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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홍콩 대규모 시위

"사회안전 위협"…中, 홍콩 반정부시위 체포자들 입경 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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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송환법 반대서 시작된 반정부 시위로 1만여명 체포

연합뉴스

2019년 12월 홍콩 대규모 반정부 시위 현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2019년 홍콩 반정부 시위 당시 체포된 이들의 중국 본토 입경이 불허되고 있다고 홍콩 명보가 20일 보도했다.

명보는 "지금까지 범죄인 송환법 반대 시위로 1만 명이 넘게 체포됐으며, 3년이 지난 지금도 중국 본토로 향하는 관문을 많은 체포자가 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소 여부와 관계없이 해당 시위로 체포된 시민 중 최소 4명이 최근 본토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입경이 불허되거나 고향 방문 허가증이 압수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또 어떤 이는 고향 방문 허가증 신청을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그간은 코로나19로 국경이 가로막혀 있어 왕래가 제한됐다가 지난달 8일 중국이 국경을 3년 만에 재개방하면서 이러한 사례들이 확인되고 있다.

최근 중국 입경이 가로막힌 W(가명)씨는 명보에 "난 기소된 적이 없고 경찰이 이미 사건을 종결했다"며 "난 죄가 없다. 그런데 본토는 내가 사회안전을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있다며 고향에 돌아가는 것도 허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W씨는 2020년 7월 1일 홍콩 주권 반환 기념일에 공공장소에서 위법 혐의로 체포됐으나 경찰은 기소 없이 이듬해 사건을 종결했다.

그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아래에서 양측 간 정보가 교환되지 않는 한 본토가 홍콩에서 저지른 범죄에 대해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홍콩 정부가 체포자의 정보를 중국에 넘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에 아내와 딸이 있고 자신은 홍콩 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함께 지내고 있는데, 본토 입경 불허로 가족이 만날 수 없게 됐다고 한탄했다.

2019년 6월 불법집회 참가 혐의로 체포돼 2021년 징역 16주를 선고받고 복역한 T(가명) 씨는 최근 고속철을 타고 중국 본토로 들어갔는데 현지에서 사회안전을 위태롭게 한다는 이유로 입경이 거부됐다고 밝혔다.

W씨가 입경 불허에 놀란 것과 달리 T씨는 예상했던 일이라며 그나마 본토로 끌려가 구금되는 걸 가장 걱정했는데 홍콩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토로했다.

T씨는 자신의 유죄 판결 기록이 공개돼 있고 중국 본토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입경 거부를 각오했다고 말했다.

T씨는 "출입경의 자유는 기본적 인권이며 내가 본토의 사회안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본토가 내 입경을 거부할 이유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본토에 계시는 부모님을 코로나19 팬데믹 3년간 못 뵈었다"며 "하지만 향후 몇 년간 입경이 어려울 수 있고 심지어 남은 생애 동안 본토에 발을 들여놓지 못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사회운동에 참여한 대가인데 마음의 준비를 했고 후회는 없다"고 덧붙였다.

명보는 체포자의 정보가 중국에 전달되느냐는 질의에 홍콩 보안국이 "경찰은 본토 법 집행 기관에 체포자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전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2019년 12월 홍콩 반정부 시위 현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홍콩 입법회(의회) 장신위 의원은 유사한 사례를 30건 이상 접수했다면서 그중 약 3분의 2는 본토 입경이 거부됐고 나머지는 귀향 허가 승인이 거부됐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체포된 대다수 시민이 본토에 들어갈 수 없으리라 추정하면서, 긴급 목적 등과 관련해 정부가 관용의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W씨를 도운 입법회 디즈위안 의원도 중국 본토가 포용력을 가지고 시위 체포자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입경 불허는 사회적 화해나 홍콩과 본토의 통합 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홍콩에서는 2019년 6월 12일 입법회가 범죄인 송환법안을 심의할 때 수만 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입법회 주변으로 몰려들어 인근 도로를 모조리 점거하고 항의 시위를 벌였다.

범죄인 송환법안은 중국을 포함해 대만,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홍콩 야당과 시민단체는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이 법을 악용할 수 있다면서 강력하게 반대했다.

이후 수백만 명의 시민이 거리로 나와 송환법 반대 시위를 벌였고 이는 6개월 넘게 이어지며 민주화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로 확대됐다.

중국 정부는 거센 반정부 시위에 놀라 홍콩국가보안법을 직접 제정해 2020년 6월 30일 시행했다. 이후 홍콩에서는 시위가 자취를 감췄고, 반정부 시위 관련 재판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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