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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이슈 세계와 손잡는 K팝

방시혁, 빅4 후발주자에서 K팝 리더로…“K팝 위기는 BTS 부재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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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관훈포럼 기조연설

K팝 진단ㆍSM 인수전 소회

BTS, 입대2025년 복귀 희망

헤럴드경제

방시혁 하이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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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지금은 K-팝의 위기입니다. 첫 번째 이유는 방탄소년단의 부재죠.”

모두가 K팝의 성취에 취해 있을 때, 세계적인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키운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현 상황을 냉정히 진단했다. 소위 말하는 가요계 빅4(SM, YG, JYP, 하이브) 중 후발주자였던 하이브는 이제 명실상부 K-팝을 이끄는 리더가 됐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15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선 열린 관훈포럼에 참석, 기조연설을 통해 K-팝 업계에 대한 진단과 방탄소년단의 향후 활동 계획을 비롯해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을 마무리한 소회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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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인수전 그 후…“졌잘싸, 만족한다”지난 한 달여간 이어진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은 카카오와 하이브의 등판 이후 내내 대결 구도가 만들어졌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박진감 넘치는 드라마는 하이브의 결단으로 막을 내렸다. 카카오 측이 먼저 손을 내밀었고, 하이브는 숙고 끝에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을 내줬다. 대신 플랫폼을 포함한 다양한 사업 협력으로 실리를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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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의장은 인수전을 마무리한 배경에 대해 “하이브스럽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을 원치 않았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고 하는데, 그렇게 봐줘도 좋다”며 “특히 우리 미래에 가장 중요한 축인 플랫폼에 관해 카카오와 합의를 끌어내 개인적으로는 아주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브가 SM 인수 카드를 내부 논의에 올린 것은 2019년이었다. 그는 “2019년에 이미 오퍼(제안)를 조용히 두 차례 넣었다. 여러분이 루머로 들었듯이 거절당한 것도 맞다”며 “내부적으로는 글로벌 성장 동력 일환으로 K팝의 덩치를 키울 필요가 있다는 찬성 의견이 있었고, 그 정도의 돈을 글로벌 시장에서 좀 더 미래적·혁신적으로 쓰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반대 의견도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다 SM엔터테인먼트가 지난 1월 말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의 배제를 골자로 하는 ‘SM 3.0’을 발표하고, 카카오와 협력한 뒤 이 전 총괄로부터 지분 인수 의향을 묻는 연락을 받았다. 이후 일은 긴급하게 추진됐다.

인수를 중단한 것은 대승적 차원의 결단이었다. 방 의장은 “하이브는 ‘하이브스러움’이라는 게 있다. (SM 인수가) 하이브스러운 결정이냐고 논의를 했다”며 “어느 순간에도 합리적이고 맞는 결정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처음 인수전에 들어갔을 때 생각한 가치를 넘어서려 하는 상황에서 시장이 이리 과열됐는데 주주 가치를 훼손하고 시장 질서를 흔들면서까지 전쟁으로 바라보고 들어갈 수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고 인수 중단 배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의 본질은 아티스트와 팬의 행복인데 ‘이렇게까지 아티스트와 팬이 괴로운 상황이 되는 게 맞는가’라는 고민에 슬펐고 밤잠을 설쳤다. 그분들(아티스트·팬)에게 미안하다고 이야기하는 게 도리하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카카오와의 협상 이후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에게도 이 과정을 설명했다. 이수만은 이에 대해 “이길 수 있는데 왜 그만하지”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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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빅히트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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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리더의 ‘위기 진단’“K-팝 성취에 만족하기 보다는 위기감 가져야 할 때다.”

방 의장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삼성이 있고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현대가 있듯 K-팝에서도 현 상황을 돌파해 나갈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등장과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글로벌 K팝 아티스트는 있지만 걸출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아직 없는 현실은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할 산업적 힘에 대한 걱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방 의장은 “글로벌 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국내에 거점을 둔 주요 K-팝 회사의 글로벌 음반·음원 시장 전체에서의 매출 점유율은 아직 2% 미만”이라며 “현재의 K-팝은 세계 시장에서 ‘골리앗’과 같은 메이저 3개 기업(유니버설·소니·워너) 틈에 있는 ‘다윗’”이라고 했다.

방 의장은 지금은 미국 주류 음악시장에서 K-팝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는 때라고 분석했다.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도 2021년 대비 작년 K팝 음반의 진입 횟수가 약 53%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음반 수출량 역시 2020년부터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방 의장은 “K-팝 위기의 첫 번째 이유는 방탄소년단의 부재”라고 짚었다. 그는 “방탄소년단이라는 IP(지식재산권)가 있어서 생기는 낙수 효과는 국내에서 아는 것과는 굉장히 다르다. 침투도나 인지도 조사를 해 보면 K팝보다 방탄소년단이 훨씬 외연이 넓고, 방탄소년단을 빼면 시장이 좁아지는 것도 사실이다”라며 “하지만 방탄소년단이 내일이라도 복귀하면 (성장세가) 돌아오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이미 (성장 둔화라는) 경향성은 시작됐기에 방탄소년단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우리가 뭔가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K-팝은 독특하다. 음악이면서 이 음악을 만들기 위한 제작 시스템, 음악을 구성하는 ‘안무, 스타일, 뮤직비디오, 노랫말, 장르’ 등의 요소, 팬들의 소비 행태 등 모든 것을 망라한다.

방 의장은 “K-팝을 장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팝은 여러 가지 음악이 섞여서 그 시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이지, 장르로서 음악적으로 정의되지 않는다”며 “K-팝의 음악적 장르는 그냥 팝이다. 그러나 K-팝의 실체는 팬들의 소비 행태, 제작·산업 시스템, 계약 구조 등 모든 것을 통틀어서 하나의 문화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K’라는 단어가 희석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우리가 더 많은 해외 장르·레이블과 협업하고, 나아가 완전히 외국인 멤버로만 구성되고 그것이 K팝 회사에서 나왔다는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의 경계까지 가야 한다”라며 “K가 한국이 아니라 K-팝이 하나의 특정한 ‘시스템’으로 정의될 정도로 확장하는 것이 우리가 이야기하는 위기를 해소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 K의 정체성을 고수해 나가는 방식은 성장 둔화 위기 상황을 해소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내 기본적인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방탄소년단은 “방탄소년단이라는 아티스트가 전 세계에서 사랑받게 되고 저 역시 이를 발판 삼아 글로벌 마켓에서 사업을 펼쳐가면서 K팝의 ‘K’가 가지는 의미를 되새겨 보게 됐다”며 “K팝은 문화로서도 산업으로서도 ‘K’라는 글자가 가진 힘을 증폭시키는 한 축이 돼 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K팝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주류 시장에서 인지도·영향력 확대, 시스템 개선과 건강한 경영방식 도입, 플랫폼 개발을 통한 기반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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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와 방탄소년단의 미래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순차적 입대가 이어지고 있다. 하이브를 비롯해 멤버들은 “2025년 완전체 활동 재개 희망”을 밝히며, 새로운 활동 방향을 그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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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의장은 “(멤버들의) 입대 시점은 사실 개인정보에 더 가까운 것이라 말하긴 어렵다”며 “다만 기존에 여러 번 말씀드린 대로 입대 시점이 정해지면 순차적으로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방 의장은 “우리도 멤버들도 2025년 정도에는 (완전체 활동을) 재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이야기를 드렸다”며 “이것을 타깃이 돼 있는 해로 생각은 하지 않아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대라는 문제가 뜻대로 해결되는 것만은 아니고, 갔다 온 뒤에도 복귀를 위한 준비가 필요하기에 어떤 ‘약속된 해’로 운영할 수는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다만 이것이 ‘붕뜬 희망’이 아니라 정말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는 것은 양자가 다 합의한 바”라고 했다.

방탄소년단이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올 2025년이 되면 이들의 재계약 이슈도 떠오를 시점이다. 방 의장은 “방탄소년단 정도 그룹의 재계약은 사회적 파장이 커서 조심스럽다”며 “방탄소년단 같은 경우 투명성을 위해 계약 기간을 공개해왔고 아직은 좀 남아 있다. 그 기간에 이야기하게 될 것이고, 그 이야기가 끝나고 말하는 게 아티스트와 팬에 대한 예의일 것 같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의 군 복무를 둘러싼 문제는 대중문화예술인의 병역 특례 문제로 확산되며 치열한 갑론을박을 불러왔다. 멤버들은 애초 공표한 대로 전원이 군 복무를 이행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방 의장은 “개인의 커리어(경력)와 국가적 자산으로 볼 때 군 입대가 손실이 없다고는 말씀드릴 수 없다”며 “커리어의 연속성이나 국가적 자산의 가치가 단절되거나 떨어지는 부분은 사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개인이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군대의 의무를 기쁘게 받아들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라며 “국가가 이렇게 의사결정을 했고, 그것에 대해 아티스트들은 거의 3년에 걸쳐서 계속해서 ‘우리는 부르는 순간에 가겠다’고 말씀드렸다. 지금 (군대에) 가게 된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브의 주축인 방탄소년단은 순차적 입대로 자리를 비우지만, 하이브는 더 큰 무대를 향해가는 미래 전략을 세웠다. 방 의장은 2005년 하이브의 전신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설립 이후, 2013년 방탄소년단이 데뷔하며 세계적인 그룹으로 키웠다. 현재 하이브는 놀라운 성장을 기록한 회사가 됐다. 국내 연계기획사 중에서도 가장 선도적으로 멀티 레이블 체제를 구축, 빅히트뮤직을 비롯해 빌리프랩(엔하이픈), 쏘스뮤직(르세라핌), 플레디스(세븐틴), KOZ(지코), 어도어(뉴진스) 등을 통해 무수히 많은 히트곡과 히트메이커를 쏟아냈다.

방 의장은 “요즘은 5년 후가 됐든, 10년 후가 됐든 ‘방시혁 다음’을 준비하는 데 많은 힘을 기울이고 있다”며 “회사 안에 많은 제작자와 크리에이터(창작자)를 육성하며 멀티 레이블 체계를 구축한 것은 그러한 고민의 결과물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의 전략은 장르별로 톱 티어 레이블과 매니지먼트 회사를 연결하고, 그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해 ‘더하기’가 아닌‘ 곱하기’로 가자는 것”이라며 “프로듀서들, 즉 크리에이터(창작자)를 데리고 있는 매니지먼트사를 회사 안(이너 컴퍼니·Inner Company)으로 들인다는 계획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은 점차 확산되고 있다. 방 의장은 “지금은 라틴 시장에서 톱 티어 레이블들을 (인수를 위해) 보고 있다. 그들 중에 우리와 철학이 맞고 미래 혁신에 관심이 있는 분들, 우리가 가진 인프라에 도움을 요청하는 회사를 인수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동시에 미국에서 핫(Hot)한 프로듀서를 데리고 있는 레이블을 한두 개 정도 보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 음악 시장 안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되는 것이 우리의 첫 번째 목표다. 미국에서 굉장히 존재감 있는 회사로 커나갈 계획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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