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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화마로 나이지리아 국적 어린 4남매 희생된 안산 화재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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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부동 외국인 밀집거주 다가구주택서 27일 새벽 불 나...40분 만에 진화

"얼마나 뜨겁고 무서웠을까 생각하니 가슴 아파...부모에게 위로 전하고파"

쿠키뉴스

이웃에 사는 제보자의 동영상 캡처


모두가 잠든 27일 새벽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온 나이지리아 출신 부부와 이들의 어린 5남매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떻게 발생된 지 알 수 없는 불길이 이들을 덮쳤다.

부부는 부랴부랴 아이들을 깨웠다. 하지만 치솟는 불길이 너무 거세 엄마 옆에서 자고 있던 두 살짜리 막내 여자애만 안고 우선 밖으로 피했다. 그리고 나머지 애들을 구하기 위해 들어가려 했지만 불은 더 이상 이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렇게 4명의 어린 남매는 화마에 희생됐다.

화재 현장에는 검게 탄 아이들의 장난감과 옷가지들 그리고 이들 가족의 추억을 담은 세간살이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안산시 재난안전대책본부와 경찰 그리고 취재진들만 남은 화재 현장은 영면에 든 어린 생명의 안타까움을 슬퍼하는 듯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멀찌감치 현장을 현장을 지켜보던 한 주민은 눈물을 글썽이며 "어린 아이들이 뜨거운 불길 속에서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면서 "부모들에게 진정으로 위로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3시28분 경기 안산시 선부동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불이 나 나이지리아 국적의 어린 4남매가 숨지는 참극이 발생했다.

불이 난 곳은 안산의 대표적인 외국인 밀집거주지로 지하 1층 지상 3층짜리 주택의 1층 203호 거실로 추정됐다.

소방당국은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목격자 신고를 받고 출동해 40여분 만인 오전 4시16분에 완전히 진화했다.

하지만 이 화재로 이곳에 살던 11세·4세 여자아이와 7세·4세 남자아이가 목숨을 잃었다. 이들은 나이지리아 국적으로 모두 남매 사이로 조사됐다.

화재 당시 현장에 함께 있던 부모는 치솟는 불길에 다른 자녀들은 구하지 못하고 2세 여아만 안고 탈출한 것으로 추정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들 부모가 한국에 온 지는 10년이 넘었고, 이 곳에 산 지는 2년이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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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현장에 설치된 안산시 재난안전대책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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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택은 1994년에 지어진 건물로 총 11가구 41명이 살고 있었으며, 나머지 37명 중 나이지리아,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등 8명은 경상을 입고 인근 병원 2곳에 분산 이송됐다.

또한 1가구 4명은 시에서 마련해준 임시거주시설인 이재민구호소에, 4가구 14명은 친인척 집에 그리고 11명은 자체적으로 주거지를 옮긴 것으로 파악됐다.

이민근 안산시장은 화재가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고 즉시 달려가 현장을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산시 관계자는 "현재 부상자 치료와 이재민 구호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경찰과 소방서의 현장조사가 끝나는대로 유가족과 협의해 빈소 마련 등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소방서 등과 함께 화재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합동감식을 진행 중이다.

안산=박진영 기자 bigma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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