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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이슈 김학의 '성접대' 의혹

위법인데 불법 아니라고 본 ‘김학의 긴급출금’…법원 판단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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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출국금지 조치는 “그릇된 선택”

그러나 직권남용죄 처벌 불가 판단

“용인했다면 재수사 난항, 국민적 의혹 해소 불가”

‘일반 출국금지’도 가능한 상황 “고의성도 없어”

법조계선 판결 비판도…“개인적 이익을 요건 만들어”

헤럴드경제

이규원 검사(맨 앞)와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푸른색 넥타이), 차규근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붉은색 넥타이)이 15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법원은 이날 1심 선고공판에서 이 검사와 이 전 민정비서관, 차 전 연구위원이 2019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을 금지한 것은 재수사가 기정사실화한 사람의 도피를 긴급하게 막았을 뿐 직권남용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다만 이 검사의 자격모용 공문서 작성·행사, 공용서류 은닉 등 일부 혐의만 유죄로 판단하면서 징역 4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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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법원이 2019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긴급 출국금지 조치는 위법하나, 관련자들을 직권남용죄로 처벌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당시 긴박한 상황에 비춰 조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옥곤)는 16일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차규근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이규원 검사,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긴급 출국금지 조치가 “법률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그릇된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우선 김 전 차관이 긴급 출국금지 요건인 피의자 신분에는 해당된다고 봤다. 그러나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는 충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조치 당시 김 전 차관에게 뇌물을 제공한 자의 진술이 확보된 상황이었으나 구체적인 장소·일시·금액 등은 확인되지 않은 점, 뇌물수수죄 요건인 직무관련성이나 대가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점을 이유로 들었다.

재판부는 이처럼 위법성을 인정했지만, 주요 혐의인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항공기 이륙 시간을 1시간 30분 남겨둔 긴박한 상황에서 조치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김학의의 출국을 그대로 용인했을 경우 재수사가 난항에 빠져 검찰 과거사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해소되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그 필요성과 상당성도 인정된다”고 했다.

직권남용의 고의성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일반 출국금지’ 방법으로 출국규제를 했다면 위법 논란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잘못은 김학의의 출국 시도를 저지한 것 자체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긴급 출국금지가 법조인에게도 생소한 점도 이유로 들었다. 재판부는 “증인으로 출석한 여러 법조인들이 긴급 출국금지의 법률상 요건 충족 여부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밝힐 정도로 그 법률적인 판단이 쉽지 않은 사안”이라며 “당시 긴박한 상황에서 법률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긴급출국금지를 실행했다고 해 곧바로 ‘직권의 남용’ 또는 ‘직권남용의 고의’를 추단하는 근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결국 긴급 출국금지 조치는 재수사가 임박한 주요 사건 당사자의 해외도피 차단 목적이며, 개인의 청탁 또는 불법 목적을 위한 행위가 아니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선고 직후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을 수사한 수원지검 수사팀은 “불법출금과 수사무마 관련 법원의 1심 판결은 증거관계와 법리에 비춰 전반적으로 도저히 수긍할 수 없어 항소를 통해 반드시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선 절차적 위법을 인정하고도 처벌할 수 없다고 본 재판부의 판단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판사 출신 이현곤 변호사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직권남용죄에서 개인적인 이익이나 불법 이익의 목적은 요건이 아님에도 요건으로 만들어서 무죄를 선고한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dingd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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