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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이슈 세계와 손잡는 K팝

플랫폼 쥔 하이브, 영향력 커진 카카오…K팝 새로운 제국은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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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간의 ‘머니게임’ 마침표

카카오 등장으로 K팝 산업 재편

경영권 쥔 카카오ㆍ하이브는 실리

헤럴드경제

한 달간의 ‘SM 인수전’이 마무리되며 K-팝 산업은 또 한 번 전환기를 맞게 됐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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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SM 인수’를 위한 한 달여의 ‘머니 게임’이 마무리되며 K-팝 산업은 또 한 번 전환기를 맞게 됐다. 20여년간 빅3(SM, YG, JYP) 체제를 유지해오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세계적인 성공과 함께 빅4(SM, YG, JYP, 하이브)를 구축해온 업계는 카카오의 등장과 함께 구도 재편을 시작하게 됐다. SM의 경영권을 가지면서, 하이브와도 긴밀한 협력을 이어갈 카카오와 카카오엔터가 K-팝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이제 하이브, SM·카카오 연합, YG, JYP의 체제로 접어들고 있다.

하이브와 카카오는 지난 10일 오후 협상 테이블에 앉으며 SM 인수와 관련한 사안을 논의, 구체적인 방향성을 잡았고, 이어 3일 뒤인 12일 카카오가 경영권을, 하이브가 플랫폼 협업으로 실리를 챙기는 것으로 극에 달한 치킨 게임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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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김범수 창업주와 하이브 방시혁 이사회 의장 [각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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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산업 지각변동...새로운 제국은?업계에서는 SM 인수전의 결말이 K-팝 산업의 지각변동을 불러올 것으로 보고 있다. 새로운 K-팝 제국은 누가 될 것인지도 관심사다.

가요계에 따르면 하이브는 카카오에 경영권을 넘기는 대신 “플랫폼을 포함한 다양한 사업 협력을 이어갈 것을 협의했고, 그 중 플랫폼에 대한 협의가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하이브가 운영하고 있는 국내 최대 팬플랫폼 위버스로의 SM 가수들의 입점, 가수들의 쇼케이스 공연 팬미팅을 비롯한 일상 공유 라이브 플랫폼인 네이버 브이라이브 협업 등이다.

‘팬덤 플랫폼’은 카카오와 하이브 양측이 ‘최대 먹거리’로 탐냈던 사업이다. 한국국제문화교류재단에 따르면 전 세계 한류 팬은 무려 1억 7800만 명이다 . ‘한류의 상징’과도 같은 K-팝이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가지게 된 이후 엔터테인먼트와 팬덤 플랫폼은 필수 불가결한 사이가 됐다.

하이브는 일찌감치 팬플랫폼 사업에 뛰어들었다. 국내 엔터테인먼트사 최초의 팬덤 플랫폼인 위버스를 운영, 네이버와 함께 덩치를 키웠다. 지난 2020년 네이버는 하이브에 자사 팬 플랫폼 브이라이브를 넘겼고, 대신 위버스 지분 49%를 가지며 견고한 협력 체계를 마련했다. 월간 약 840만 명에 달하는 이용자를 가진 위버스는 온라인 공연 중계부터 굿즈 판매, 팬덤 교류까지 K-팝 산업이 아티스트 IP(지식재산권)로 할 수 있는 모든 먹거리가 결집돼있다.

위버스의 유일한 대항마는 SM 계열사 디어유가 운영 중인 팬덤 커뮤니티 플랫폼 ‘버블’이다. 버블은 2020년 출시, SM을 비롯해 국내 67개 엔터테인먼트사와 계약을 맺고 125개 그룹, 솔로 아티스트들의 유료 구독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 특히 디어유의 핵심 서비스인 아티스트와 팬의 1대1 ‘프라이빗 메시지’가 인기다. 위버스에는 없는 서비스다. 유료 구독자 120만 명을 보유한 버블은 JYP가 18.9%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SM과 카카오, 하이브로 구축된 새로운 ‘K-팝 연합’은 이들의 주요 사업인 ‘팬덤 플랫폼’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이번 협업을 ‘윈윈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플랫폼 사업 측면에선 하이브는 버블과의 협력, SM 아티스트들의 위버스 합류로 명실상부 전세계 최대 플랫폼을 구축하게 된다. 위버스와 버블이 통합 형태로 방향을 잡을 경우 월간 활성 사용자 수 1000만 명에 달하는 ‘공룡 플랫폼’이 태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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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세계관의 에스파 [SM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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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도 손해는 아니다. SM이 운영하고 있는 공연 중계 플랫폼 ‘비욘드 라이브’가 운영 초기 네이버 ‘브이 라이브’를 통해 이용자 유입을 늘렸지만, 지난해 브이라이브가 하이브와 손을 잡으며 교류가 끊겼다. “하이브와의 플랫폼 협력은 어떤 형태로든 이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무엇보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가 얻는 것이 적지 않다. 그토록 원하던 ‘아티스트 IP’ 파워를 가지게 됐다. 그간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카카오가 저평가받은 이유는 기존 빅4 기획사(방탄소년단, 블랙핑크, 엑소·NCT, 트와이스)와 같은 ‘슈퍼 IP’가 없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SM 인수가 카카오에 얻을 것이 많다”고 분석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카카오는 이제 아이유 소속사 이담을 비롯해 스타쉽, 안테나 등 총 11개의 엔터테인먼트사는 물론 보아부터 NCT, 에스파까지 SM의 아티스트 IP를 품을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한 무궁무진한 스토리텔링도 가능하다. ‘초능력’을 가진 엑소, ‘가상인간’ 에스파, SMCU(SM컬쳐유니버스)로 상징되는 광야 등 탄탄하고 유기적인 세계관을 구축해온 SM 아티스트는 ‘K팝계의 마블’이라 불릴 만하다.

‘SM 인수전’에 깊이 개입한 한 관계자는 “3사 모두 K-팝으로 글로벌 시장의 메인스트림에 서며 경쟁력을 가지고 싶어한다는 교집합을 확인했다 점이 이번 합의의 배경에 있다”며 “카카오는 이제 SM의 IP를 활용해 미디어콘텐츠·웹툰·웹소설 등 K콘텐츠의 강점을 살려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가속화할 수 있고, 하이브는 플랫폼을 비롯해 카카오와의 여러 사업이 협력으로 경쟁력 강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봤다.

다만 다소 ‘불편한 동거’는 예상된다. SM의 경영권을 가진 카카오의 등판, 카카오와 하이브의 ‘다양한’ 사업 협력으로 난데없이 네이버와 카카오가 ‘K팝 경쟁자’로도 만나게 됐기 때문이다. 플랫폼을 비롯해 웹툰, 웹소설 등 핵심 사업 영역이 겹치는 양사의 어색한 만남이 된 셈이다.

뿐만 아니라 지분 구조도 풀어야 할 과제다. 하이브가 여전히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로부터 사들인 지분 15.8%를 가지고 있다. 이번 협상 테이블에선 하이브의 지분에 대해선 논의되지 않았다. 가요계에선 여러 관측이 나온다. 하이브가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을 던질 가능성, 하이브가 지분을 쥐고 향후 SM 플랫폼 협의에 활용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후자의 전략을 더 높이 점치고 있는 상황이다. 하이브는 “SM 주식을 어떻게 할 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결정된 내용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현재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공개매수를 이어간다. 카카오에선 양측의 합의로 SM의 주가가 안정화에 접어들면 공개매수에서도 긍정적인 결말이 나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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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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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와 전방위 협력…SM의 미래는?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을 가져오며 양사의 사업협력계획서의 구체화 과정이 주목된다.

앞서 SM은 카카오와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카카오엔터와 북미 합작법인 설립하는 것은 물론 미주 거점의 신인그룹 데뷔, 카카오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을 통한 SM 가수들의 음원·음반 및 공연 티켓 유통 등 주요 핵심 사업들을 협력한다. 해당 내용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사업협력계약을 맺은 이후 세부안을 짜야 하는데 그간 지분 인수 등의 복잡한 과정으로 한 달간 세부 논의를 하지 못했다”며 “이제 세부안 수립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K-팝 산업을 닦은 선구자의 역할을 해온 SM은 이제 카카오와 함께 새롭게 도약할 채비를 하고 있다. SM은 카카오와 하이브의 합의 이후, “SM은 이제 주주, 구성원, 팬과 아티스트에게 약속한 ‘SM 3.0’ 전략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팬, 주주 중심의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회사로의 도약이라는 미래 비전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첫 단추는 음반 제작 방식의 변화다.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원톱 체제’를 벗고 멀티 제작 센터의 운영, 독립된 레이블을 통한 콘텐츠 제작이다. 이를 바탕으로 2025년까지 ▷활동 아티스트(가수) 수 21팀 이상 ▷ 연간 음반 출시 횟수 40개 이상 ▷ 연간 음반 판매량 2700만장 이상 ▷ 연간 공연 횟수 400회 이상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더불어 2025년 주가 36만원, 매출 1조8000억원, 영업익 5000억원을 기록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직 남은 과제도 많다. 1세대 K팝 그룹부터 H.O.T.를 시작으로 지난 30년 가까이 명실상부 1등 기획사 자리에 올랐던 SM은 3세대 K-팝 그룹 시장이 열리며 주춤하게 됐다. 하이브의 방탄소년단(BTS), YG의 블랙핑크, JYP의 트와이스 등이 치고 나오는 3세대 시장에서 밀려난 와중에 후발주자 하이브와 IT 공룡 카카오가 뛰어든 ‘인수 전쟁’의 한복판에서 SM 관계자들의 자존심이 다치게 됐다.

지난 한 달 넘게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는 동안 끝도 없는 폭로전이 이어지며 에스파의 컴백 지연 이유를 포함한 SM의 치부가 낱낱이 공개됐다. 팬들의 우려도 컸다. 당시 에스파 콘서트 현장에서 만난 이설(26) 씨는 “SM의 경영권 확보를 놓고 팬들의 지지를 얻고 싶어 아티스트의 활동을 걸고 협박한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을 정도다. 이 과정에서 SM 임직원 협의체는 ‘하이브의 인수’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냈고, 아티스트 역시 현 경영진의 곁에 서서 ‘새로운 SM’을 다시 꿈꿨다. 이젠 SM의 경쟁력 강화, 위상 제고와 더불어 지난 25년 넘게 K팝을 일군 독창적인 문화를 만든 자부심으로 함께 한 SM 임직원과 아티스트, 팬덤의 내상 회복도 필요한 시점이다.

카카오와 하이브의 극적인 합의로 일단락된 만큼 오는 31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하이브 측 사내이사 후보들은 사의를 표명할 예정이다. 앞서 SM 현 경영진 측이 올린 장철혁 CFO, 김지원 마케팅센터장, 최정민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장을 사내이사 후보로 올렸다. 사외이사 후보로는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김태희 법무법인 평산 변호사, 문정빈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민경환 블로코어 파트너, 이승민 피터앤김 파트너 변호사, 조성문 차트메트릭 대표 등 6인을 선정했다. 기타비상무이사 후보로는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와 장윤중 카카오엔터 글로벌전략담당 부사장이 선정됐다. 한 관계자는 “이사진 후보에 대해선 현재 논의되는 부분은 없지만, 카카오의 경영권 확보로 상황이 달라졌기에 조정 가능성도 있다. 양측이 협의해 결정해나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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