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국가수사본부장에서 사의를 표명한 정순신 변호사의 검사 재직 시절 모습. 정 변호사는 이번 학폭 논란과 관련해 ″두고두고 반성하며 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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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정순신 낙마’ 사태를 계기로 “또다시 검사 출신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한다면 국민 모독”이라며 대여 총공세를 펴고 있다. 그런데 정작 4년 전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국수본 조직을 최초 설계하는 과정에서, 검사 출신 인사를 국수본부장으로 기용하는 방안을 검찰과 야권에 제안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대검찰청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으로 검·경 수사권조정 업무를 담당했던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2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2019년 초 검경 수사권 조정안 마련 당시 ‘검찰 힘 빼기’, ‘경찰 비대화’ 우려가 쏟아지자, 문재인 정부는 그 대안으로 국수본이란 조직을 경찰청장 지휘 라인으로부터 독립시키겠다며, 검찰과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심지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자신들이 직접 ‘경찰이 아닌 검찰을 그 수장(首長)으로 임명한다면, 국수본 조직이 경찰로부터 온전히 독립될 수 있지 않겠나’고 제안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현재 야권이 비판하는 국수본부장 인선 절차의 총체적 부실은 다름 아닌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인 검·경수사권 조정안에서 발원했다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졸속으로 강행한 검·경 수사권 조정이 정작 자신들을 겨누는 칼이 된 형국인데, 이제 와 ‘검사 출신 기용이 잘못됐고, 경찰 출신을 앉혀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자기모순이자 제도 취지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0월 17일 오후 울산경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울산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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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본은 검경수사권 조정과 맞물려 2년 전 신설된 조직으로, 검찰의 수사지휘권과 1차 수사종결권을 넘겨받은 막강한 수사 조직이다. 당시 검찰과 야권이 제기한 ‘경찰권 비대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개별 사건 수사에서는 원칙적으로 경찰청장의 지휘를 받지 않는 독립성을 보장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독립성을 구현하기 위해 국수본부장은 ‘검사나 법대 교수 등 외부 인사도 맡을 수 있는 개방직’이란 조건을 내걸었다. 직제상 국수본이 경찰청 소속이고, 국수본부장은 경찰청장보다 한 계급 낮은 치안정감이기 때문에, 자칫 경찰 내부 승진으로만 국수본부장을 임명할 경우 국수본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한 것이었다.
그러나 국수본의 독립성을 보장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국수본부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나 여야 합의를 거치지 않고 경찰청장 추천으로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경찰법상 경찰청장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용되고, 시·도경찰청장도 ‘경찰청장이 시·도자치경찰위원회와 협의해 추천’하도록 규정돼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한 민주당 의원은 “정권 내부적으로도 인사청문회 절차를 둬야 한다는 고민이 적잖았지만, 외부 경력경쟁 채용을 허용하는 정도로만 끝냈다”고 말했다.
김부겸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왼쪽부터), 이낙연 국무총리, 박상기 법무부 장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 2018년 6월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담화 및 서명식'을 한 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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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정순신 변호사 한건의 검증 실패에 대해서만 따질 게 아니라,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경찰청의 자체 인사검증과 법무부의 교차 검증만으로는 이런 사태 재발을 방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임명 절차에서부터 책임 소재 따지기가 어려운 구조”라며 "검찰총장과 경찰청장, 국정원장은 물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까지 모두 인사청문회 대상인데, 이 모든 수사권을 모두 망라하게 된 국수본부장이 경찰청장보다 직급이 낮다는 이유로 청문회를 받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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