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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단독]野 강행 양곡법 "허망하게 재정 사용, 미래세대에 부담" 尹 거부권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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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쌀값 하락시 정부 의무매입 법안 처리

매년 의무매입에 年 1조원 이상 지출 불가피

尹, 2016년 이후 6년 만에 거부권 가능성

김진표 의장 중재안 받아 尹 수용 예측도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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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야당이 일방 처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법률안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의 의무 매입이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고 연간 1조 원 이상의 재정을 남는 쌀을 사들이는데 써야하는 부담 탓이다. 다만 소득이 줄고 있는 농가의 상황을 고려해 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함께 나오고 있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양곡법 개정안에 대해 “(대통령실이)헌법정신에 부합하는지 국민 세금의 유용은 아닌지, 국가와 국민 경제에 보탬이 되는지를 기준으로 검토하고 있다”라며 "재의 요구 여부는 대통령께서 판단하실 사안”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주도로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양곡법 개정안은 쌀 초과 생산량이 수요에 비해 3~5% 이상, 수확기 쌀값이 평년에 비해 5~8% 이상 하락하면 정부가 초과 생산량 전량을 의무 매입하게 강제하는 법안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해당 법안이 강행 처리되자 “(윤 대통령에게)거부권을 제안할 계획”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법안이 통과된 당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개정안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부는 매년 기존에 사들인 100만톤 이상의 쌀을 보관하고 관리하는데만 3000억~4000억원의 재정을 쓰고 있다. 여기에 법안이 시행되면 정부는 연간 1조원 규모의 혈세를 또 쌀을 사는데 써야한다. 정부는 이 돈을 스마트팜이나 청년농 육성과 같이 미래세대를 위한 농업생산성 향상에 써야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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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정부는 민주당이 통과시킨 양곡법 개정안이 천문학적인 재정부담은 물론 WTO 협정 위반에도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농식품부는 법안이 시행되면 쌀 소비가 대폭 늘거나 쌀 생산량이 크게 줄지 않는한 2026년 1조원, 2030년 1조 4000억원 이상을 쌀을 의무매입하는데 써야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런데 WTO는 농업보조금 총액(AMS)을 1조 4900억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보조금 총액마저도 현재처럼 우리나라가 WTO에서 개발도상국 지위를 누릴 수 있을 때의 기준이다. 선진국으로 지위 변경을 압박받는 사정을 감안하면 양곡법 개정안이 매년 1조 원이 넘는 재정 지출에 이어 국제사회에서도 제재를 당할 위험이 있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여권 관계자는 “현재도 정부는 필요한 경우 시장에서 남는 쌀을 매입하고 있다”라며 “개정법안에 따른 무제한 매입 방식은 쌀 생산을 더욱 부추기게 되고 종국적으로 쌀 과잉 물량이 계속해서 증가해 (쌀 매입을 위해)점점 더 많은 재정이 소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이번 법률안은 포퓰리즘적이며 미래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입법”이라며 “이렇게 허망하게 재정을 사용하는 것을 납세자들이 전혀 공감하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6년 만이다. 법안을 통과시킨 거대야당과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은 직접 주재할 예정인 다음 달 4일 국무회의까지 거부권 행사를 두고 각계각층의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농가소득이 전년 대비 1.6% 줄었고 농업소득은 14.7% 감소한 것으로 평가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만 행사하고 하락하는 농가소득을 끌어올릴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 농민들이 반발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양곡법으로 인한 재정지출이 과대 추정됐다는 주장도 있다. 통과된 법안은 김진표 국회의장의 중재로 초과 생산량 3% 이상, 수확기 쌀값 5% 이상 하락에서 각각 3~5% 이상, 5~8% 이상으로 조정됐다. 또 쌀 재배 면적이 늘어날 경우 매입 의무를 없애는 내용도 포함됐다. 여권 관계자는 “정부는 법률안이 이송되면 각계의 의견을 경청하고 문제점들을 충분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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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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