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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공감] 당신은 왜 대통령이 돼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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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5일.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김은혜 대변인은 정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며 윤석열 후보의 소통을 강조한 민주주의 소신을 역설한다. 이는 더불어민주당이 윤 후보를 향해 “혼자서는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는 통솔력”이라고 비판한 것에 대한 답변이었다.

경향신문

엄치용 미국 코넬대 연구원


2022년 3월20일. 임기 시작 50일을 남기고, 윤 당선인은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겠다고 밝힌다. 군의 심장부가 부랴부랴 이삿짐을 꾸렸고, 측근들의 속도조절론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불통과 독주, 독선 정치의 첫 신호탄이었다.

2022년 6월8일. 대통령이 된 그는 미국을 예로 들며, 법조인의 정·관계 진출이 법치주의 국가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대통령실은 물론 법무부, 법제처, 보훈처, 행정안전부를 돌아 금융감독원장까지 검찰 출신으로 도배한 정당성을 얘기한다. 같은 생각을 지닌 내 사람들이니 술자리는 편할지 모른다. 토론의 정치는 실종되고 충성 경쟁의 피가 조직을 순환하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모였으나, 그 ‘사람’ 생각 하나다.

2022년 11월18일.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은 이날을 끝으로 다시 열리지 않았다. 신년 기자회견도 건너뛰었다. 그는 언론과 국민에게 등을 지고 혼자 말하는 대통령이 되었다. 참모들만 배석한 자리에서 그는 9분20초 동안 신년사를 독백한다. 한 시간에 59분을 홀로 얘기한들 뭐라 할 사람이 있겠나.

2023년 2월8일. 국회는 행안부 장관 이상민 탄핵소추안을 가결한다. 이태원 참사 발생 100여일이 지난 시점이다. 그동안 국민은 참사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왔고, 국회의 행안부 장관 해임건의안에도 귀를 닫은 대통령이 침묵한 결과다. 소통은 불통으로, 용산은 그들만의 아지트로 변해갔다.

2023년 3월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윤심’을 업은 김기현 당대표가 선출되었다. 경선 규칙까지 바꿔가며 당정일체에 성공한 듯 보인다. 연대·포용·탕평이라는 연포탕 식사엔 친윤, 영남 인사만 몰렸다. 대통령은 월 2회 정례모임 추진에 흡족한 듯 보였다. 야당과의 협치는 아예 메뉴판에 없었다.

2023년 3월15일. 국민 59%가 반대하는 강제노역 피해자 ‘제3자 변제’안은 그가 정치를 하기 전부터의 생각이었으며, 독단의 결정이었음을, 우리 언론이 아닌 일본 요미우리신문과의 단독 인터뷰 내용을 통해 알게 된다. 세계사의 변화에 대비하지 못한 탓에 국권을 상실했다는 3·1절 기념사에 이은 참담함이 몰려온다. 2018년 대법원의 판단도 지워버린 그는 법치주의를 늘 입에 달고 산다. 주권자의 뜻을 저버린 독단의 정치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2023년 3월16일. 한·일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 우리의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 죽음과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고통을 주었던,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 그들은 어느새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가 되어 있다.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강제 노역이라는 용어 대신 ‘한반도 출신 노동자’라는 표현을 씀으로써 끌려간 노동자가 마치 자발적 노동을 한 것처럼 묘사했다.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는 점을 윤석열 정부는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정신의 발전적 계승으로 해석하였다. 역대 아베 내각의 인식은 어쩌고? 군사정보보호협정 재개와 WTO 제소 철회를 발표한 한국과 달리 일본은 한·일 간 경제 안보에 관해 새롭게 협의를 시작하기로 했다고만 발표했다. 도대체 일본은 왜 갔는지를 묻는 게 이상한가?

2021년 6월2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정권교체를 대선 출마의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정작 왜 자신이 대통령이 돼야 하는지를 명확히 답하지 못했다. 이제는 답을 줄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당신은 왜 대통령이 돼야 하나요?

엄치용 미국 코넬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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