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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이슈 일본 신임 총리 기시다 후미오

기시다 “역대 내각 입장 계승” 에둘러···피고 기업커녕 게이단렌 역할도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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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자민당 당대회에서 연설하는 기시다 일본 총리. 도쿄 교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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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가 국내 여론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제3자 변제 방식의 배상안을 확정 발표했지만, 한국 정부가 기대했던 일본 측의 “성의 있는 호응”은 눈에 띄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 발표 이후 강제동원에 대한 새로운 사과 없이 역대 내각의 입장을 계승하겠다고만 밝혔다. 미쓰비시 중공업 등 강제동원 피고 기업을 대신해 기금 조성 사업에 참여할 것이라고 알려진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도 별다른 입장문이나 참여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기시다, 강제동원 사과 없이 뭉뚱그려 “역대 내각 입장 계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6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이 발표한 한국의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에 대해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한 것으로 평가한다”면서 “앞으로도 윤석열 대통령과 의사소통을 긴밀히 하면서 한일관계를 발전시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역사 인식에 관해서는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해 왔고, 앞으로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저녁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일본 정부는) 1998년 한일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 이것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가 언급한 1998년 한일 공동선언은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당시 일본 총리가 발표한 것으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으로도 불린다. 5개 분야 협력 원칙을 포함한 11개 항으로 이뤄져 있으며, 2항엔 오부치 총리의 ‘식민 통치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사죄’가 명기됐다.

김 대통령은 훗날 자서전에서 “이 공동선언은 많은 원칙과 구체적 행동 계획을 담고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일본 총리의 대한국 사죄”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2년 아베 신조 2차 내각이 들어선 이후 일본에선 공동선언의 의미를 퇴색하는 시도가 이어졌다. 아베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역사 왜곡 발언으로 계속 논란을 빚었고, 이후에는 조선인 강제노동 피해와 관련해 왜곡된 전시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군함도’ 전시시설을 방문해 “(강제동원 주장은) 이유 없는 중상모략”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베를 이은 스가 요시히데 내각(2020년 9월~2021년 10월)에서도 ‘종군위안부’의 호칭에서 ‘종군’을 삭제하는 내용의 각의 결정이 내려졌다.

이 같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기시다 총리는 새로운 입장 표명 없이, ‘역대 내각을 계승하겠다’는 두루뭉술한 말만 답습한 것이다. 강제동원 배상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이미 해결됐고, 이번 소송도 한국이 국내에서 풀어야 할 사안이므로 일본 정부가 새삼스럽게 사죄를 표명할 이유가 없다는 기존의 입장에서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은 것이다.

일 외무부 “게이단렌 기금 참여도 정부는 입장 없다” 선그어


또 일본 정부는 한국이 내놓은 제3자 변제 방식에 일본 기업이 참여하는 방안에 대해 “이번 한국 정부의 조치는 일본 기업의 재단에 대한 거출 등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며 “정부는 민간인 또는 민간 기업에 의한 국내외의 자발적 기부 활동 등에 대해서는 특별한 입장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앞서 일본 언론은 미쓰비시 중공업과 일본 제철 등 강제동원 소송 피고 기업 대신 게이단렌이 한일 청소년 교류 관련 기금 조성에 참여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일본 외무성의 한 관계자는 백브리핑에서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묻자 “정부로서는 특별히 생각하고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게이단렌의 참여조차 정부가 상관할 바 아니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이날 게이단렌은 기금 조성 관련 아무런 입장문을 내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박진 외교부 장관이 강제동원 피해 배상안 발표 전날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장관과 전화 회담을 갖고 사전에 의사소통을 했다면서 “한국 정부가 (제3자 변제 후) 일본 정부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일은 예상하지 않는다”라고도 말했다.

일본 정부는 아울러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해제와 수출관리 우대국 재지정에 대해서는 “징용 배상 문제와는 별개”라면서 “수출관리 문제에 대해서는 경제산업성을 중심으로 한국이 개시한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해결 프로세스의 중단을 포함해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오는 5월 히로시마에서 열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윤석열 대통령을 초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외교 일정은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교도통신은 이날 한일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윤 대통령이 이달 16~17일 일본을 방문하는 안이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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