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기자는 지난 21일 한 법조인으로부터 “재판 업무 가중을 이유로 배석판사가 부장판사를 상대로 진정한 사건이 인권위에 들어가 있다고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지방법원 배석판사들 간에 1주에 3건 이하로만 선고하기로 암묵적 합의가 있었는데, 한 배석판사가 ‘당사자가 시인해 판결이 어렵지 않은 사건은 예외로 하자’고 한 부장판사를 인권위에 진정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일부 판사들도 그와 같은 얘기를 접한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기자는 다음 날인 22일 인권위 내부 관계자에게 그와 같은 진정 사건이 접수됐는지를 취재했습니다. 당시 인권위 관계자는 기자에게 “확인해서 알려주겠다”고 했습니다. 기자가 인권위 관계자와 다시 연락한 것은 지난 27일이었습니다. 이날 오전 통화에서 “인권위가 진정을 아직 심리 중인가”라는 기자 질문에 인권위 관계자는 “조사 중인 거죠”라고 답했습니다. 다만, 그는 “언제쯤 접수됐는지는 알아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기자는 인권위에 진정이 접수됐다는 것으로 받아들였고 이를 바탕으로 기사화했습니다. 충분한 사실 관계 확인없이 보도한 것입니다. 기자는 인권위 취재원 한 명의 진술을 지나치게 신뢰했습니다. 기자가 “진정 내용이 너무 황당해서 판사들도 믿을 수 없다고 한다”고 하자 인권위 취재원은 “정말 황당합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취재원의 의도와 달리 기자는 이를 ‘배석판사 진정’을 기정사실화한 대화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인권위 홍보협력과는 29일 “확인 결과 보도된 진정은 접수된 바가 없다”고 밝혀왔습니다.
본지 취재 윤리규범은 ‘확인된 사실을 기사로 쓴다. 사실 여부는 공식적인 경로나 복수의 취재원을 통해 확인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자는 인권위의 언론 담당 공식 채널인 홍보협력과에 확인 요청을 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에도 사실 확인과 반론을 구하지 않았습니다. ‘확증 편향’의 함정에 빠져 이중삼중의 확인을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국장과 부장 등 데스크 역시 편집과 제작 과정에서 취재 규범 준수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이 기사로 인해 피해를 입은 인권위와 법원 관계자들에게 깊이 사과드립니다. 독자 여러분께도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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