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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기획]제조산업도시 포항, 디지털 생태계 조성 미래 효과 가장 뚜렷한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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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독일에서 시작된 '인더스트리4.0'은 제조산업 전반의 디지털화가 핵심 동력이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20년 '디지털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라는 용어는 우리나라에서 모든 산업에 반드시 적용해야 할 전략으로 통했다.

제조산업의 디지털화는 단순히 생산의 효율을 넘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요소가 됐다. 디지털 기술이 기존 산업과 만나 해당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전통산업이 신성장산업으로 체질을 바꾸는 것이 바로 디지털혁신의 지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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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달 열린 'IT리더스포럼 조찬간담회'에서 '글로벌 과학기술, 디지털 모범국가실현'이라는 주제 강연에서 “과학기술과 디지털혁신으로 전략기술과 미래산업을 육성하고, 디지털을 산업과 사회 전반에 확산해 새로운 성장돌파구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과기정통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역 디지털혁신거점 조성사업은 지역 소멸과 산업위기에 봉착한 비수도권 지역에 디지털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경제를 지탱해온 제조 기반 주력산업에 디지털 기술을 융합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균형발전 효과 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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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혁신거점이 지역경제에 제대로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로 자리매김하려면 무엇보다 지역에 특화된 제조산업뿐만 아니라 기존 산업과 융합할 수 있는 미래산업도 갖춰져 있어야 한다. 첨단과학기술 거대시설과 연구소가 있다면 더없이 좋은 조건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디지털 혁신거점이 조성된 후 디지털 인재와 기업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효과가 뚜렷하고, 산업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환경으로 자생할 수 있는지를 면밀히 들여다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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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산업도시 경북 포항은 디지털 혁신거점의 테스트베드로서 최적 조건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철강산업을 이끌어온 포항은 제조업이 38.9%인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 포스텍(포항공대)과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포항방사광가속기연구소, 한국로봇융합연구원 등 첨단 과학기술 기반과 함께 연간 3000명에 가까운 우수 소프트웨어(SW) 관련 인재를 배출하는 도시다. 과학기술과 산업의 디지털 융합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최적 입지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과 인재유출로 도시 경쟁력이 점차 약화하는 추세는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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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와 포항시, 포항테크노파크 경북SW진흥본부가 포항에 디지털 기업과 인재가 모이는 디지털 혁신거점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올해부터 오는 2025년 말까지 3년동안 1단계 사업으로 포항 지곡일대에 디지털혁신거점을 구축해 사업화연계기술개발(R&BD), 중소·중견 기업지원, 인재 지역정착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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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7월 문을 연 체인지업그라운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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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25년부터 2030년까지 6년간 포항(거점)을 중심으로 주요 도시 4곳과 연계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2단계 사업도 예비타당성조사대상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마련했다. 전문가들은 포항에 디지털 혁신거점을 구축함으로써 생산유발효과 2791억원, 일자리 창출 1826명 등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철강산업 쇠퇴와 인구소멸을 극복하기 위해 지역 주력산업 및 신성장산업과의 디지털 융합, 디지털 생태계 조성의 필요성과 향후 방향에 대해 역내외 기업인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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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케이모터스 대표


◆김종현 케이모터스 대표 “포항은 과학기술과 기업지원 인프라가 풍부한 기업하기 좋은 도시”

“포항은 이차전지 리사이클링 특구지역이며, 포항테크노파크와 포스텍,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등 인프라가 잘 갖춰진 전국에서 몇 안되는 기업하기 좋은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포항에서 배달라이더용 전기이륜차를 개발 및 제작하고 있는 케이모터스 김종현 대표는 “포항이 이차전지를 이용해 사업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더 없이 좋은 곳”이라면서 “그러나 지역에 있다는 이유로 젊은 인재들의 관심에서 밀려나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런 이유로 필요한 인력을 제때 구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배달라이더를 만족시킬만한 전기이륜차가 별로 없다는 판단에 따라 현재 포항에서 기술개발과 제작사업을 하고 있다”면서 “디지털 생태계 구축으로 우리 같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연구개발 장비, 인력, 입지 등이 원활하게 지원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케이모터스는 앞으로 포항에서 전기이륜차 충전사업, 전기이륜차 튜닝사업 등 사업영역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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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인범 폴라리스3D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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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인범 폴라리스3D 대표 “우수한 기술인재 확보 장점…투자유치는 지방의 한계”

포스텍 박사과정 출신이 모여 창업한 스타트업 폴라리스3D의 곽인범 대표는 포항에 본사를 둠으로써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은 우수한 기술인재 확보라고 꼽았다. 자율주행에 대한 자체 SW알고리즘 등 로봇 구동 핵심기술 구현이 중요한 만큼 포스텍이라는 우수 인재양성기관이 인접해 있다는 점은 장점이다. 하지만 최근 프리시리즈A 투자를 어렵게 유치한 이 업체는 투자유치과정에서 본사가 지방에 있다는 이유로 투자기회가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곽인범 대표는 “사실 지방에 있으면 투자유치활동을 위한 경제적·시간적 비용이 많이 들고 네트워크 범위가 좁아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AI로봇기업 특성상 포스코와의 연관성이 부족하다는 점도 단점”이라고 꼽았다. 그는 또 “타지역에서 우수한 인재를 뽑을 경우 거주비와 귀향비 등을 지원하고 있는데 그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곽 대표는 “정보기술(IT) 관련 스타트업이 포항이라는 지방에 정착하려면 디지털혁신거점 구축 등을 통해 포항에 인재가 자연스럽게 모여들 수 있도록 정부과 지자체의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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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철 휴비즈아이씨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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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철 휴비즈아이씨티 소장 “디지털 트윈 기술로 지난 20년간 포항과 동반 성장”

디지털 트윈 기술을 기반으로 한 메타팩토리 선두기업 휴비즈아이씨티는 포항에서 20여년간 활동하며 지역인재 채용과 포스코 등 다양한 제조업과의 협업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이인철 휴비즈아이씨티 소장은 “제조업에 디지털 트윈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생산라인 완전 자동화, 데이터의 실시간 수집 가능한 사물인터넷(IoT) 인프라가 필수조건인데 포항은 관련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이 잘 갖춰져 있다”면서 “특히 스마트팩토리 등대공장 포스코는 제조업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DX솔루션 개발 및 실증의 최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제조 인프라가 풍부한 포항에 디지털 생태계가 조성된다면 구인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 소장은 “휴비즈아이씨티는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기획하고 수행중인데 포스텍과의 산학협력을 통해 기술을 지원받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면서 “다만 IT 인력이 다양한 분야에 지원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제공받으려면 디지털 혁신거점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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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플라스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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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 플라스크 대표 “포스텍 출신 전문기술인재, 스타트업 성장의 발판”

포항에 본사를 둔 SW개발사 플라스크는 인공지능(AI)으로 3차원(3D) 애니메이션을 쉽고 빠르게 제작할 수 있는 브라우저 기반 저작툴 서비스 기업이다. 이준호 플라스크 대표는 포항과 깊은 인연이 있는 인물이다. 대구 태생이지만 포스텍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뒤 학생시절 창업해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포스텍에서 공부하며 지식과 소중한 인간관계를 쌓을 수 있었습니다. 플라스크 창업과 성장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도시가 바로 포항입니다.” 플라스크가 포항에 본사를 둔 이유는 이준호 대표가 포스텍 출신이기도 하지만 지역인재를 활용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대학시절을 포항에서 보낸 덕에 포항에 대한 애정과 연결성이 강하다”면서 “포항에는 석·박사 학위를 보유한 경쟁력 있는 우수인재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포항에 디지털 기반 기업 생태계가 조성된다면 경쟁력 있는 일자리 창출을 통해 지역으로의 인재유치 및 지역내 인재유출 방지 효과가 클 것으로 본다”며 “제조와 과학기술 기반이 탄탄한 지역에 디지털 인프라가 조성되면 지역내 기업 유입뿐 아니라 스타트업이 지역에서 창업하는 효과도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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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규 아우토크립트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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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규 아우토크립트 전무 “경북지역 자동차 기업과 다양한 협업…포항은 산업적·지리적 장점 큰 도시”

서울에 본사를 둔 자동차 보안 관련 전문기업 아우토크립트는 포항 등지에 사업장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북지역 자동차 관련 기업과의 협업, 지역 우수대학과 산학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아우토크립트는 C-ITS의 V2X통신과 전기차 충전의 차세대 기술인 플러그앤차지(PnC)를 위한 보안솔루션 등을 개발해 국내외 서비스에 적용하고 있는 기업이다. 2019년 IT보안기업 펜타시큐리티로부터 독립해 현재 모빌리티 서비스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 플랫폼을 개발 및 운영하고 있다.

정보보안 전문가인 심상규 아우토크립트 전무는 “포항이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기업에게 좋은 환경이 되기 위해서는 교통환경 개선, 기술과 인력 및 투자 등 창업하기 좋은 환경, 육아 및 교육 등 주거환경, 기업들이 신규 사업을 실행하기 좋은 환경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 전무는 특히 “포스텍과 RIST 등에서 배출되는 우수한 기술과 인력은 포항이 디지털혁신거점으로 성공할 수 있는 바탕이 될 것”이라면서 “지역기반 대기업 포스코는 벤처 육성에 대한 투자의지가 높고, 지역 대표 기업지원기관인 포항테크노파크가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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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호 에프원소프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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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호 에프원소프트 대표 “수도권 기업이지만 계획화된 디지털 거점 구축된다면 중소기업으로 이전가치 충분할 듯”

“모든 산업에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고, 디지털 기반 신산업분야는 특정 기술뿐 아니라 스마트팩토리, AI, 메타버스 등 다양한 기술이 융합된 제품과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오승호 에프원소프트 대표는 “다양한 기술 융합 제품과 서비스가 중요한 만큼 비수도권이라도 여러 산업기술을 보유한 관련 기업들이 모인 계획화된 지역 거점이 구축된다면 중소기업으로서는 충분히 이전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기 화성에 본사를 둔 에프원소프트는 AI팩토리, 디지털전환 솔루션 전문기업이다. 110여개 중소·중견기업에 차별화된 맞춤형 전사자원관리(ERP), 제조실행시스템(MES), 협력사관리시스템(SRM), AI 기반 머신비전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특히 독자 개발한 SRM은 정보화솔루션기업 SAP가 채택하고, 엘앤에프와 KMW 등 상장사 10여곳에 공급할 정도로 기술력이 있다.

오 대표는 “비수도권 가운데 포항의 경우 기술간 융합 여건이 잘 갖춰져 있고, 특히 젊은 MZ세대 인재들이 열심히 일하고 워라밸할수 있는 쾌적한 환경, 편리한 교통여건을 총족할 수 있는 거점으로 육성하기에 최적의 입지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국내 최고 수준 과학기술대학이 모여 있고, 바다와 육지로 통하는 사통팔달 교통요지, 포스코 등 대기업이 자리해 규모있는 신산업 파이프라인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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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욱현 유엔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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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욱현 유엔이 대표 “포항은 시장수요 충분한 곳…기술인력 확보가 관건”

“대구 본사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가 어려워 연구소와 개발본부를 서울로 이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업에 필요한 인력확보만 가능하다면 SW개발 담당 연구소를 포항으로 이전할 계획도 있습니다.

공간정보기반 디지털 트윈 기술과 재난안전관련 기술을 보유한 유엔이 여욱현 대표는 “산업안전 수요가 충족되고 사업 관련 인력만 충원할 수 있다면 포항에 본사나 지사를 이전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유엔이는 실내외 공간을 정보화하고 서비스할 수 있는 디지털 트윈분야 핵심 엔진을 보유하고 있고, 실내공간 국제표준화분야 연구도 진행 중이다. 재난안전분야 기술도 보유하고 있어 발전소, 지역난방공사 등에 재난통합관리시스템도 제공하고 있다. 유엔이가 추진하는 사업은 충분한 사업 수요와 원활한 기술인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 대표는 “ICT 사업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수요와 인력이다. 포항은 경주와 울산이 인접해 시장 수요면에서 매력적인 도시”라면서 “사업과 연구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우수한 인력을 지속적으로 수급할 수 있다면 관련 기업들이 모여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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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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