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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이슈 초중고 개학·등교 이모저모

강사도 못구한채 초등 돌봄 시간 확대… 개학 첫날부터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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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봄학교’ 초교 214곳 시범운영 시작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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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한 초교 교사 A 씨는 개학을 일주일 앞둔 지난달 말 자신이 올해 ‘늘봄학교’ 담당 교사로 정해졌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학교장이 방학 중 교사들과 논의를 거치지 않고 임의로 담당 교사를 지정한 것. A 교사는 “수업 연구를 해야 할 시간에 방과 후 과정 수요 조사부터 강사 모집까지 늘봄학교 준비에만 매달려 있다”고 토로했다.

● 문은 열었는데 강사 없어… 교사들도 반발

2일 전국 초중고교 개학과 동시에 초교 214곳에서 늘봄학교가 시범 운영에 들어갔지만 현장에서는 갈등과 혼란이 빚어졌다. 늘봄학교는 초교의 돌봄 시간을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확대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학부모들의 돌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추진했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준비가 덜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초1 대상 ‘에듀케어’ 프로그램은 대다수 학교에서 수업을 담당할 강사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교육부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비해 자녀의 하교 시간이 앞당겨져 부담이 커진 초1 학부모들을 위해 오후 2, 3시까지 놀이, 체험, 한글교육 등으로 구성된 에듀케어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하지만 운영 기간이 한 달∼한 학기 정도로 짧아 계약직 강사들이 지원을 기피하고 있다. 경기의 한 시범학교 교사는 “교장이 1학년 담임교사들에게 에듀케어 수업을 맡으라고 했지만 절반이 못 하겠다고 반발했다. 교감까지 수업에 투입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돌봄전담사 등이 소속된 학교 비정규직노조는 지난달 각 초교에 ‘늘봄학교 관련 추가 업무를 맡기지 말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에 교원 단체들도 ‘교사에게 늘봄 업무를 넘기지 말라’는 공문을 보내 맞불을 놨다.

교사 행정업무 부담을 줄이겠다는 교육부의 약속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이주연 인천교사노조 위원장은 “학교마다 지원 인력이 파견됐지만 업무 이해도가 낮아 사실상 교사들이 업무를 그대로 맡고 있다”고 말했다. 한 시범학교 교장은 “교육청에 문의하니 방과 후 강사 채용과 임금 지급, 수강료 납부 등은 아직 시스템 준비가 덜 돼 2학기부터 지원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 예견된 혼란… 학부모는 기대-우려 교차

일각에서는 ‘예견된 혼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북의 한 초교는 개학을 불과 일주일 남긴 지난달 22일 갑자기 시범 운영학교로 결정됐다는 교육청 통보를 받았다. 관할 교육청은 “기간제 교사 및 행정 인력을 학교당 1명씩 지원하겠다”며 공문을 보냈지만, 실제로는 각 학교가 알아서 기간제 교사를 구해야만 했다.

학교의 돌봄 기능 확대에 대한 학부모 반응은 엇갈렸다. 워킹맘인 장모 씨는 “오후 7시가 넘어 퇴근할 때가 많은데 학교에서 아이를 맡아주면 하원 도우미 비용 등을 아낄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반면 초등생 자녀 둘을 키우는 서모 씨는 “학교에 오후 늦게까지 아이 몇 명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게 불안하다. 내실 있는 프로그램이나 안전사고 예방 대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학교와 지역 인프라를 고루 활용한 돌봄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영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어린 학생들이 학교에 장시간 머무르는 것이 교육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역 문화체육시설 등 다양한 자원을 활용해 방과 후 프로그램을 밀도 있게 구성하고 학교뿐 아니라 마을돌봄, 거점형 시설 등 다양한 돌봄 시설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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