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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이슈 일본 신임 총리 기시다 후미오

기시다 일본 총리, 사과 언급 없이 “역사 인식 전체적으로 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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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한 관계로 되돌리려는 것, 평가한다”
“수출 규제, 한국 WTO 취하 먼저” 조건 달아
호응 조치 수준, 일본 언론 예상보다도 낮아
일 피고기업 “청구권협정으로 해결” 입장 고수
한국일보

6일 한국 정부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 해법 발표 이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이에 대한 일본 정부 입장을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장관이 발표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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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6일 한국 정부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해법 발표에 대해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려 놓기 위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는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겠다”고 했지만, 사과나 반성 등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반도체 수출 규제 해제나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유보적으로 답하는 등 일본의 ‘호응 조치’ 수준은 일본 언론의 예상보다도 더 낮았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장관은 이날 오전 한국 정부의 강제동원 해결 방안 발표 이후인 오후 12시 30분쯤 일본 정부의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일본 정부는 오늘 한국 정부가 발표한 조치가 2018년 대법원 판결로 인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한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려 놓기 위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기시다 총리도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야당 의원의 질의를 받고 같은 입장을 밝혔다.

사과 표현 일체 언급 없어... '전체적으로 계승'


당초 한국 정부 발표에 대한 ‘호응 조치’로서 일본 정부는 △역대 내각의 담화 계승 △게이단렌이 유학생 지원 등 청년 교류 기금 조성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 해제 등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날 일본 정부의 태도는 매우 신중했다. 기시다 총리와 하야시 장관은 ‘식민지 지배에 대한 통절한 사죄와 반성’ 등 과거 내각이 발표했던 사과 표현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에 발표된 한일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대한 역대 내각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음을 확인한다”고 밝히는 데 그쳤다.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해제와 관련해 하야시 장관은 “안보적인 관점에서 시행한 것이므로 징용 문제와는 별개”라며 “경제산업성을 통해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 절차의 정지를 포함해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WTO 제소를 먼저 취하해야 해제를 검토한다는 것이다. 외교 문제를 경제 제재로 보복한 부당한 조치인 데다, 오히려 일본 기업들이 피해를 본 사실을 감안하면 일찌감치 해제했어야 했다는 의견이 일본 내에서 나오는데도 오히려 한국에 조건을 내건 셈이다.
한국일보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장관이 6일 오전 한국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해결 방안이 발표된 후, 같은 날 오후 12시 30분쯤 일본 정부의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그는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도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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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 기업 재단 출연 기대 어려워... 정상회담도 "정해진 바 없다"


앞서 일본 게이단렌이 유학생 지원이나 한일 청년 교류를 지원하는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도 보도됐지만, 하야시 장관은 이에 대한 언급 없이 “민간 교류가 확대되기를 희망한다”고 발표하는 데 그쳤다. 피고 기업이 한국 재단에 출연해도 되느냐는 질문에는 “일반적으로 민간기업의 국내외 자발적인 기부활동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는 원론적 입장만 표명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제철·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의 피고 기업은 “징용 배상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이미 해결됐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 피고 기업의 재단 출연도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한국 측만 앞서가는 분위기다. 대통령실은 이번 발표를 계기로 ‘3월 한일 정상회담, 4월 한미 정상회담, 5월 한미일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날 기시다 총리와 하야시 장관은 “향후 외교일정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고만 언급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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