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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 (일)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 “尹대통령, 여러 현안서 결단력 발휘… 성공한 정부 될 것” [세상을 보는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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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정치 경험 적지만 보석의 자질 갖춰

공정·상식·법치의 원칙 대응 국민 지지

日 강제동원 해법, 최상 아니어도 최선

인사의 합리와 공정·투명성 위해서는

소신과 강단 지닌 민정수석 부활 필요

검찰 출신 중용, 비판만 받을 일 아냐

국정은 나의 반대편 있음을 전제해야

여러 분야 어려움 前 정부 탓 있지만

이젠 남 탓 그만… 실천적 정책 내놔야

‘4번 구속에 4번 무죄’, ‘직언하는 청와대 참모’, ‘중도 개혁 성향의 정치인’.

국회부의장을 지낸 박주선(73) 대한석유협회장에 붙는 주요 수식어다. 1998년 2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이던 그는 김대중(DJ)정부의 청와대 법무비서관에 발탁됐다. 검찰총장감으로 불리며 승승장구했던 그의 인생은 이른바 ‘옷로비 의혹’으로 뒤바뀌었다. 정치에 입문해 16, 18∼20대 4선 의원을 지내고 20대 국회에선 부의장을 맡았다.

세계일보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이 지난 10일 세계일보 회의실에서 1년 전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의미와 기대 등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그는 “새 정부가 이제는 전 정부 탓만 할 건 아니다”라면서 “어떻게 고치고 바꾸고 치료하겠다는 실천적인 정책을 내놓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남정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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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출신으로서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 지지를 선언하고 선거운동을 도왔다.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위원장까지 맡아 새정부 출범의 문을 활짝 열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10월 석유협회장이라는 다소 의외의 자리를 맡았다. 검찰 출신 전성시대라는데, 대통령을 보좌하는 자세와 DJ 리더십 등에 대한 그의 얘기를 들었다. 인터뷰는 지난 10일 세계일보 회의실에서 이뤄졌다.

―석유협회장은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는데.

“처음에 사양했다. 순수 민간 단체다. 정유 4사가 공동 이익을 도모하고 소비자 권익 신장을 위해 공동 대처할 사항을 연구하는 곳이다. 석유 판매 영업 행위나 석유 정제와 관련된 전문적 기술이 꼭 필요한 곳은 아니다. 세계 유가 동향을 점검하면서 정보를 취득·평가해 정유사 경쟁력을 높이는 단체다.”

―1년여 전 대선이 있었다.

“정치 일선을 떠난 상태였으나 나라의 기본과 원칙이 너무 무너져 재도약하는 대한민국을 만들려면 정권 교체가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미력하나마 역할을 하는 것이 도리이자 사명이라고 생각해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다. 정치 경험이 적어 방대한 국정을 파악해 이해하고 계획하는 데 시일이 걸리더라도, 원석을 갈고닦으면 보석이 되듯 보석의 자질을 갖췄다고 생각했다. 정권 초기 몇 차례 인사 검증 실패가 침소봉대된 데다가 근소한 표차로 당선된 대통령에게 인내 내지 밀월의 시간을 주지 않고 바로 성과를 기대하고 독촉하면서 혹평이 많았다고 본다. 그래도 여러 현안에 과감하게 결단력을 발휘함으로써 국민 지지를 받는 부분도 많아 갈수록 성공한 정부의 길로 갈 것으로 본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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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부분이 지지를 받는다고 보는지.

“공정과 상식, 법치를 내세워 원칙적인 대응을 잘했다. 안보 위협이 큰 상황에서 한·미동맹이 걱정스러울 정도였는데 원 모습을 복원했다. 일제 강제동원 문제도 무한정 방치하고 회피할 사안이 아니었다. 외교는 상대가 있다. 문재인정부 5년 동안 아무 결과물도 도출해 내지 못했다. 이번에 윤 대통령 조치는 1998년 DJ와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 선언의 연장선상에서 최상의 해법은 아니더라도 최선의 해법은 된다고 평가한다.”

자연스럽게 대화가 DJ 관련으로 이어졌다. 그는 “참모가 잘난 체하는 내용이나 모습만 공개되고 대통령께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면서 조심스런 모습이었다.

사실 그는 1998년 2월 청와대로 가기 전까지 DJ와 아무런 인연이 없었다. 운명처럼 1997년 8월 김태정 법무차관이 검찰총장에 올랐다. 김 총장은 광주고 8년 후배이자 검찰에서 5차례나 같이 일한 그를 수사기획관에 기용했다. 대선을 코앞에 둔 10월21일 검찰의 ‘DJ비자금 수사 유보’는 두 사람이 이뤄낸 합작품이었다. 그는 “김 총장에게 ‘검찰이 정의로워야 한다. 대선 이후 엄정히 수사해야 한다. 지금 수사를 빙자해 대선에 검찰이 개입한다는 비판을 받아서는 안 된다. 여당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분위기가 검찰에 강하므로 검찰총장 결정에 반발이 있을 수 있다. 김영삼 대통령을 만나 큰 정의를 위해 작은 정의를 희생하자고 설득해야 한다’고 건의했다”고 소개했다.

세계일보

―DJ와 첫 면담에서 기억은.

“1998년 2월25일 DJ가 취임하고 오후 4시 면담에서 ‘50년 만에 이룬 여야 정권 교체 의미를 국민에게 심어줘야 한다. 창업과 수성은 다르다는 측면에서 보좌하겠다. 대통령과 악연이 있는 검찰 출신으로서 앞으로 대통령 같은 다른 피해자를 만드는 검찰이 안 되도록 검찰을 바로 세우는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랬더니 DJ가 ‘맞아요.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섭니다’라면서 좋아했다.”(※김대중 대통령은 1998년 4월9일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썼다.)

―경험해 본 DJ의 리더십은.

“모든 사안에서 난 참모로서 논리가 있고 대통령은 소신이 있다. DJ가 훌륭한 게 보고하면 ‘그래요? 난 생각 못했소. 그럼 그렇게 하시오’라고 한다. 국가 원수가 그렇게 말하기가 쉽지 않다. 그분을 존경한다. 논리에 합리가 있고 사심이 없다. 어떤 때에는 대통령과 1시간 논쟁을 벌인 적도 있다. 끝내 ‘알았어요. 그렇게 해요. 그렇게 해’라고 했다.”

―사실상 민정수석 겸 인사수석 아니었나.

“(웃으면서) 다른 수석들이 해외 출장 갔다 와서 넥타이를 사준 걸 보면 센 자리였던 것 같다. 한번은 모 장관이 찾아와서 ‘일주일 전에 대통령이 A씨를 B공기업으로 보내라고 했는데 진행이 왜 안 되냐고 역정을 냈다’고 하더라. DJ 미국 망명 시절 도움을 준 인사였다. 자료를 정리해서 판단해 보니 맡기기에 부적절했다. 대통령에게 누가 될 인사였다. 대통령에게 관련 보고를 하니까 DJ가 ‘그 사람, 좋은 사람이에요. 빨리 시키세요’라고 했다. 그때 김홍일 의원에게 들은 제스처가 나왔다. 내정 직후 만난 김 의원이 “아버님이 두 손으로 얼굴을 쓰다듬거나 두 귓불을 잡아당기고, 이마를 두 번 닦으면 아직까지는 견해를 한 번도 바꾼 적이 없다’고 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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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통령이 그 행동을 했다는 건가.

“3쪽 보고서 중 1쪽이 넘어가기 전에 얼굴을 쓰다듬었다. 2쪽으로 넘어가니 귓불을 잡아당기고 ‘마지막 한 쪽 남았다’고 하니 창밖으로 눈을 돌렸다. 사직을 각오하고 재고를 요청했으나 ‘시켜요’만 되풀이했다. 이튿날이 1999년 7월9일일텐데, 청남대에서 휴가 중이던 DJ가 통화에서 ‘그 얘기 다시 해보라’고 해서 그대로 다시 보고했다. DJ가 ‘왜 장관은 그런 얘기를 안 한 거죠’라고 해서 ‘국가 원수이자 임명권자인데, 장관 입장에서는 대통령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보고를 못 드린다. 그래서 비서가 필요한 것 아니겠느냐’고 얘기했다. 결국 DJ는 ‘안 되겠네요. 시키지 맙시다’라고 하더라.”

―DJ 신임이 컸던 것 같다.

“1999년 10월23일 DJ가 오후 8시까지 대통령 관저로 들어오라고 해서 갔다. 이희호 여사와 있었다. DJ가 ‘당신처럼 영민한 사람을 본 일이 없다. 소신을 가지고 직언해 주니 너무 고맙다. 이대로 나를 도와주면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해서 ‘대통령을 모시는 비서로서 소임을 하고 있을 뿐인데 비서에게 은혜라는 말은 너무 과분하다’고 했다. 그랬더니 ‘정말 은혜를 입고 있다’고 또 말하더라.”

―윤 대통령도 DJ처럼 민정수석을 없앴다.

“DJ는 민정수석을 법무비서관으로 대체했다가 결국 부활시켰다. 인사의 합리와 공정, 투명성을 위해서는 합리적인 소신과 강단을 지닌 민정수석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본다.”

세계일보

―검찰 출신을 너무 중용한다는 비판도 있다.

“검찰에서 바로 정부 요직으로 직행하는 경우도 있고, 한때 몸담았더라도 여러 분야에서 경륜을 닦은 사람도 있다. 역량과 능력과 자질을 갖췄다면 검찰 출신이라고 비판만 할 일은 아니다. 인사권이 남용되거나 사적 동기에 의해 오용되지 않는 이상 과도하게 뭐라고 할 건 아니다.”

―윤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조언한다면.

“대한민국은 5300만명의 생각이 각자 다르다. 공약수를 만들어 합리적이면서 누가 봐도 동의할 목적과 방향을 설정해 함께 가도록 하는 건 쉽지 않다. 모든 사람은 나의 반대편에 있음을 전제하고 함께 갈 수 있기를 모색해야 한다. 또 하나는 현 정부가 여러 분야에서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게 전 정부 탓도 있겠지만 새 대통령이 당선된 지 1년이 다 된 만큼 전 정부 탓만 할 건 아니다. 지금은 원인을 앞세우기보다 어떻게 고치고 바꾸고 치료하겠다는 실천적인 정책을 내놓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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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지역에선 서운해하지 않는지.

“호남도 변해야 한다. DJ는 사형선고를 내린 세력도 용서했고, 정치 활동 기간 내내 가택연금하고 구속한 박정희 대통령 세력과 DJP 연합을 해 정권을 교체했다. DJ정신을 계승하고 존경한다는 호남인이라면 DJ의 생각과 행동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호남인으로서 자부심과 긍지가 아닌가.”

―정치권에 바람이 있다면.

“정당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형성해 실천하고 국민 뜻을 얻는 역할을 해야 한다. 반면 국회는 국민 대표 기관으로서 주권자인 국민 위임을 받아 역할을 한다. 국가와 국민 편에 서야 하므로 진정한 여당, 야당의 역할에 대해 새삼 한번 돌아보고 자세를 정립해야 한다. 정쟁만이 아니라 협력과 협조가 더 필요한 시기다.”

박희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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