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점 폐해 크다는 윤 발언에···금융당국 "과점 체제 개편하겠다"
허들 높은 은행업 라이선스···금산분리 완화 위한 '밑작업' 관측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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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 중심의 은행업 과점 체제가 수술대에 올랐다. 정부가 은행권이 과점 체제 속 과도한 이자장사를 벌이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세간에서는 신규 주자의 은행업 진입부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자본력 등에서 은행업 허들을 넘어서지 못하고 좌초한 전례도 있었던 만큼 '금산분리 완화' 기조 속 거대 기업들의 은행업 진출 경로가 만들어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16일 금융업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산업의 과점 체제에 따른 폐해 지적에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밑작업 준비로 분주하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내달부터는 내부통제 강화와 지배구조 개선 TF를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은 한발 더 나아가 국내 5대 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를 완전경쟁 체제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서민금융에 대한 지원을 넓히고 가능한 한 많은 이익이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방향을 재정비하겠다는 것이 정부가 밝힌 공식적인 개편 취지다. 현재의 5대 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는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과 합종연횡을 거쳐 만들어졌다. 정부는 독과점에 따른 우월적 지위로 이자 이익을 과도하게 키웠고, 완전경쟁체제 도입으로 이 같은 행태를 뒤집겠다는 구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발언 이후) 많은 TF가 쏟아지고 있지만, 아직 모두 출범 계획 중인 단계"라며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좀 더 정확한 방향성을 잡고 있는 단계로, 결국 내부통제·지배구조 개선·과점 체제 개편 모두 한 정책 줄기 안에서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우선 경쟁 체제를 유인할 '메기'를 끌어들인다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목표에는 큰 이견이 없고, 어떻게 도입할지에 대한 방법의 문제"라면서 "스몰라이선스와 같이 업무를 쪼개서 라이선스를 허용하게 하면 경쟁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 겸영·부수 등의 특별 인허가를 통해 잠재적 경쟁자를 늘릴 수 있다면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세간에선 기존 인터넷전문은행들도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새롭게 은행업을 영위할 만한 자본력을 가진 곳이 국내에서 얼마나 되겠느냐는 시각이다. 지난 수년간 진행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과정에서도 볼 수 있듯이 진입 문턱이 높은 은행업 라이선스를 취득하기 위한 자본력 등 조건을 갖춘 곳들이 많지 않았다.
은행업 인가를 위한 최소 자본금은 1000억원이다. 하지만 이는 최소한의 요건일 뿐, 까다로운 건전성 규제 등을 모두 통과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기업들은 많지 않다. 투자 유치도 어렵다. 현행법상 비금융주력자의 은행 지분 소유 제한을 4%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과거 인터넷은행 설립 당시에도 요건을 갖추지 못한 곳들의 라이선스 신청이 거절돼 인터넷은행 설립 시도가 무산되는 등 지지부진했던 흐름을 보인 사례도 있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가 은행업 완전경쟁 체제 카드를 꺼내든 배경을 두고 금융당국이 지난해부터 강조해오고 있는 '금산분리 완화'와 연관될 수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금융과 산업 자본이 서로 과도하게 침범할 수 없는 현 금산분리 구조하에서는 경쟁력 있는 새 주자가 등장하기 어려운 만큼 '메기'의 진입 문턱을 낮추기 위해 금산분리를 완화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 1차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열고 금산분리 완화를 주요 과제로 논의했고 올해 상반기 중으로 금산분리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다.
결국 어려운 은행업으로의 진입 여건을 충족할 만한 곳은 금산분리 완화를 통해 덩치가 큰 국내 유수의 대기업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산분리가 완화되고 기업들에 은행업으로 진입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면 얼마든지 들어올 수 있지 않겠나"라면서 "사실 휴대폰 시장을 비롯해 은행보다 더욱 독과점적인 산업군도 얼마든지 있다. (은행업을) 완전경쟁시장으로 만든 이후 재차 독과점 시장이 형성된다면 누구를 탓하겠나"라고 지적했다.
아주경제=박성준 기자 psj@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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