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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이슈 초중고 개학·등교 이모저모

개학철 문구거리 “아! 옛날이여”… 성수기인데 ‘썰렁’ [밀착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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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 가격·점포 관리비 뛰었는데

소비자들은 고금리에 지갑 닫아

온라인 출혈 경쟁에 수익성 악화

학교엔 ‘울며 겨자 먹기’ 저가 입찰

상인들 “코로나 때보다 더 힘들다”

2000년대 초만 해도 학교 앞, 주거지 밀집지역에는 늘 문구점이 자리했다. 각종 크기의 도화지부터 학년별 수업 물품까지 아침마다 준비물을 사려는 등교생들로 북적였다. 20년이 지난 지금, 학령인구도 줄고 학교가 요구하는 준비물도 적어지면서 즐비하던 문구점들은 이제 예전처럼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세계일보

성수기인데 ‘썰렁’ 새 학기를 앞둔 지난 26일 서울 강동구 천호동 문구·완구거리는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간간이 지나갈 뿐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제원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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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과 함께 서울 내 대표적인 문구·완구점 밀집지역인 강동구 천호동 문구·완구거리도 전보다 적막하기는 마찬가지다. 인터넷 가격경쟁력에 밀리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후 대면수업 중단에 치이더니 이제는 고금리 시대 닫힌 지갑에 또다시 외면받고 있다.

개학이 코앞으로 다가온 지난 24일 오후 취재진이 현장을 처음 찾았을 때도 아이 손을 잡은 학부모가 드문드문 보였을 뿐, 가게 주인들은 손님맞이보다 들여온 물건 정리에 더 바쁜 모습이었다. 가게 밖으로 문구·완구는 늘어졌지만, 아이와 함께 온 부모는 물건을 들었다 놓았다 반복하기만 했다. 코로나19로 중단됐던 대면수업은 다시 시작됐지만 ‘전보다 매출이 올랐느냐’는 질문에 문구점 주인들은 한결같이 고개를 저었다. 10년 전만 해도 수십 곳에 이르렀지만, 현재는 문구와 완구 매장을 모두 합해도 10곳 정도에 불과했다.

이 거리에서 수년째 문구점을 운영하고 있는 50대 윤모씨는 “개학을 앞두고 조금 나은 것 같기는 한데 코로나19 때보다 절대 낫다고 체감되지는 않는다”며 “금리가 올라 문구 가격도, 가게 관리비도 40% 정도는 오른 듯하다”고 말했다. 윤씨는 “1000원이던 펀치 가격이 3000원으로 세 배나 올랐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때는 식당 자영업자 위주로 힘들었다면 지금은 전체적으로 나가는 돈이 많아져 다 힘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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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곳에서 마주친 손님 중에는 “구경만 하러 왔다”고 한 이들이 다수였다. 딸과 함께 나온 A씨는 “딱히 뭘 사고자 나온 건 아니고 이 골목을 구경하러 왔다”며 “둘러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윤씨 문구점 기준 평소 일일 방문객이 100명 안팎이라면 개학을 앞둔 2월 말부터 3월 초에는 일일 150명 정도의 손님이 찾는다. 개인 손님도 있지만 이곳에서 물건을 떼다 팔려는 소매상이 다수다. 문구·완구거리에 있는 가게들은 기본이 도매점으로, 소매점이나 학교·관공서 등으로 납품을 하는 업체가 주요 고객이다. 윤씨가 “소매점들이 점점 없어지는 게 고민”이라는 이유기도 하다.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시대는 진작 찾아왔지만, 이 거리는 여전히 인터넷 시대에 ‘체념해가는 중’이다. 이 거리에서 문구점을 운영하는 홍모씨는 “인터넷이 가격 질서를 망가뜨려서 이 골목으로는 사람이 잘 오지 않는다”며 “코로나19 이후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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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유행 기간에 반짝 수요가 늘었던 완구업계도 인터넷에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기는 포기한 지 오래다. 완구점 사장 조모씨는 “인터넷 가격은 절대 따라갈 수 없다”며 “심혈을 기울여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도 유통이 안 되면 아예 제품 제조를 중단하거나 회사가 사라지는 경우도 있어 제품 다양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매상 주 고객 중 하나인 학교마저 입찰 시 온라인 판매가를 참고하고 입찰이란 방식상 서로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려 하기 때문에 문구점 수익성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또 다른 문구점 사장 장모씨는 “요즘은 문구를 학교에서 (복지 차원으로) 지급하는 게 가장 문제”라며 “보통 최저가로 입찰받기 때문에 (그 값으로 도매상은) 손해를 봐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유빈·이민경·이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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