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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뉴욕증시]'급한 불' CS 껐지만…퍼스트리퍼블릭 불안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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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S-CS 합병 직후 시장 '안도'

연준 금리 인상 여부 이목 집중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과 유럽 증시가 일제히 반등했다. 스위스 최대 투자은행(IB) UBS가 유동성 위기에 처한 경쟁사 크레디트스위스(CS)를 전격 인수하기로 하면서 일단 안도 랠리가 펼쳐졌다. 다만 금융 시스템 리스크의 향방이 여전히 불확실한 만큼 긴장감은 만연해 있다. 이제 월가의 이목은 이번주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결정에 쏠린다.

이데일리

(사진=AF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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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S-CS 합병 직후 시장 ‘안도’

20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20% 상승한 3만2244.58에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89% 오른 3951.57을 기록했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0.39% 소폭 오른 1만1675.54에 거래를 마쳤다. 이외에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 2000 지수는 1.11% 뛴 1744.99를 기록했다.

불안에 떨던 시장을 일단 달랜 것은 UBS였다. UBS와 CS는 전날 CS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UBS를 존속법인으로 CS를 30억스위스프랑(약4조2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총자산 1조7000억달러에 달하는 ‘메가 뱅크’가 탄생했다. 골드만삭스를 넘어서는 규모다. 스위스 당국 역시 대규모 유동성 지원을 약속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파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와 함께 연준을 비롯한 세계 6개 주요국 중앙은행은 전날 “글로벌 자금시장 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달러화 유동성 스와프 관련 7일 만기의 운용 빈도를 주 단위에서 하루 단위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은 연준에 담보를 제공하면서 자국 통화와 달러화로 교환하는 스와프 라인을 운용하고 있는데, 그 유동성 공급을 더 원활하게 하겠다는 의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국제적인 공조에 나선 것이다.

이에 뉴욕 3대 지수는 장 초반부터 반등을 모색했다. 특히 최근 크게 흔들렸던 은행주가 비교적 선방했다. 스위스 증시에서 UBS 주가는 장 초반 10% 넘게 폭락했지만, 이내 상승 전환하며 1.26% 오른 채 마감했다. 뉴욕 증시에서 UBS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가격은 3.30% 상승했다. JP모건체이스 주가는 1.06% 올랐고, S&P 지역은행 상장지수펀드(ETF)는 0.28% 소폭 뛰었다. B라일리 웰스 매니지먼트의 아트 호건 수석시장전략가는 “UBS가 CS를 인수한 것은 글로벌 은행 부문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에 분명히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유럽 증시 역시 상승 마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12% 상승했고,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1.27% 뛰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지수는 0.93% 올랐고, 스위스 증시의 SMI 지수는 0.35% 소폭 상승했다. 범유럽 지수인 유로 Stoxx50 지수는 1.34% 뛰었다.

국제유가는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1.35% 오른 배럴당 67.6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위험 선호가 일부 살아나면서 뉴욕채권시장은 약세를 보였다(채권금리 상승).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4.029%까지 올랐다. 전거래일과 비교해 15bp(1bp=0.01%포인트) 이상 뛴 수치다.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3.519%까지 상승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달러인덱스는 장중 103.28까지 떨어졌다. 0.4% 이상 하락한 수준이다.

연준 금리 인상 여부 이목 집중

그렇다고 은행권을 둘러싼 줄도산 위기가 끝난 것은 아니다. 다음은 또 누구일지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 미국과 유럽 증시가 예상보다 큰 폭 반등하지 못한 것은 이 때문이다. 특히 유동성 위기설이 계속 도는 미국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주가는 이날 역시 47% 넘게 폭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과 다른 은행 경영진들이 퍼스트리퍼블릭을 안정시키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NBC 역시 이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전략적인 대안은 증자와 매각 등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퍼스트리퍼블릭이 다시 업계와 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투자회사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수석시장분석가는 “투자자들은 퍼스트리퍼블릭이 예금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이라며 “이는 중소 은행들에게 계속 문제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게다가 은행 위기로 인해 경기 침체 우려는 더 커지는 분위기다. 신용 경색이 경제 활동 둔화로 이어질 수 있는 탓이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이날 추가 구조조정 계획을 밝힌 것은 이와 직결돼 있다. 앤디 제시 최고경영자(CEO)는 메모를 통해 “조만간 있을 불확실성을 고려한 결정”이라며 “몇 주 안에 9000명을 더 해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월 1만8000명을 감축한데 이은 2차 구조조정이다. 아마존 주가는 1.25% 내렸다.

마이크 윌슨 모건스탠리 수석주식전략가는 “미국 정부가 예금자 보호와 은행 구제를 위해 지원하는 것을 양적완화로 받아들이면 안된다”며 “아직 주식 매수에 매력적인 구간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이 지난 주말에 시행한 무보험 예금 지원은 은행들의 운영을 도울 수 있겠지만 은행업 전반에서 대출 기준이 더 엄격해지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며 “신용 경색 위험이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베어드의 로스 메이필드 투자 전략가는 “정부 개입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혼란이 끝나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낙관론은 다소 약화했다”고 말했다.

월가의 눈은 이제 21~22일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 쏠린다. 시장은 UBS의 CS 인수로 인한 안도감을 등에 업고 연준이 이번달 25bp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데 기울어 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이날 오후 현재 그 확률을 73.1%로 보고 있다. 모야 시장분석가는 “연준이 금리 인상 기조를 끝낼 때까지 위험 회피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증시는 동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연준이 이번달 금리를 4.50~4.75% 수준에서 동결할 후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MKM 파트너스의 마이클 다르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25bp 올릴 수 있지만 그것은 실수일 것”이라며 “금리 인상을 건너뛴다고 해도 통화 여건은 계속 긴축적인 상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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