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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한국 조선소서 일할래요" 베트남 20대 간절해도...우리 정부가 안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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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서 '뿌리산업 양성대 입시 박람회'
한국 대학서 2년 기술 배운 뒤 현장 투입
원활한 소통과 체계적 기술로 현장 '만족'
학교서 입학 승인해도 비자 발급률 20%
한국일보

25일 베트남 하노이의 한 호텔에서 열린 '조선 및 뿌리산업 양성 대학교 연합 입시 박람회'에서 양승주(오른쪽 두 번째) 거제대 국제교류원장이 한 베트남 청년과 입학 상담을 하고 있다. 하노이=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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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교육의 질이 높고 조선업도 발전했잖아요. 한국 대학에 합격한다면 열심히 기술을 배워서 꼭 한국 조선 회사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25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조선 및 뿌리산업 양성 대학교 연합 입시 박람회’에서 만난 다오안뚜안(21)은 눈을 반짝이며 이렇게 말했다.

박람회장은 뚜안과 같은 꿈을 가진 베트남 청년 150여 명으로 북적거렸다. 주최 측이 100여 석을 준비했지만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몰려 추가로 의자를 공수했을 정도다. 그래도 자리에 앉지 못한 이들은 선 채로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국내 산업현장 맞춤형 인재양성


이날 박람회는 한국 산업 최일선에서 일할 베트남 우수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지정 9개 ‘뿌리산업 외국인 기술인력 양성 대학'(이하 양성 대학) 가운데 서정대, 전주비전대, 아주자동차대 등 4개 대학이 참석해 학교를 소개하고 입시 상담에 나섰다.

산자부는 조선·자동차처럼 한국 제조업의 근간을 이루는 뿌리산업의 만성적 인력 부족을 완화하기 위해 2014년부터 양성 대학을 선정했다. 대학들은 국내 산업체에 취업할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한 뒤 2년간 한국어와 전공 기술을 가르치고 현장 실습도 시킨다. 대기업은 물론 지역경제 실핏줄인 중소기업 등 국내 산업 현장에 필요한 맞춤형 인력을 키워낸다.

이 과정을 거친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등 출신 졸업생 600명이 현재 한국에서 숙련기능인력(E-7) 비자를 받고 용접공, 도장공, 플랜트공으로서 산업 현장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비전문취업비자(E-9)를 받고 입국한 상당수 이주노동자는 한국어가 미숙하고 특별한 기술이 없어 단순 노무 현장에 투입되는 데 반해, 양성 대학을 거친 학생들은 제조 기업들의 선호도가 높다.

이지복 서정대 국제교류부장은 “좋은 인재를 먼저 데려가기 위해 중공업 회사 임원이 직접 설명회를 하거나 공장 견학을 시키기도 한다”며 “기업은 신원이 확실하고 교육받은 학생들을 뽑을 수 있고, 학생은 기술은 물론 한국어까지 배운 뒤 산업 현장으로 갈 수 있어 윈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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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베트남 하노이의 한 호텔에서 열린 '조선 및 뿌리산업 양성 대학교 연합 입시 박람회'에 참석한 베트남 청년들이 입학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하노이=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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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체자 리스크 막아라” 꼼꼼 확인


물론 높은 의욕만으로는 한국행 꿈을 이룰 수 없다. 우선 대학의 까다로운 서류 심사를 거쳐야 한다. 학교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고등학교 성적은 10점 만점 중 최소 6.5점 이상이어야 하고 △결석 일수 △보유 기술 △고향 △부모 직업까지 확인한다. 한국어능력시험(TOPIK·토픽) 2·3급(초중급 이상) 자격증 보유는 필수다.

한국 정착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도 따진다. 거제대 조선학과 지원을 희망하는 호반푹(20)이 “누나가 한국인과 결혼해 거제에 살고 있다”고 답하자 상담에 나선 양승주 거제대 국제교류원장이 즉석에서 누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국 정부가 발행한 누나 신분증을 확인하고, 한국인 배우자 직업과 동생의 정착을 지원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양 원장은 “학생들이 불법체류자가 될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면접부터 세밀하게 들여다본다”며 “뿌리산업 현장에 적합한 인재인지,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는지를 모두 확인한다”고 말했다.

순수 유학생 동일 잣대 탓 ‘자격미달’


어렵사리 합격 도장을 받으면 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한국 비자 발급이다. 박람회에 참석한 4개 대학 교수들은 “한국 대사관이나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양성 대학 학생들에게 유학생 비자(D-2)를 잘 내주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학교가 옥석을 골라 학생 입학을 승인해도 정부가 ‘서류 미비’나 ‘자격 미달’을 이유로 70~80%는 퇴짜를 놓는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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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조선 및 뿌리산업 양성 대학교 연합 입시 박람회’에서 이지복(왼쪽) 서정대 국제교류부장이 베트남 청년들과 상담하고 있다. 하노이=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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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덕상 한국전문대학 국제교류부서장협의회 회장은 “비자를 내주는 정부는 산업체 취업을 목표로 하는 유학생과 4년제 대학에서 학문을 배우려는 유학생을 같은 잣대로 평가한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학교 성적은 중간 수준이고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일찍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는 뿌리산업 지망 학생들은 성적이 좋고 집안 사정이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이른바 유학생들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신 회장은 “양성 대학에서 뽑은 예비 학생들 중 한국 땅을 밟는 건 20~30%밖에 안 된다”면서 “현장에선 뿌리 졸업생을 많이 보내달라고 아우성인데 입학생이 적어 몇 명밖에 보낼 수 없는 상황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외국에서 E-9 노동자를 데려오면 되는데 왜 굳이 돈 벌러 온 사람들을 한국에서 가르치느냐", "한국에 있는 4년제 출신 외국인 학생들을 산업 현장에 보내면 되지 않느냐" 같은 현실과 동떨어진 지적도 부지기수다. 부족한 국내 노동력을 숙련된 외국인으로 메우기 위해 정책적으로 양성 대학을 만들었고 기업들의 만족도도 높지만, 장벽이 여전히 높은 것이다. 이상락 전주비전대 국제교류팀장은 “기껏 좋은 제도를 만들고도 후속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흐지부지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번 박람회에 참석한 대학 교수진은 주베트남 한국대사관을 찾아 “뿌리산업 양성 대학 학생들 98% 이상이 제대로 졸업하고 취업했다”며 “뿌리 학생들만큼은 비자를 원활히 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하노이=글·사진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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