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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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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만에 풀린 인천 택시기사 살인사건... 단초는 타다 남은 불쏘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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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불쏘시개에서 도주 차량 단서 포착
경찰, 강도살인 혐의로 피의자 2명 구속
경찰 "포기하면 공범이란 각오로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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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촌동 택시기사 살인사건 피의자들의 도주 장면. 폐쇄회로(CC)TV 영상 캡처. 인천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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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로 남을 뻔했던 '인천 남촌동 택시기사 살인사건'의 진실이 16년 만에 밝혀졌다. 경찰은 당시 현장에서 발견된 타다 남은 불쏘시개를 단서로 삼아 6년 간의 재수사 끝에 범인들을 법정에 세웠다.

흉기에 찔린 택시기사...택시는 불에 탄 채 발견


7일 인천경찰청 중요미제사건 전담수사팀(미제 수사팀)에 따르면, 2007년 7월 1일 오전 3시 인천 남동구 남촌동 제2경인고속도로 남동고가 밑 도로에서 개인택시기사 A씨(사망 당시 43세)가 가슴 등을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A씨의 시신에선 목이 졸린 흔적도 발견됐다. 1시간 10분 뒤 현장에서 2.5㎞ 떨어진 미추홀구(당시 남구) 관교동 주택가 골목에선 A씨의 SM5 택시가 발견됐다. 택시에선 현금이 발견되지 않았고, 뒷좌석은 불에 탔다.

경찰은 수사전담반을 편성해 수도권에 등록된 차량 중 5,968대를 범인들이 도주에 사용한 용의차량으로 특정해 조사하고 2만6,300여 건의 기지국 통신 수사, 876세대 탐문 수사 등을 진행했으나 범인을 특정할 만한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

2016년 사건을 넘겨 받은 인천경찰청 중요미제사건 수사팀(미제 수사팀)은 수사기록과 현장자료 등을 다시 분석하며 재수사에 나섰다. 5년간 큰 진척이 없던 수사는 2021년 9월 1일 유력한 단서가 발견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됐다. 범인들이 택시에 불을 지를 때 사용한 종이 불쏘시개에서 범인들이 도주할 때 이용한 차량 정보를 특정할 만한 내용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미제 수사팀은 범행 당일 비가 많이 내렸지만 불쏘시개로 쓰인 차량 설명서가 젖지 않은 점을 주목해 해당 불쏘시개가 도주 차량 안에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방화 현장 인근 폐쇄회로(CC) TV를 통해 확인된 검은색 크레도스 차량의 흰색 번호판 등을 토대로 관련성이 의심되는 차량을 990여 대로 압축한 경찰은 이후 차량을 소유했거나 소유 중인 2,400여 명에 대해 면담 수사를 진행했다. 볼쏘시개에 대한 지문과 DNA 분석도 병행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불쏘시개에 남아있는 전 차량 소유주의 쪽지문(작은 지문)을 찾아내 40대 B씨를 강도살인 피의자로 특정하고 올해 1월 5일 주거지에서 체포했다.

피의자 "준비된 범행"...다른 피의자는 "기억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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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찰청 중요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은 강도살인 혐의로 A씨와 B씨 등 남성 2명을 구속했다고 7일 밝혔다. 사진은 경찰에 검거된 A씨 모습. 인천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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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는 경찰 조사에서 "기억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결국 구속됐다. 경찰은 B씨 외에 공범이 있을 것으로 보고 관련자 조사, 통신·금융 거래 내역 분석, 프로파일링 등 추가 수사를 통해 2월 28일 C씨를 주거지에서 긴급 체포했다. 두 사람은 교도소 수감 중 서로 알게 됐다. C씨는 경찰에서 "금품을 빼앗을 목적으로 B씨와 공모해 흉기를 미리 준비한 뒤 범행했다"고 털어놨다.

범인들은 A씨를 흉기로 위협하며 택시와 현금 6만 원을 빼앗은 뒤, 저항하는 A씨를 살해한 혐의(강도살인)로 최근 구속기소됐다. 이들은 빼앗은 택시를 타고 관교동 주택가로 이동한 뒤 택시에 불을 지르고 미리 준비한 다른 차량을 타고 도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이달 9일 첫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경찰은 8일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C씨의 사진과 이름 등 신상 공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포기하면 공범'이라는 각오로 미제사건 수사에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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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촌동 택시기사 살인사건의 피의자들 도주 경로. 인천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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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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