를 기재하고 관련 서류를 집에 보관한 사실은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서울동부지검장이나 차장검사의 승인 없이 지검장 대리인 자격을 모용해 요청서를 작성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인정했고 은닉 혐의에 대해서도 “관련 서류를 모두 주거지로 가져와 서류 소재가 불분명했고 발견을 곤란하게 하거나 불가능하게 했다”고 했다.
같은 재판부는 관련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별도 기소된 이성윤 고검장에게도 이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검찰이 이 사건을 수사하지 못한 것은 윤대진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전화 연락,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와 안양지청 사이의 소통 부재, 안양지청 지휘부의 자의적 판단 등이 종합된 결과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며 “이 고검장의 행위와 수사 방해라는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무죄를 선고받은 이 전 비서관과 차 전 연구위원은 재판 결과를 환영했지만, 이 검사는 유죄 부분에 대해 항소할 뜻을 밝혔다. 사건을 수사한 전 수원지검 수사팀도 “불법 출금과 수사무마 관련 법원의 1심 판결은 증거관계와 법리에 비추어 전반적으로 도저히 수긍할 수 없어 항소를 통해 반드시 시정하겠다”고 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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