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취업 대기자 1천600만명…목표 달성해도 취업난 여전
올해 톈진 취업박람회에 몰려든 구직행렬 |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14기 1차 회의 개막식의 업무보고에서 올해 약 1천200만 개의 도시 일자리를 신규 창출해 도시 실업률을 5.5% 안팎으로 통제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작년 목표로 내세웠던 1천100만 개보다 100만 개가 늘어난 것이다.
리 총리는 아울러 청년, 특히 대학 졸업자의 취업 촉진을 강조했다.
코로나19 확산과 봉쇄에 따른 경제 충격으로 지난 3년간 중국은 실업률이 치솟고 취업난이 가중됐다.
당국은 구체적인 취업률을 공표하지 않았지만, 중국 최고 명문대인 칭화대조차 작년 10월 기준 학사와 석·박사생까지 합친 졸업생 8천여 명 가운데 62.6%만 취업했고, 이 중 정규직 취업자는 52.5%에 그쳤다고 밝혔다.
취업난 속에 명문대 출신 석·박사생들이 시골 신규 공무원 시험에 대거 응시하거나 음식점 종업원으로 취업한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국무원은 고용 확대로 청년 취업난이 사회 문제화하는 것을 차단하고, 소비 촉진과 경제 활성화를 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취업 목표 달성까지 넘어야 할 장벽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역 완화 이후 기대했던 경제 회복이 예상과 달리 더딘 데다 지속적인 부동산 시장 불황 등으로 기업들의 신규 고용 여력이 여전히 낮은 상황이다.
여기에 글로벌 경제 침체 영향에 따른 수출 둔화도 올해 들어 두드러지고 있다.
작년 12월 중국의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9.9% 감소했다.
중국의 양대 생산 거점인 창장(長江·양쯔강) 삼각주와 주장(珠江) 삼각주의 주요 항만에는 빈 컨테이너가 쌓이고, 농민공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인력 중개소에서 긴 행렬을 이루고 있다.
과거 하루 평균 200∼300명을 채용하던 이 일대 제조업체들은 최근 20∼50명만 뽑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인력이 넘쳐나면서 노동자들의 임금은 최근 수년 새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난징대 취업박람회 모습 |
중국 수도경제무역대 취업형태연구센터 장청강 주임은 현지 매체 제일재경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경제 회복 기반이 아직 튼튼하지 않다"며 "수요 감소와 공급망 충격, 경제가 약화할 것이라는 전망 등 3중 압력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실업률이 상승하고 고용의 질이 떨어질 위험이 크다"며 "청년층과 블루칼라 취업이 현실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지방정부가 올해 신규 채용 확대에 나섰으나, 작년 역대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한 지방정부들이 당면한 청년 취업난 해소의 '구원투수'로 나서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설령 당국이 올해 설정한 취업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수년째 이어진 중국의 취업난 완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중국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대학 졸업 예정자는 1천158만 명으로, 작년보다 82만 명 늘어 역대 최다 규모다.
게다가 올해 해외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 취업에 나설 유학생 규모도 1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교육부는 추정했다.
중국 사회부는 올해 취업해야 할 도시 구직 인력이 1천662만 명에 달해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취업 목표가 달성되더라도 400여만 명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셈이다.
궈웨이민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政協) 대변인은 지난 3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올해 취업 대기자 수가 많아 고용 안정을 이루는데 적지 않은 어려움과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구직자의 기능 소양과 구인 업체가 요구하는 수준에 격차가 나는 구조적 모순도 존재한다"며 고용시장의 '미스 매치'의 문제점도 거론했다.
장청강 주임은 취업난 해소와 관련, "민간 경제 발전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민간 경영 주체들의 발전에 대한 믿음을 회복시켜야 한다"며 "고용을 경제 발전의 핵심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간 경제가 살아나야 취업난이 해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푸단대 야오카이 교수는 "청년 취업 확대를 위해서는 산학연 협력체계 구축, 디지털 경제 등 신산업 육성을 통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 신산업 분야에서 요구하는 기능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p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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