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금융권 돈잔치 주범으로 '5대 은행 과점체제'를 지목하고 시장경쟁을 촉진시킬 방안을 마련하라고 금융당국에 주문했다. 금융당국은 신규 은행 인허가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핀테크 활성화 등을 통해 이른바 '메기효과'를 얻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은행 등 금융권 검사를 강화해 대출금리 산정 과정에서 불합리한 점은 없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살필 계획이다.
15일 윤 대통령은 민생경제회의를 주재하면서 은행권의 유효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을 찾으라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은행이 수익이 좋은 시기에 충당금을 충분히 쌓아야 하고 국민과 기업에 더 많이 지원하는 상생금융이 필요하다고 역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은행권 경쟁 촉진을 저해하는 현행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보고했다. 금융위는 올 2분기에 온라인 대환대출 플랫폼, 예금상품 비교·중개 플랫폼을 시행해 은행권 대출금리는 낮추고, 예금금리는 높이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또 올 상반기 예정대로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을 도입하고 하반기에는 스트레스 완충자본 적립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견고한 5대 은행 과점체제를 깨기 위해 네 번째 인터넷은행 허가와 스몰뱅크(강소은행) 육성 등 다양한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TF 논의 등을 거쳐 핀테크 기업을 '분야별 전문은행'으로 편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서민금융 전문은행, 중소기업 금융 전문은행 등 특성화 은행을 허용하는 방안이다. 기존 5대 은행을 긴장시킬 메기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다만 같은 취지로 도입된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 점유율이 여전히 미미하다는 점은 메기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는 대목이다. 게다가 은행업 관련 신규 인허가를 내줄 경우 검증이 미흡한 사업자가 은행업에 진입할 수 있고 금융사고 리스크도 커질 수 있다. 과거 상호신용금고에 '저축은행' 명칭을 허용하며 사업자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결과 '저축은행 사태'가 일어났던 뼈아픈 경험이 있다. 이 경우 기존 은행에 자극을 주기는커녕 불완전판매 등을 비롯한 또 다른 소비자 보호 관련 문제를 노출할 수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은행업에 경쟁을 촉진하도록 현재 다양한 방안을 놓고 고민 중"이라며 "선진국 금융당국들도 은행업 허가는 극도로 제한해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산업자본이 핀테크를 앞세워 은행업에 신규 진출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이에 대해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경쟁 촉진 과제와 금산분리는 전혀 다른 성격"이라며 선을 그은 뒤 "(구체적인) 경쟁 촉진 방안에 대해 금융당국이 TF를 구성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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