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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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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 못 춘 유튜버…與 전당대회 결과에 “집단지성으로 극우에 선 그어”[정치 인&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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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삼 탈락, 전당대회 최대 이변으로 꼽혀

강신업·김세의·신혜식 등 컷오프

당내 “지도부에 유튜버 적합하냐는 의문”

동아일보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들이 2일 오후 경기 고양시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3·8전당대회 서울·인천·경기 합동연설회에서 손을 잡고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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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민영삼의 탈락을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8일 치러진 국민의힘 전당대회 결과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만큼 민영삼 전 윤석열 대선캠프 국민통합특보의 최고위원 선거 탈락은 이번 전당대회 최대 이변으로 꼽힌다.

전당대회 직전까지만 해도 여권에서는 민 전 특보의 지도부 입성을 기정사실로 여기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구독자 113만 명의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 ‘따따부따’를 운영하는 민 전 특보는 당원들 사이의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기록했기 때문.

리얼미터가 지난달 21일부터 이틀 동안 전국 성인 남녀 1004명(국민의힘 지지자 4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 선호도 조사 결과 민 전 특보는 14.8%로 1위를 기록했다. 여론조사공정이 지난달 27일부터 이틀 동안 국민의힘 지지층 48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선 민 전 특보는 15.6%의 지지율로 1위(조수진 최고위원)와 0.1%포인트 차로 2위에 올랐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하지만 민 전 특보는 최고위원 선거 득표율 11.08%를 기록하며 5위로 낙선했다.

민 전 특보의 낙선 배경으로는 ‘정체성’이 우선 거론된다. 민 전 특보는 1985년 정대철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의 비서로 정계에 입문해 30여 년을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 활동했다. 하지만 2020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입당했고, 2021년 윤석열 대선캠프에 합류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 전 특보의 역량과는 무관하게 당에서 보낸 시간 자체가 적다 보니 당원들 사이에 ‘정말 우리 당 사람인가’라는 의문이 있었다”면서 “당 안에서 의원 입법 활동 등으로 기여한 사람과, 당 밖에서 유튜브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쌓은 사람 중에 누가 지도부에 적합한지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출신으로 민 전 특보와 마찬가지로 ‘귀순용사’라는 점을 강조한 태영호 의원의 경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는 등 원내 활동으로 당에 기여한 점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다른 후보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조직력의 한계’가 있었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9일 YTN 라디오에서 “민 전 특보는 그냥 유명 유튜버일 뿐 당 조직표가 거의 없었다”고 했다. 전당대회 직전 친윤(친윤석열) 진영은 윤석열 대통령의 경선캠프 대변인을 맡았던 김병민 전 비상대책위원을 조직적으로 밀었다. 김 전 비대위원은 16.10%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2위로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아울러 유튜브라는 매체 자체에 대한 당원들의 ‘비호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내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일부 당원들이 보수 유튜브 채널을 좋아하는 것과 보수 유튜버가 당 지도부에 들어가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라며 “집권 여당의 지도부라면 눈앞의 이익보다는 당과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며 소신껏 발언해야 하는데 구독자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유튜버가 이에 적합하느냐는 의문이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에는 민 전 특보 외에도 극우 성향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와 ‘신의한수’를 각각 운영하는 김세의 신혜식 대표, 김건희 여사 팬클럽 ‘건희사랑’ 전 대표로 유튜브 채널 ‘강신업TV’를 운영 중인 강신업 변호사 등이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이들은 지난달 6일 예비경선(컷오프)에서 부적격 판단을 받으며 모두 탈락했다.

당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전당대회는 당의 얼굴을 뽑는 축제인데 과격 성향과 언행으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유튜버들의 경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선관위 내 공감대가 있었다”고 컷오프 배경을 설명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에 도전했던 보수 유튜버들의 탈락을 놓고 “당원들의 극우 유튜브 채널과 명확하게 선을 긋는 집단지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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