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아웅산 수지 이끄는 NLD, 정당자격 상실 "군부가 신법으로 탄압"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웅산 수지(77) 미얀마 국가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이 군부가 내건 새로운 정당 등록법을 거부해 해산됐다고 가디언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군부가 장악한 국영 마이와디 TV는 이날 밤 NLD를 포함, 40개 정당이 등록 마감일을 넘겨 정당 자격을 잃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이 군부가 내건 새로운 정당 등록법을 거부해 해산됐다. 사진은 수지 고문(왼쪽), 민 아웅 흘라잉 군 총사령관. AF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년 전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가 새로운 법을 도입해 지지율이 높은 정당인 NLD를 해산으로 몰고 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군부는 지난 1월 당원 수 등 여러 조건을 내건 새로운 정당 등록법을 발표했다. 이 법엔 이달 28일까지 신청하지 않은 정당은 등록 무효가 돼 자동 해산되며 정당 재산은 정부에 귀속되는 내용을 담았다. 또 등록 후 90일 이내 10만 명 당원 모집(과거 1000명), 180일 이내 330개 마을 중 최소 절반에 사무실 개소, 모든 선거구 절반에서 경쟁할 것 등 까다로운 조건이 담겼다.

문제는 NLD 당원 상당수가 군부의 계속된 탄압을 피해 잠적하거나, 해외로 도피해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은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군부가 NLD를 해산시키기 위해 새로운 정당 등록법을 정한 것이 분명하다"고 전했다.

NLD 이외에도 군에 반발한 정당들이 신청을 거부한 데다 법에서 정한 당원 수와 사무실 수의 장벽이 높아 포기한 정당도 적지 않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중앙일보

28일(현지시간) 아웅산 수지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새 군사 선거법에 따라 재등록하지 못해 해산될 것이라고 미얀마 국영 언론이 보도했다. 사진은 2021년 2월 15일 시위대가 미얀마 양곤의 NLD 사무실 앞에서 군사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진 모습. AF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얀마 시민들 사이에서는 신법에 따라 정당 등록 신청을 하는 것은 군 통치를 인정하는 꼴이라며 절차를 밟지 않은 NLD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군부 통치에 반발해 직장도 그만뒀다는 한 남성(45)은 아사히신문에 "신청했으면 오히려 비판을 받았을 것"이라면서 "정당 자격이 말소되어도 계속 NLD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NLD는 지난 2020년 11월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지만, 군부는 이듬해 2월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쿠데타를 일으키며 저항 세력을 유혈 탄압했다. 승리의 주역인 수지 고문도 구금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NLD 당원 84명이 살해되고 1232명은 구속 상태다. 33년형을 선고받은 수지 고문을 포함해 1만7000명의 정치범이 구금 중이다.

군사정권의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27일 제78주년 미얀마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반대 세력에 대한 강경 진압과 총선 연기 방침을 밝혔다.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군은 반대 세력에 대해 단호한 행동을 계속할 것"이라며 "국가 비상사태가 끝나면 선거를 치르겠다"고 말했다. 이는 국가비상사태 체제의 군사 통치를 장기화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미얀마 총선은 오는 7월 말 실시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군 당국이 지난 2월 비상사태 연장을 발표하면서 총선 계획도 연기해 아직까지 시점이 불확실하다. AFP통신에 따르면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내년 10월에 인구 조사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적어도 내년 연말까지는 총선을 치르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