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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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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채용 공고 냈지만…의료 오지라 문의조차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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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의료원 구인난, 속초의료원발 4억연봉 채용에 긴 '한숨'

4급 공무원 대우 도내 지자체 4곳 보건소장 자리도 공석

연합뉴스

속초의료원 응급실 정상화 간담회
지난 10일 속초의료원에서 의사 부족으로 단축 운영 중인 속초의료원 응급실을 정상화하기 위한 강원도와 설악권 자치단체의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속초시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춘천=연합뉴스) 이해용 기자 = "채용 공고를 계속 내도 의료 오지라서 그런지 문의조차 없습니다."

최근 속초의료원이 4억원이 넘는 연봉을 내걸고 응급실 의사 채용에 나선 것은 의료 취약지 강원에서 공공 의료기관들의 전문의 구인난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21일 강원도에 따르면 도내에는 속초를 비롯해 원주, 강릉, 영월 삼척 등 5곳에 의료원이 있다.

이들 중 수도권과 가까운 원주를 제외한 나머지 4곳의 의료원은 일부 진료 과목에서 전문의를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영월의료원은 지난해 6월 내과 전문의가 그만둔 뒤 지금까지 채용하지 못하고 있다.

의료원 측은 한 달에 두 번꼴로 지속해서 채용 공고를 냈는데도 전문의를 찾지 못했다.

야간 진료를 담당할 소아청소년과 의사 채용 공고도 두 번이나 냈지만, 문의조차 없었다.

특히 이곳 신경과는 공보의가 다음 달 복무 만료 예정인데다 전국적으로 신경과 의사에 대한 수요가 많아 요즘 걱정이 많다.

이에 신경과 의사 채용을 앞당기고자 인근 대학병원이나 신경학회에 연락해 채용 공고를 올려달라고 부탁하는가 하면 의사들만 회원인 곳에 공고를 내는 등 의료공백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설상가상 격으로 속초의료원이 의사 연봉으로 4억2천만원을 제시한 것은 가뜩이나 어려운 도내 의료원들의 채용 난을 가중할 것으로 보인다.

영월의료원은 그동안 연봉 4억원을 최고 상한으로 해서 채용했는데 속초의료원이 이를 넘기는 바람에 앞으로 의료 인력을 구하는데 부담이 만만치 않으리라고 우려했다.

영월의료원 관계자는 "의료 취약지가 아니라 의료 오지라고 생각해 젊은 의사들은 대도시의 직장을 옮기지 않고, 정년퇴직한 의사는 이곳의 경험이 없어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며 "채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발 많이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강릉의료원은 2021년 호흡기 내과 전문의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퇴직한 뒤 현재까지 충원하지 못하고 있다.

의료원 측은 지난해도 호흡기 내과 전문의를 채용한다는 공고를 냈지만 뽑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호흡기 전문의에 대한 수요가 전국적으로 급증했던 시기였던 만큼 더 많은 연봉을 제시하는 곳들에 밀린 것으로 보인다.

도는 지방 의료원들의 이런 의료 인력 수급난을 해소하고자 머리를 짜보지만 뾰족한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의료 인력이 수도권과 대도시로 몰리는 현상은 도내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상황이다 보니 의사가 퇴직한 뒤 채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진료 차질은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도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이 문제가 전국적인 상황이다 보니 안정적인 수급에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의료원뿐만 아니라 지자체 보건 행정의 콘트롤 타워인 보건소장도 빈자리가 속출하고 있다.

도내 18개 시군 중 보건소장이 공석인 곳은 고성, 태백, 양양, 평창 등 4곳에 이른다.

과거에는 행정직 공무원이 보건소장을 했지만, 최근에는 의사 면허를 가진 사람을 우선 채용하도록 관련법이 규정해 채용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양양은 보건소장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지난달 퇴직한 후 공석이고, 평창도 의사 면허를 가진 보건소장 채용 공고를 몇 번 냈지만, 아직 구하지 못했다.

한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는 "4급 공무원에 준해 급여를 주다 보니 일반 병원보다는 사람 구하기가 더 어렵다"고 말했다.

dm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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