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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퍼주기 외교’ 논란 속 한·일 초계기 갈등은 어떻게 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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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장관 “한·일관계 진전 따라 진행해 나갈 것”

경향신문

이종섭 국방부장관(오른쪽)이 23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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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한·일 정상회담 후속 조치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가운데 한·일 안보협력의 걸림돌인 2018년 ‘레이더-초계기’ 문제도 조만한 해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국 해군 구축함과 일본 초계기 간 대립은 양국 간 입장이 극명히 갈려 5년간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사안이다. 일본이 윤석열 정부의 ‘초고속 호응’을 틈타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23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레이더-초계기 사건과 관련해 “(일본 초계기가) 위협비행을 한 것은 맞다”고 기존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문제해결 의지를 밝혔다. 윤후덕 더불어민주당이 국방부 입장을 확인해달라고 하자 이 장관은 “한·일 간 서로 입장이 달라 사실관계를 (명확히) 해야 해서 실무협의를 수차례 했다”며 “한·일관계 진전에 따라 앞으로 그 부분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일본으로부터 초계기 위협비행에 대해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는 윤 의원의 촉구에는 “앞으로 다시 협의할 것”이라고만 했다.

한·일 레이더-초계기 갈등은 2018년 당시 냉각됐던 양국 관계와 독도를 포함한 영해 문제까지 얽힌 복잡한 사안이다.

2018년 12월 20일 한국 해군 구축함인 광개토대왕함(3200t급)은 동해에 북한 어선이 표류 중이라는 구조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독도 북동쪽 100㎞ 부근 대화퇴어장에서 조난한 북한 어선을 수색 중이던 광개토대왕함 근처로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가와사키 P-1 초계기가 접근했다 물러났다. 이 과정에서 광개토대왕함이 사격통제레이더(STIR)를 P-1에 비추는 적대행위를 했다는 것이 일본 측 주장이다.

한국 군은 오히려 일본 초계기가 비정상적 저공비행(고도 150m)으로 인도적 구조 작업 중인 우리 함정을 위협했으며 수색용 레이더는 사용했지만 사격통제레이더는 사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일주일 뒤인 12월 27일 한·일 군 당국은 초계기 문제 해결을 위한 실무자급 화상회의를 열었지만 다음 날 일본이 당시 촬영 동영상을 공개해 사격통제 레이더 조사(照射) 공세에 나서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국방부는 일주일 뒤인 2019년 1월4일 일본 주장에 반박하는 동영상 공개로 ‘맞불’을 놓고 일본의 사과를 재차 요구했다.

사격통제레이더 조사와 저공 위협비행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한국 해군과 일본의 해상자위대는 껄끄러운 관계가 됐다.

당시 일본이 아베 정권의 지지율을 올리고, ‘전쟁 가능한 국가’를 만들기 위한 의도 등 정치적 목적으로 초계기 사건을 이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광개토대왕함과 P-1이 마주한 지역은 한·일 중간 수역이다. 1998년 ‘한·일 어업협정’의 중간 수역은 양국이 주장하는 배타적 경제수역(EEZ)이 경합하는 지역이다. 이전에는 독도 주변 수역이 한국의 단독 관할 수역이었지만 1998년 어업협정 이후 중간수역 또는 공동관리수역에 들어가게 됐다. 일본이 한·일 중간수역의 이중적 지위를 이용해 독도문제가 국제 분쟁 지역임을 알리려고 갈등을 확대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한·일, 한·미·일 안보협력에 공들이는 윤석열 정부는 초계기 문제 해결 의지를 수 차례 밝혔다. 신범철 국방부 차관은 지난해 9월 양국 국방차관 회담에서 “초계기 사건 해결 필요 공감했다고 밝혔고, 마이니치신문과 인터뷰에서도 ”양국 관계 개선과 국방 협력 관점에서 포괄적으로 해결할 의사가 있다”고 화해 손짓을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23일 “일본과 안보협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양국관계 진전에 맞춰 막혀 있던 것을 풀어야 될 것”이라며 “초계기 문제는 양국 입장이 첨예하기 때문에 ‘상호 입장을 이해한다’는 식으로 이견차를 인정한 채 협력을 추진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본은 윤석열 정부에 사격레이더통제 조사 인정이나 사과 요구같은 청구서를 내밀 가능성이 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통화에서 “일본도 한·일 안보협력 추진 의사가 강하지만 자민당 내 보수파들이 초계기 문제에 대해 한국의 진상 규명과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기시다 총리를 압박하고 있다”면서 “최소한 한국 측에 사격통제 레이더 조사 인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자민당 내 보수성향의 의원모임인 ‘일본의 존엄과 국익을 지키는 모임’은 지난해 11월 레이더 사건에 대해 사과를 하지 않는다면서 한국의 일본 관함식 참가에 불만을 표했다.

한·일, 한·미·일 안보협력 추진에 밀려 일본에 퍼주기식 외교를 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국방위에서는 한·미·일 3국 군사동맹 추진 가능성에 대한 우려까지 나왔다.

이종섭 장관은 한·일 정상회담 후 한·미·일 군사동맹 추진 전망이 제기된다는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 질문에 “군사동맹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고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답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의 ‘완전 정상화’가 상호군수지원협정(ACSA)과 미국 미사일방어(MD)체계 편입으로 이어질 것이란 일각의 전망에 대해서도 이 장관은 “분명히 아니라고 말씀드린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 장관은 “상호군수지원협정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말하는 것이냐”는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는 “ACSA와 지소미아가 서로 관계가 없다는 말씀이지 다른 의미는 아니다”고 답하며 ACSA 추진 여부는 명확히 언급하지 않았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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