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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한일 외교장관, 뮌헨서 강제징용 해법 집중 논의… 박진 “日측에 정치적 결단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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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 외교부 장관이 18일(현지 시간) 독일 뮌헨에서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과 한일외교장관 회담을 열고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문제에 대한 일본의 정치적 결단을 촉구했다. 배상 책임이 있는 일본 전범 기업(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의 기여와 사죄 부분 등에서 일본이 ‘성의 있는 호응 조치’를 내놓으라고 강력히 주문한 것이다. 양국이 고위급 연쇄회담에도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상반기 내에 현안 해결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동아일보

    뮌헨 안보회의 참석차 독일을 방문 중인 박진 외교부 장관이 18일(현지시간) 오후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왼쪽)과 한일 외교장관 회담 전 악수를 나누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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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 “기시다 총리가 판단해야”

    뮌헨안보회의(MSC)에 참석한 박 장관과 하야시 외무상은 이날 오후 회의장에 마련된 별도 공간에서 약 35분간 회담을 개최했다. 회담에 배석한 외교부 당국자는 “모두발언 없이 곧바로 강제징용 문제만 집중적으로 논의했다”며 “핵심 쟁점에 대해서 솔직하고 진지한 의견을 교환했고 (문제 해결에 대한) 양국의 정치적 결단, 정치적 의지를 표명해야 하는 시기인 만큼 우리 관심사에 대해서 일측 정치적 결단 촉구하는 내용을 무게감 있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박 장관도 회담 직후 취재진과 만나 “솔직한 대화를 통해 입장을 서로 이해했기 때문에 이제 정치적 결단만 필요한 상황”이라며 “(일본 측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에게 입장을 전하고 거기서 판단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관이 이처럼 직접 상대국에 정치적 결단을 내리라고 압박하는 배경에는 우리 정부가 강제징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할 만큼 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깔려 있다. 또한 합의에 이르기까지 국장급, 고위급 대화가 수시로 이뤄져야 하지만 회담이 별다른 성과 없이 마냥 공전(空轉)하도록 둘 순 없다는 단호한 의지도 엿보인다. 박 장관이 일본 정상을 최종 판단자로 지목한 것도 속도감 있는 문제 해결을 위한 정면돌파성 발언으로 읽힌다.

    하지만 말처럼 결단을 내리기는 여러모로 쉽지 않다. 지지율이 낮은 기시다 총리가 정치적 부담을 안고 한국의 요구를 100% 수용할 가능성이 적고, 한국 역시 국내 여론과 피해자들의 반응을 염두에 두면 정부가 자의적으로 전범 기업의 배상을 선뜻 포기하거나 양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조속한 문제 해결’을 내세우면서도 일종의 타임라인이 있느냐는 질문에 거듭 “시한을 정해두고 협상에 임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다.

    동아일보

    18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35분 간의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양측은 핵심 쟁점에 대해서 솔직하고 진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외교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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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각급 대화로 ‘핑퐁’에 피로도 높아질 수도

    지난해 9월 유엔에서 만난 지 5개월 만에 이뤄진 이번 장관 대면회담은 정부가 ‘제3자 변제안’을 공개하고 해법 모색을 위한 고위급 대화방침을 밝힌 이래 13일 미국 워싱턴 한일차관회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고위급 회담이다. 제3자 변제안은 정부 산하 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기금을 조성해 피해자들의 배상금을 대신 변제하는 방식이다. 우리 정부는 이러한 방식과 함께 전범 기업들이 금전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촉구하고 있지만 일본은 선뜻 응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양국이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의 과거 반성 의지를 재확인하는 방향으로 이견을 좁힌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본 측이 사과 주체와 방식을 밝힌 바는 없다.

    외교부 당국자는 “그동안 국장급을 비롯한 실무급과 차관급 회담에서 좁혀진 부분들과 현재 상황을 확인하는 자리였다”며 “여전히 남은 쟁점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오늘은 외교수장이 우리 측 입장을 솔직하게 전달한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관이 한 번 만나 끝나는 회담이 아니라 회담 결과가 본국에 보고된 뒤 지침을 토대로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계속 각급에서 협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만간 실무급 대화를 개최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공을 각급으로 넘기는 일이 잦아지면 대화를 위한 대화가 계속돼 문제 자체에 대한 피로도를 높일 수 있어 또 다른 우려를 자아낸다.

    ● 일본도 피해자, 가족 입장 보도에 관심

    일본의 태도 변화만큼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들을 설득하는 큰 산도 넘어야 한다. 피해자 뿐 아니라 유족들의 고령화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최대한 많은 유족을 만나 의견을 경청하고 청취하려는 것도 이들의 협조 없이는 문제가 수월하게 해결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된다.

    유족들마다 배상에 대해 조금씩 입장이 다르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정부는 1:1 설득에 더울 매진하고 있다. 이번 장관급 회담을 전후로 일본 측도 피해자나 유족 입장 등 한국 내 동향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정부가 감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경우 일본도 배상 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어 주목하는 것으로 보인다.

    뮌헨=신나리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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