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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공정위, 대기업 총수 일가 사익편취 심사기준 완화…'일감 몰아주기' 예외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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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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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행위를 심사하는 기준을 완화한다. 앞서 공정위는 일부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를 위법으로 판단, 과징금과 검찰 고발 조처를 했지만, 대법원이 부당성이 추가로 입증돼야 한다며 결정을 뒤집자 대법원의 판결을 반영해 심사 지침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특수관계인(총수 일가)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공정거래법상 사익 편취) 행위 심사지침 개정안을 마련해 오는 30일부터 내달 20일까지 행정 예고한다고 29일 밝혔다.

해당 개정안은 '부당한 이익'의 구체적 판단 기준을 마련하고 물량 몰아주기의 요건과 예외 규정을 법령에 맞게 정비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행 심사 지침상 특수관계인에 대한 사익편취행위의 부당성 판단은 이익제공행위를 통해 특수관계인에게 직접 또는 간접으로 부당한 이익이 귀속됐는지를 기준으로 이뤄진다.

공정위는 그간 사익편취 규율 대상·행위 요건이 성립하면 별도로 부당성을 입증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 법을 적용해왔으나 대법원은 기업집단 한진(대한항공), 하이트진로 등의 사익편취 사례를 통해 총수 일가에게 제공된 이익이 부당하다는 사실이 추가로 입증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지난 2016년 한진 소속 대한항공은 계열사 내부 거래를 통해 총수 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다며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물고 법인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검찰에 고발당했다. 대한항공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고, 대법원은 지난해 5월 대한항공 측의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으며, 부당한 이익 여부를 판단할 구체적 기준을 제시했다.

공정위는 이에 따라 대법원이 제시한 대로 부당한 이익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심사지침에 명시했다. 구체적으로 '제공 주체·객체·특수관계인 간의 관계, 행위의 목적·의도·경위, 제공 객체가 처한 경제적 상황, 거래 규모, 귀속되는 이익의 규모·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궁극적으로 '변칙적인 부의 이전 등 대기업의 특수관계인을 중심으로 경제력 집중이 유지·심화할 우려가 있는지'를 따지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공정위는 물량 몰아주기 적용 요건도 완화했다. 기존 심사 지침이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또는 '합리적 고려' 요건을 둘 다 충족해야 물량 몰아주기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봤던 부분도 둘 중 하나만 충족하면 되는 것으로 변경된다.

물량 몰아주기의 예외 사유 중 '긴급성이 요구되는 거래'의 경우 불가항력의 경우뿐 아니라 회사 입장에서 예견하거나 회피하기 어려운 경우도 포함되도록 인정 범위를 넓힌다.

효율성, 긴급성과 관련해 다른 회사와 거래 때 기존 부품·장비 등과 호환성이 없는 경우, 계열사가 관련 특허 등 지식재산권을 소유한 경우, 외부 업체의 법정관리 등으로 신속히 사업자를 변경할 필요가 있거나 전산망에 화재 등 긴급한 사고가 발생한 경우 등 구체적 사례도 추가됐다.

공정위는 "이번 개정을 통해 사익편취 행위에 대한 기업들의 예측 가능성이 제고돼 부당한 내부거래는 억제되고 효율적이고 정상적인 내부거래는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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