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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부산서 목격된 멸종위기 여우, 400㎞ 떨어진 고향 소백산 돌아오다 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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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난해 5월 부산의 한 야산에서 포착된 붉은여우 'SKM-2121'./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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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고개에서 발견돼 화제를 모았던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 여우(SKM-2121)가 숨진채 발견됐다. 고향인 경북 영주의 소백산으로 돌아오다 25㎞가량 앞두고 폐사한 것이다.

24일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여우 ‘SKM-2121′은 지난 7일 강원 정선군에서 사체로 발견됐다. SKM은 시설에서 출생(S)한 한국(K)의 수컷(M) 여우라는 뜻이고, 2121은 2021년에 태어난 21번째 개체라는 의미다. 사망 원인은 폐부종 등 호흡기 계통의 문제로 추정되며 농약 등에 중독되진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여우는 2021년 3월 소백산 국립공원연구원 중부보전센터에서 태어나 그해 12월 소백산에 방사됐다. 이후 강원 영월과 충북 충주 등에서 활동했다. 지난해 5월에는 고향인 소백산에서 400㎞ 떨어진 부산 달맞이고개에서 목격돼 관심을 모았다. 이 여우는 해운대구 일대에서 200여일간 활동했다.

국립공원공단 측은 여우 보호 목적으로 여러 차례 이동 포획을 시도해왔다. 그러다 작년 12월 중순부터 여우에 달린 위치발신기 배터리가 꺼지며 위치 정보 확인이 어려워졌다고 한다.

이후 여우의 이동 경로를 추적해온 국립공원공단은 강원도 정선에서 여우의 폐사체를 발견했다. 원 방사지였던 소백산에서 직선거리로 약 25㎞ 떨어진 지점이다. 국립공원공단은 여우가 기존 활동 지역인 소백산으로 회귀하는 과정에서 숨진 것으로 판단했다.

정환진 환경부 생물다양성과장은 “도심에서 살던 여우가 본능적으로 다시 회귀하는 과정에서 폐사체로 발견된 이번 일은 안타깝다”면서도 “그러나 이는 생물종 복원의 한 과정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송형근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은 “여우는 기존 서식지에서 벗어나 원거리를 이동하고 산지, 농촌, 도심 등 다양한 곳에서 서식하는 생태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며 “여우는 사람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는 동물이 아니지만, 여우를 발견하게 되면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 중부보전센터에 신고해 달라”고 했다.

여우는 원래 한반도 전역에 분포했으나 1960년대 쥐잡기 운동 등으로 먹이가 줄자 개체수가 급감해 멸종위기에 처하게 됐다. 환경부는 2012년부터 여우 복원사업을 벌여왔다. 현재 야생에 70여마리가 사는 것으로 추산된다.

[최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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