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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주총] 박정호, 막가파식 美 반도체법에 셈법 복잡…"보조금 신청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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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주총 후 "엑셀까지 요구하는 신청서 힘들어…美 공장은 계획대로 추진"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SK하이닉스가 미국 내 반도체 후공정 공장 설립 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키로 했지만, 보조금 신청 여부를 두고 장고에 들어갔다. 미국 정부가 경영 기밀 제출 등 무리한 조건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셈법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29일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미국 반도체 보조금 신청 계획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많이 고민해보겠다"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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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29일 이천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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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미국 정부는 반도체 보조금 신청 기업에 수익성 지표뿐 아니라 수율(불량률)을 포함한 반도체 소재, 판매가 변화 등 민감한 핵심 영업기밀을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삼성전자 등 투자 기업들의 경영 정보를 자세히 파악해 '초과이윤'이 나오면 보조금을 환수하는 근거로 삼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특히 업계에선 가장 예민한 '수율'을 포함시킨 것에 대해 난감해 하고 있다. 낮은 수율이 공개될 시 고객사를 경쟁사에 빼앗길 가능성이 높은 데다 수주도 어려워질 여지가 커서다.

나아가 미국 상무부는 '재무 모델'이라는 이름으로 생산시설의 상세한 운영 전망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분기별 시설 가동률, 웨이퍼 생산량, 수율, 제품 종류별 예상 가격·매출 ▲생산비 측정을 위해 경영자·기술자 등 분기별 직군별 인건비, 회계·마케팅·물류·법무·연구에 들어가는 비용 등도 구체적으로 써내도록 했다. 여기에 질소·산소·수소·유황산 등 생산에 쓰는 물질, 전기·물·천연가스 사용 비용 등 운영비와 관련된 내용도 모두 보고하도록 방침을 세웠다.

이에 더해 미국 상무부는 이 같이 세세한 내용을 담은 여러 자료를 엑셀 파일 형태로 제출하게 했다.

박 부회장은 "엑셀도 요구하고, 신청서가 너무 힘들다"고 말하면서도 "패키징이라 전체 수율이 나오는 건 아니니 (전공정) 공장을 지어야 하는 입장보다는 (부담이) 약간 덜할 수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미국 메모리 반도체 첨단 패키징 공장 건립을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드러내지 않았다. 미국 정부의 과도한 요구에 일각에선 투자 재검토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박 부회장은 어려움 가운데서도 가능성은 어느 정도 열어두는 목소리다.

이날 박 부회장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이 패키징 기술에 중요해지고 있다"며 "HBM을 요구하는 기업들이 (주로) 미국에 있다"고 밝혀 미국 사업 추진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또 박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발표한 미국 정부의 대중(對中) 반도체 첨단 장비 수출통제 조치에 대해 1년 유예 조치를 받은 것과 관련해서도 이날 입장을 밝혔다. 박 부회장은 "유예 기간이 끝나는 올 10월에 또 한 번 신청할 것"이라며 "시간을 벌며 경영 계획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언급했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에서 D램 메모리칩 제조시설을 가동 중이며, 다롄에서는 인텔의 낸드플래시 메모리칩 공장을 인수했다.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 갈등 여파에 대해선 "한 회사가 대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각국 정부와 고객 니즈에 반하지 않으면서 최적의 해법을 찾기 위해 매일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업황에 대해선 하반기 개선을 기대하고 있지만, 불확실성도 여전해 비용 최적화 등을 통해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계획도 드러냈다. 설비투자(CAPEX) 지출은 전년도 19조원 정도에서 올해는 50% 이상 절감해 투자에 나설 예정으로, 운영비용(OPEX)도 모든 비용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는 점을 이날 밝혔다.

박 부회장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10% 이상 성장한 OPEX를 올해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감소하는 환경을 만들어낼 것"이라며 "하반기 업황 개선 요인은 있지만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크레디트스위스(CS) 인수·합병(M&A) 등 예기치 못한 이벤트로 인해 거시경제의 전체적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도 공존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급 측면에서는 작년부터 이어진 메모리 업체 투자 생산 축소에 따른 공급량 축소 효과가 가시화할 것으로 본다"며 "고객들 재고도 점차 소진되고 있어 점차 정상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서버 시장에서 고성능·고용량 메모리 채용이 증가하고 있다"며 "인공지능(AI)과 챗봇 등 신규 수요가 확대되면 올해 DDR5가 명실상부한 주력 제품 포트폴리오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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