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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이슈 전국 '코로나19' 현황

거리두기 풀렸는데···2030은 '구직난', 5060은 '구인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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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수요는 폭증, 카페 등 공급은 급감
숙련 인력 필요한 식당, 사람 없어 난리
수급 불균형... 코로나·고물가 복합 여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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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생이 근무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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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업준비생 윤모(27)씨는 3개월째 집 근처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보고 있지만, 성과가 없다. 아무리 뒤져봐도 구직 공고가 좀체 나지 않는다. 윤씨는 1일 “물가가 너무 올라 밥값 대기도 버거운데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 서울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52)씨의 식당은 주방 이모가 5개월째 없다. 김씨와 아르바이트생 2명이 초벌구이부터 조리, 설거지, 청소 등 가게 운영을 전부 도맡아 하고 있다. 그는 “사장도, 직원들도 지칠 대로 지쳤다”고 한탄했다.

2030 알바 지원은↑, 모집은↓


한쪽에선 일자리가 부족해 난리인데, 다른 쪽에선 일할 사람이 없어 아우성이다. 거리두기 해제 후 국내 단기계약직 노동시장의 현주소다. 20, 30대는 카페나 PC방 등 아르바이트 거리가 실종돼 허덕인다. 반대로 50, 60대 인력이 필요한 식당 등 외식업계는 극심한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2030 아르바이트 시장의 구직난은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했다. 아르바이트 전문 중개 포털 알바천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구인 공고는 1년 전보다 16% 감소한 반면, 해당 공고를 보고 근무 의사를 밝힌 지원 규모는 46% 폭증했다. 이런 흐름은 계속돼 올 1월 구인 공고는 전년 동기 대비 11% 떨어졌는데 지원량은 48%나 많아졌다. 청년들이 일을 하고 싶어도 원하는 일자리가 현격히 줄어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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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 지원 및 모집 공고 추이. 그래픽=신동준 기자


청년 노동시장의 수급 불균형은 고물가 여파에 기인한다. 부대 비용이 급증하다 보니 인건비를 최소화해 손실을 충당하려는 자영업자가 늘어난 것이다. 실제 취재진이 최근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홍대와 신촌, 혜화, 안암 등 대학가의 카페와 PC방 30곳을 돌아보니 28곳이 “당분간 직원 모집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23곳은 “직원은 필요하지만 뽑을 형편이 안 된다”고 했다. 아예 아르바이트생 숫자를 줄였다는 가게도 9곳이나 됐다. 혜화역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임모(54)씨는 “직원 다 내보내고 휴일 없이 하루 10시간씩 혼자 일하다 건강이 악화했다”면서도 “종이컵부터 원두까지 안 오른 게 없어 고용은 사치”라고 한숨을 쉬었다.

외식업계로 돌아오지 않는 5060


번화가 식당가의 상황은 정반대다. 주방이나 홀에서 일할 50, 60대 숙련 인력을 구하지 못해 업주들이 발을 동동 구른 지 꽤 됐다. 직장인들이 많이 모이는 서울 여의도와 종로 인근 식당가에서는 ‘직원 구함’ 안내문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여의도 국밥집 매니저 권모(53)씨는 “7개월째 면접 보러 오는 이조차 없다"고 했다.

식당가의 인력 품귀 현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기간 다른 직종으로 옮겨간 이들이 복귀하지 않는 탓이 크다. 택시기사들이 배달, 택배업 등으로 대거 이탈해 한때 ‘택시기사 대란’이 빚어진 것과 비슷하다. 식당 및 청소ㆍ가사도우미 직종의 단기 인력을 공급하는 구로구 파출사무소 명모(60) 사장은 “3년 동안 식당 고용이 거의 없어 5060세대가 다 떠났다”며 “특히 요양보호사로 전업한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명 사장의 말처럼 지난해 요양보호사 자격증 응시자(37만1,883명)와 합격자(32만302명) 모두 2019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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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화가 식당은 요즘 주방이나 홀에서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상점이 밀집한 서울 한 거리에 직원을 구하는 모집 공고가 붙어 있다. 이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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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간 한국을 빠져나간 외국인들의 재입국이 아직 원활하지 않은 영향도 있다. 마포구 파출사무소 관계자는 “식당 인력 공급의 절반 이상을 중국인이 책임졌는데 사람이 없어 식당과 연결을 못해주고 있다”고 난처해했다.

"일자리 질 개선해 선택 폭 넓혀야"


2030세대를 외식업계로 보내면 해결될 것 같지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구직 성향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층은 원하는 시간만 근무하는 초단기 일자리를 선호하고, 서빙이나 설거지 등 노동 강도가 센 일은 꺼린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2030을 중ㆍ장년층 아르바이트 시장으로 밀어 넣는 방법으로는 효과를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단기계약직 일자리의 질을 전체적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임금이나 근무여건을 개선해 2030 구직자들의 선택 폭을 넓히고 적극적인 외국인 노동자 입국 장려 정책을 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서현 기자 he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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