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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기 콘텐츠톡톡]‘나는 신이다’ 큰 파장…OTT다큐 ‘판도라 상자’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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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너무 너무 변태적이었고 더러웠다.”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 정명석의 성범죄 혐의 등을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 공개되면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내용들이 매우 충격적인데다 표현 수위의 제약을 별로 받지 않는 온라인동영상섯비스(OTT) 콘텐츠라 더욱 놀라움을 주고 있다.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은 스스로를 신(神)이라 부르며 대한민국을 뒤흔든 네 명의 사람과 이들을 둘러싼 피해자들의 비극을 담아낸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다. ‘JMS, 신의 신부들’, ‘오대양, 32구의 변사체와 신’, ‘아가동산, 낙원을 찾아서’, ‘만민의 신이 된 남자’ 등 총 8부작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는 기독교복음선교회(JMS) 교주 정명석과 오대양 사건의 박순자, 아가동산의 김기순,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목사 등 자신을 신이라고 칭한 이들의 실체와 만행, 피해자들의 증언이 생생하게 담겼다.

1~3부로 구성된 ‘JMS, 신의 신부들’에는 정씨에게 강제로 추행 또는 성폭행을 당했다는 피해자들과, JMS에서 간부를 하다 탈퇴한 사람들의 폭로가 이어진다. 피해 여성 대다수는 얼굴을 가리고 증언하지만 홍콩 출신 여성 메이플(29)은 힘들어하면서도 자신의 얼굴을 공개한 채 “진실을 알리고, 그러면 더이상의 피해자가 없겠죠”라고 말하며 “너무 변태적이었다”고 세세하게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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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MS 탈퇴자인 김경천 전 JSM 부총재는 “정씨와 성관계를 해도 그것은 하느님의 사랑을 정씨의 몸을 통해 표현한 거다. 그러니까 이건 성범죄가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것이니 오히려 너는 감사해라고 말하는 식이다”라고 밝혔다. 탈퇴자의 진정서에는 정명석이 ‘내 목표는 1만명과 성적 관계를 갖는 거다. 그것이 하늘의 지상 명령’이라고 말했다는 내용의 증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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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것은 정명석이 군부 독재로 암울한 1980년대 신촌 등 대학가를 중심으로 파고들면서 젊은 여성들의 피해자가 많았다는 사실이다. 정명석은 1999년 MBC 뉴스데스크 등에서 피해자들의 증언을 보도하자 홍콩, 대만으로 도피했지만 그 곳에서도 젊은 여성을 유인해 간음했다. 탈퇴자들이 정씨를 체포하기 위해 홍콩으로 가기도 했다. 결국 2007년 베이징에서 정씨가 체포됐을때 홍콩의 매체 태양보는 1면톱으로 ‘색마교주, 체포됐다’고 제목을 달았다.

‘나는 신이다’ 4부는 1987년 ‘오대양 집단 자살 사건을 다뤘다. 경기도 용인 오대양 공예품 공장내 식당 천장에서 오대양 대표 박순자와 가족, 종업원 등 추종자 32명의 죽음을 집단 자살이 아닌 타살의 가능성도 제기했다. 교살 당한 31명에게서 스스로 목을 매 사망하면 나타나지 않는 ‘일주흔’이 발견됐다는 김현 전 국회의원의 주장이 이를 뒷받침했다.

가족공동체 생활을 하는 오대양 신도들은 100억원이 넘는 사채를 빌려 코너에 몰렸고, 박순자는 “신의 계시를 받았다. 조만간 말세가 온다”는 메시아를 자처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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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부 ‘아가동산, 낙원을 찾아서’는 교주 김기순이 사이비종교집단을 만들어 경기도 이천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는 모습을 담았다. 신도들은 일을 해 번 돈으로 땅을 사고, 김기순은 신나라 레코드의 회장이 되어 호화로운 생활을 한다. 여기서도 3명의 신도가 살해당했다. ‘신나라’는 ‘신(神)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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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부 ‘만인의 신이 된 남자’에서 나온 만민성도교회 이재록 목사는 치유집회로 유명해진 후 여신도 9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재록도 정명석처럼 유인한 여성에게 “나는 신이다. 여기는 에덴동산이다. 옷을 입으면 안된다. 이건 하나님이 주신 은혜다”라고 접근했다.

‘나는 신이다’는 지난 3일 공개 후 하루 만인 4일 많이 본 TV쇼 톱10에 6위로 진입했으며, 홍콩,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아랍에미레이트 10개국에서도 10위 권 안에 드는 등 큰 반응이 나오고 있다.

‘나는 신이다’가 화제에 오르면서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 6일 준강간,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정씨 공판이 진행 중인 대전지검의 지검장에게 “피해자들에 대한 세심한 지원과 보호에 만전을 기하고, 피고인에 대해 범행에 상응하는 엄정한 형벌이 선고돼 집행될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다큐는 너무 말초적인 부분까지 자극하는 등 선정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정명석 편은 일부 여성신도들이 나체로 등장하는 영상을 모자이크 없이 그대로 내보내고, 성폭행과 아동학대를 상세하게 재연까지 해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는가’ 하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아가동산’ 편에서는 최낙귀(당시 5세)가 귀신에 들려 훈계해야 한다며 교주 측 사람들이 아이를 돼지 우리에 묶어 놓고 돼지 똥을 먹이며 막대기로 때리는 장면을 재연으로 몇 차례나 보여줬다.

이처럼 자극적인 다큐 콘텐츠를 글로벌 OTT에서 소비했을 때의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한 미디어 전문가는 “이런 시사다큐는 문제 의식을 가지고 제대로 접근해야 한다”며 “심의 받지 않는 자극의 해방구다. 그런 걸 이용해 돈을 벌어도 아무런 규제가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반론도 많다. ‘나는 신이다’는 ‘다큐는 재미없다’는 기존 생각을 바꿔 시선을 집중시켰다는 것이다. 지금도 진행중인 사이비종교의 폐해를 대중에게 알려주는 주의 환기에 성공했다는 평가도 있다. 이들의 악행을 제대로 알려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하고 피해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정성과 순기능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지만, 시대가 바뀌고 미디어 환경이 달라지면 선정성의 새로운 해석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콘텐츠로 선정성을 논할 수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미 OTT에서 볼 수 있는 외국 다큐들 중에도 선정적인 게 적지 않다. 교양다큐, 시사다큐가 OTT를 통해 글로벌 수준의 리얼리티나 선정성이 시작되는 신호탄일 수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이 만드는 웨이브의 수사 다큐 ‘국가수사본부’도 선정적이다. 약간 블러처리를 하지만 참혹한 범죄현장을 다 보여준다. 하지만 범인을 좇는 형사들에 포인트를 맞춰 별로 선정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관전포인트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글로벌 OTT 시대, 우리 다큐도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격이다”고 해석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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