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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울음소리 들려도 못 구해”…‘하얀 헬멧’이 전한 시리아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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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시리아 민간구조대 '하얀 헬멧' 대원들이 8일(현지시각) 건물 잔해에서 여자 아이를 구조한 뒤 안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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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서북부를 강타한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4만1000명을 넘어섰다. 골든타임 ‘72시간’을 훌쩍 넘긴 상황이지만 피해지역 곳곳에서는 생존자를 찾기 위한 수색‧구조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비규환이 된 시리아의 상황이 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전해졌다.

시리아 반군 지역 민간구조대 ‘하얀 헬멧’ 소속 대원인 이스마일은 이날 인터뷰에서 “지진이 일어났을 때 우르크코히아 지역의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자고 있었다”며 “일어나자마자 상황을 파악한 후 딸들의 손을 잡고 집 밖으로 도망갔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건물이 무너져 있어서 피해를 입은 이웃들에 대한 구호 작업을 시작했다”며 “이후 사르마다 지역으로 이동해 다른 대원들과 함께 활동했다”고 말했다.

이스마일은 이번 지진으로 건물 500채 정도가 완전히 파괴됐고, 약 1500채는 부분적으로 무너져 내렸으며, 주택 수천채가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되는 등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시리아 북쪽 지역은 내전으로 피난을 떠났던 이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곳이다. 이스마일은 “이쪽에는 기반시설이 없어서 지진으로 인한 피해가 더욱 큰 상황”이라며 “전문적인 수색 장비나 환자를 치료할 전문 장비, 도움을 줄 전문가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살려달라’는 외침이 들리는데도 생존자를 구조하지 못하는 상황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스마일은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는데 정확한 위치를 찾을 장비가 없었다”며 “조용할 때 들리는 아이의 소리를 따라가는 식으로 수색했다”고 했다. 이어 “결국 나중에는 아이를 찾았지만 머리 부상이 심해 결국 숨을 거뒀다”고 했다.

그는 “이런 비슷한 사례가 너무 많았다”며 “울음소리, 신음소리가 들려 대원들이 구조작업에 착수했다가도 소리가 사라지면 찾을 수가 없다. 장비가 없어서 많은 사람을 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스마일은 현재 생존자들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시리아 북쪽은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이라 작은 병원 몇 개밖에 없다. 특히 정형외과는 단 한 곳”이라며 “하얀 헬멧이 구조한 수천 명의 사람들은 골절상을 입었는데, 이들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어 “부상자들은 진통제를 맞고 다시 난민 텐트로 되돌아가야 한다”며 “너무 안타까운 상황이다. 그래서 이들이 지금도 생존자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존자들이 생활할 수 있도록 도움이 필요하다”며 “구호물자와 수색 장비를 지원해달라”고 덧붙였다.

민간 구조대의 정식 명칭은 ‘시리아 민방위대(SCD)’로 흰색 헬멧을 쓰고 활동해 ‘하얀 헬멧’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하얀 헬멧은 2013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구호단체로 시리아 내전 현장을 누비며 11만명 이상의 목숨을 구한 공로로 2016년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김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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