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콥 할그렌 스웨덴 국제문제연구소(UI) 소장 인터뷰
야콥 할그렌 스웨덴 스톡홀름의 국제문제연구소(UI) 소장이 3일(현지시각) <한겨레>와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인터뷰 화면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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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은 유럽의 안보 지형을 흔들었다. 200년 동안 비동맹의 길을 걸어온 스웨덴이 지난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결정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야콥 할그렌 스웨덴 국제문제연구소(UI) 소장으로부터 스웨덴이 바라보는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변화한 유럽의 안보 상황에 대해 들어봤다. 할그렌 소장은 스웨덴 군축 및 비확산 대사, 주한스웨덴 대사 등으로 일한 바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스웨덴의 안보 인식이 어떻게 바뀌었나.
“(러시아의 침공은) 국제 규범, 질서에 대한 믿음을 크게 위반한 행위였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기꺼이 죽일 의지를 보이고, 심지어 자국민(러시아인)이 목숨을 잃는 것에 대해서도 개의치 않는다. 정말 놀랐다. 러시아가 인간 생명을 아무렇지 않게 여긴다는 것을 보여줬고 두려움과 분노를 일으켰다.
2021년 12월17일부터 러시아가 서방에 ‘나토는 더는 확장해서는 안 된다’, ‘나토 회원이 아닌 국가들은 나토와 군사 훈련을 해선 안 된다’, ‘비회원국들이 나토 회원국이 돼선 안 된다’라는 취지의 편지를 보냈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약 70년 동안 이어져 온 질서가 더는 적용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들은 ‘(서방이) 스스로 안보 정책을 선택할 수 없다’고 했다. 나쁜 신호였다. 하지만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이 메시지가 러시아가 이웃 나라를 무력으로 침공할 용의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지 상상하지 못했다.
러시아와 긴 국경을 접한 핀란드가 나토 가입을 결정했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안보 정책에서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우리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스웨덴 의회에서 약 80%가 나토 가입에 찬성했고 60∼65%에 달하는 대다수의 여론이 오늘까지도 지지를 보내고 있다. 2022년 봄, 비동맹에 확고한 지지자였던 사회민주당이 돌아섰고, 보수당, 우파들은 지난 수년 동안 나토에 가입하는 것이 낫겠다고 했다. 이는 모두 러시아의 위협에 대한 평가와 직결된 행위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면, 그다음은 누구겠나. 핀란드, 벨라루스가 될 수도 있고, 몰도바, 폴란드가 될 수도 있다. 러시아가 우리를 침공하지 못하도록 억지하기 위해서는 오직 나토에 가입하는 것만이 답이다.”
―바뀐 인식에 기반을 둬 실제 도입되는 구체적인 조치는 무엇인가.
“우리는 민간 방위의 개념을 되살리고 있는 점에서 우리의 뿌리로 돌아가고 있다. 냉전이 끝날 때까지 스웨덴에는 이른바 ‘총 방위 개념’이라고 부르는 정교한 시스템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국방과 관련이 없는 지역, 기업, 정부 등 차원에서 병력을 85만명까지 동원해 전쟁이 발생했을 때 임무를 수행할 준비가 됐다.
나토 회원국이 된다는 것은 우리가 스웨덴 영토뿐 아니라 때로는 발틱 국가들이나 핀란드, 튀르키예 등 스웨덴 국경 밖까지도 방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솔직히 말해 1990년대 국방 분야는 우선 순위에서 상당히 낮은 편에 속했다. 하지만 2014년 러시아가 크름(크림)반도를 불법 합병한 뒤로 스웨덴은 군을 다시 강화하기 시작했고, (이번 전쟁 뒤) 이는 더 가속화되고 있다. 2026년까지 국방 지출을 국내총생산의 2%까지 끌어올리는 목표를 세웠다.”
―2014년에 러시아가 크름반도를 불법 합병했을 때, 스웨덴과 핀란드는 러시아를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여기고 함께 ‘액션 플랜’ 등을 발표하며 군사 분야 협력을 모색했다. 하지만 그때도 나토 가입이라는 선택지는 남겨뒀다. 이유가 뭔가.
“사실 그때는 러시아가 제국을 부활시키려는 야심이 이 정도로 심각한지를 잘 알지 못했다. 이 전쟁은 식민지 전쟁이다. (러시아는)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나라, 우크라이나를 희생시킬 준비가 돼 있다. 뒤늦게 깨달았지만, 스웨덴을 포함한 유럽은 2014년에 더 강하게 대응했어야 한다.”
―스웨덴의 가입이 유럽의 안보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첫째, 스웨덴과 핀란드의 가입은 나토에 매우 중요한 긍정적인 기여를 한다. 현재는 스웨덴이 발트 해와 러시아 사이에 끼어있는 (발트 3국 등) 국가나 핀란드를 직접 지원하기가 보다 더 쉬워진다. 이제 나토가 (발트 해 북부 쪽에) 비어있던 공간을 채우게 되는 것이다. 둘째, 스웨덴은 비동맹, 중립의 200년 역사를 뒤로한 채 핀란드와 함께 나토에 가입하게 되는데 이는 푸틴과 러시아 지도부가 원하지 않아 온 일이다. 러시아에는 막대한 정책적 재앙이다.”
―튀르키예 정부가 애초 약속과 달리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승인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유가 무엇일까. 스톡홀름에서 코란을 불태운 극우 정치인이 러시아 쪽과 관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핀란드 대통령의 말을 빌리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핀란드 대통령을 직접 만나 두 나라의 나토 가입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음을 바꾼 것이 상당히 놀랍긴 하지만, 현재 튀르키예는 대선을 앞두고 있다. 튀르키예는 (최근 스웨덴에서 발생한) 이러한 종류의 ‘도발’에 매우 강경하게 반응을 해왔고 이런 사건이 이전 튀르키예 대선, 총선과 연계돼 일어났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행동은 무슬림 사회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도발이고 (이에 대해 강경하게 발언하는 것은) 선거 캠페인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결국에는 해결책을 찾곤 했었다. 다시 지난 여름 체결한 3자 합의를 실행할 수 있는 길이 있기를 바라지만 5월로 예정된 튀르키예 대선, 총선 전에 실현될 것 같지는 않다. 다만 7월 나토 정상회담 전에 우리의 가입을 비준하기를 바란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무기 지원은 어느 수준까지 갈 수 있을까. 최근 논란이 되는 전투기 지원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스웨덴이 지난해 봄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1939년 소련의 침공을 당한 핀란드를 지원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스웨덴에는 완전히 전례 없는 정책 변화였던 셈이다. 우리는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전차, 장거리 포 등 엄청난 군사 원조를 했다. 최근에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전차를 지원하기로 결정했고 스웨덴도 ‘레오파르트 2’ 전차을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 여기에 대해서는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 불과 몇 주 전에 오랜 논의 끝에 우크라이나에 ‘아처’라는 장거리포를 지원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전투기의 경우 지난해 봄에 관련 논의가 있었지만 서방은 이를 ‘레드 라인’으로 여기고 지원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우크라이나가 현재 지원받은 무기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운용하는지에 달렸다. 전선에서의 상황이 전투기를 포함한 향후 군사 원조의 수준을 높일지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한다.”
―러시아가 이번 전쟁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을까.
“러시아가 여러 차례 핵무기 사용 위협을 했지만, 실제로 심각하게 (핵무기 사용을) 고려하고 있는지는 보여주지 않고 있다. 이러한 위협의 가능성이 느슨해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위협을 한다는 것 자체가 극도로 심각한 일이다. 러시아가 핵무기를 실제로 사용하는 순간 전 세계적으로 고립될 것이고 즉각적으로 엄청난 반격을 당하게 될 거다. 정치적으로 겁주기에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지만 실제 ‘군사적으로’ 얼마나 효과적인지가 의문시되는 이유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제시하는 협상 조건이 너무 달라서 합의 지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우리 입장에서 볼 때 (전쟁 종료는) 전적으로 우크라이나의 결정이다. 만약 침략자가 불법적으로 다른 나라의 영토를 차지하는 방식으로 보상을 받도록 두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다. 이게 유럽 대부분의 나라와 북미, 그리고 한국조차도 엄청난 지원을 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유럽에서 대규모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을까.
“우리 모두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두려움이고, 우리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자 하는 이유 역시 러시아가 그런 생각을 가지지 못하도록 하자는 데 있다. 러시아 역시 이 전쟁이 대규모 전쟁으로 비화할 때 얻을 것이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한치도 방심을 해서는 안 되며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 이게 바로 우리가 필요한 군사 지원의 수준을 높이는 이유다.”
베를린/ 노지원 특파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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