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목표치 없어 저임금 사용 고착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앞줄 가운데)과 조선업 원·하청 대표 등이 27일 울산 현대중공업 영빈관에서 ‘조선업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상생협약’ 체결식을 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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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원·하청 노동자 간 격차 해소를 내걸고 정부가 꾸린 상생협의체가 하청노동자 임금 인상안 등을 담은 대책을 내놨다. 협의체에서 배제된 원청과 하청 노조는 대책의 구체성과 강제력이 떨어지는 탓에 실효성 있는 변화를 끌어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선업 상생협의체는 27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조선업 원청과 하청 각각 5개사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조선업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상생협약’ 체결식을 열었다. 이날 발표한 협약 내용을 보면, 우선 원청은 하청에 적정 기성금(작업 대가로 주는 돈)을 지급하고 하청은 임금인상률을 높여 앞으로 5년간 원·하청 노동자의 보상 수준 격차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또 숙련도를 중심으로 한 임금체계 개편을 위해 노력하고, 이를 용접 등 특정 공정에 우선 적용하기로 했다.
협약엔 하청 노동자 임금 체불을 예방하기 위한 ‘에스크로 결제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담겼다. 원청업체가 하청에 주는 인건비를 제3자(에스크로 사업자)에게 예치하고, 하청업체가 임금을 지급한 게 확인돼야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상생협약에 참여한 원청업체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이다. 이정식 장관은 “대립과 투쟁이 아닌, 상생과 연대 방식의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첫 모델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협의체 논의에서 처음부터 배제된 정규직 노조와 하청 노조는 “이중구조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안”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원청업체의 대책 이행을 강제할 방법이 없는 탓이다. 조선업 원청 5개사 정규직 노조가 모인 ‘조선업종 노조연대’는 성명을 내어 “구체적인 목표 없이 나온 협약은 현재처럼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저임금으로 사용하겠다는 선언”이라며 “향후 5년간 비정규직 평균 임금을 정규직의 80∼90% 선까지 맞춘다는 목표와 상세한 계획이 따랐어야 한다”고 짚었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도크(배를 만드는 작업장) 점거 투쟁으로 하청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알린 금속노조 경남지회의 이김춘택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사무장은 “(협약 내용은) 선언적 문구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하청 노동자 임금이 크게 오르려면 올해 임금을 예년보다 대폭 올리려는 움직임이 있어야 하는데, 올해 결정된 기성금 인상률은 5∼8%가량으로 지난해 투쟁 때 수당으로 올린 걸 기본급화 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협약엔 하청업체가 단기 재하도급 계약으로 들이는 물량팀(하청의 재하청) 대신 프로젝트 협력사를 쓰기로 했지만, 프로젝트 협력사 역시 결국 원청과 직접 계약을 맺는 단기 하도급 업체에 불과해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원·하청 노조는 지적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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