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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한·미 정상회담 앞두고 안보실장 전격사의 무슨 일이…보고 누락 책임·내부 갈등설 분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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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제15차 비상경제민생회의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려 윤석열 대통령이 정황근 농식품장관의 보고를 듣고 있다. 김창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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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29일 전격 사퇴한 데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일정 관련 논란이 결정적으로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이 제안한 문화행사를 제때 보고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외교·안보 라인 핵심 비서관들이 연이어 교체한 데 이어 ‘안보수장’까지 교체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방미를 한 달 앞둔 시점에 안보수장 교체로 인한 혼란은 불가피해졌다. 윤 대통령은 안으로는 내부 혼란을 잠재우고 밖으로는 ‘실질 성과’가 있는 방미를 준비해야 하는 이중과제를 안게 됐다.

김 안보실장은 이날 오후 5시3분쯤 언론 공지문으로 사의를 전하면서 “저로 인한 논란이 더 이상 외교와 국정운영에 부담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복수의 관계자가 김 실장 교체 검토는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한지 하루만에 전격 사퇴가 이뤄졌다. 보고 누락에 대한 총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논란을 일단락 짓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논란이 일어나는 것과 관련해 대통령께 누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신 것”이라며 “대통령께서 여러 차례 만류했지만 본인 뜻이 완강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이 언급한 ‘저로 인한 논란’은 미국이 제안한 양국 대통령 부부의 국빈만찬 문화행사 관련 논란으로 보인다. 미국 백악관 측에서 한국 걸그룹 블랙핑크와 미국 팝스타 레이디 가가의 협연을 제안했는데 대통령실 외교·안보 라인이 보고를 누락하면서 행사 조율에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뒤늦게 인지한 윤 대통령이 관계자들을 질책하면서 지난 10일 김일범 의전비서관, 그로부터 보름 뒤 이문희 외교비서관이 교체됐다. 대통령실은 “개인 신상” “공무원의 통상적 인사”라는 취지로 밝혔지만 보고 누락으로 인한 문책성 인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과정에서 김 실장 역시 5차례에 걸쳐 보고를 누락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등 논란이 계속되자 전격 사퇴 형식으로 사태를 매듭지으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쇄 사퇴를 촉발한 직접적 계기는 행사 조율 문제이지만 굳이 한·미 정상회담을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 안보실장까지 교체해야 했느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이 때문에 김 실장 경질 배경에는 대통령실 내부의 권력다툼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극히 이례적인 인사인데다 그간 김 실장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갈등설이 끊이지 않았던 점이 이같은 해석을 부추기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두 사람의 긴장 관계가) 김 실장이 사퇴 결정을 하는데 영향을 주진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그렇지만 여기까지 오는데는 분명히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다른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미국과의 중요한 조율을 뭉갰다는 것 자체도 크지만 전반적으로 (안보실 내의) 미스매치가 있지 않았나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안보실과 외교부 간의 갈등설도 제기된다. 정권 출범 이후 대통령실 안보라인과 외교부 간의 혼선이 이어졌고, 한·일 정상회담 대처에 이어 한·미 정상회담 준비를 두고도 잡음이 이어지자 대통령이 전격적인 인사를 결단했다는 것이다.

김 실장 사퇴의 여진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외교·안보 라인의 보고누락이 장기간 이어진 이유를 두고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건희 여사 라인의 행정관들과 공무원 출신 비서관들의 충돌설, 김성한-김태효 알력설이 파다하다”며 “김 여사가 대통령의 순방 일정에 배 놔라 감 놔라 하고 있다는 말인가”라고 했다. 그는 “누가 외교안보라인의 경질을 주도하고 있으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김 실장 사의 52분만에 조태용 주미대사를 후임 국가안보실장에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즉각 빈 자리를 메웠지만 국빈 방문 준비를 총괄해온 안보실장이 바뀐 데다 미국 현지에서 실무를 조율할 책임자가 당분간 비게 돼 공백으로 인한 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재외공관장회의 참석차 일시 귀국한 조 대사는 안보실장 내정 발표 이후 오는 30일로 예정된 기자간담회를 취소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조 신임 실장이 내일 아침부터 바로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해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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