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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이슈 초중고 개학·등교 이모저모

어서 와, 예바!…광주 고려인마을로 피란 온 우크라 어린이의 첫 등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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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해 9월 우크라이나에서 한국으로 온 고려인 4세 최예바양(왼쪽)이 2일 초등학교 입학식을 마친 뒤 할머니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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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친구들, 선생님과 잘 지낼 수 있겠죠?”

초등학교 입학식을 1시간쯤 앞둔 2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에서 만난 고려인 4세 최예바양(8)은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웃음기 많은 아이라는 주변의 평가와 달리 최양은 입술을 꼭 다문 채 몸집만 한 새 책가방이 어색한 듯 양손으로 어깨끈을 잡고 줄였다 늘리기를 반복했다.

곁에 있던 최양의 할머니 정스베뜰라나씨(62) 역시 덩달아 긴장한 듯했다. 우크라이나 미콜라이우 지역에 살던 최양은 지난해 9월 엄마 최올가씨(36), 할머니 정씨와 함께 한국으로 왔다. 러시아에서 쏜 포탄으로 집과 창고를 잃은 직후다. 광주고려인마을의 항공권 등 지원이 있어 피란이 가능했다.

입학식이 열리는 하남중앙초등학교로의 등굣길은 최양에겐 꽤나 익숙해 보였다. 지난해 11월 고려인마을에 정착한 직후 하남중앙초 바로 옆에 있는 병설유치원에 다닌 덕분이다.

입학식이 열리는 학교 강당에 들어선 최양은 처음으로 담임 선생님을 마주했다. 담임 선생님은 최양의 명찰을 보고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최양의 할머니는 통역 선생님을 통해 “우리 손녀 잘 부탁드린다”고 당부의 말을 건넸다.

최양은 이날 하남중앙초에 입학한 42명 중 유일한 우크라이나 고려인 피란민이다. 전체 입학생의 61%인 26명이 외국인이지만 대부분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등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에서 왔다. 전쟁이 발발하기 전 입국해 1년 넘게 한국 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고려인 자녀들도 많다.

최양은 1학년 2반으로 배치됐다. 2반은 전체 14명의 학생 중 4명을 제외하고 전부 외국에서 온 친구들이다. 대부분 러시아어를 쓴다. 최양은 다른 외국인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오전에 따로 한국어 수업을 2시간 들은 뒤 일반반으로 이동해 정식 교과수업을 듣게 된다. 학교 측은 러시아어가 가능한 교사 3명을 별도로 두고 최양 등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수업을 지원한다.

입학식을 마친 최양은 교실로 이동해 학교생활에 필요한 기본교육도 받았다.

“엄마, 할머니가 제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친구들이 다들 재밌고 선생님도 따뜻한 분 같아 재미있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글·사진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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