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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패션업체 이유있는 변신… 화장품·항공권·중고거래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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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 패션부문 실적 저조 전망

옷 대신 신사업 강화해 돈벌이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의 패션 업체 ‘한섬’이 이르면 올해 7월 남성 화장품 브랜드 ‘오에라 옴므’(가칭)를 론칭한다. 지난 2021년 8월 여성 고급 화장품 브랜드 ‘오에라’를 출시한 데 이어, 이번에는 남성 화장품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다. 한섬이 오에라를 통해 올린 작년 매출은 33억원으로, 전년 대비 5배 증가했다고 한다. 이에 한섬은 상반기 내 더현대 서울, 더현대 대구에 매장을 추가해 지난해보다 2배 많은 14개 매장에서 오에라와 새로 출시할 오에라 옴므를 판매하겠다는 계획이다.

LF는 올 1월부터 자사 온라인 쇼핑몰인 ‘LF몰’에 항공권 예약 서비스를 추가했다.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늘어나는 해외여행 수요를 잡는 것뿐 아니라, LF몰에 접속한 항공권 구매 고객들이 패션·잡화를 구매하는 ‘연관 효과’까지 노린 것이다. MLB 브랜드로 유명한 국내 패션 업체 에프앤에프는 아이돌 육성을 위해 엔터테인먼트 자회사도 신설한 상태다.

이처럼 국내 패션 업계가 사업 영역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최근 고물가·고금리 상황으로 인해 올해 실적이 좋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패션 업계 관계자는 “식료품비나 의료비와 달리 의복비 등은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 소비를 줄이는 대표적인 품목”이라며 “이에 패션 업체들이 신사업을 통해 돈벌이를 궁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중고·항공권·화장품까지

LF에 따르면, LF몰에서 지난달 국내 항공사 ‘에어프레미아’와 항공권 최대 50% 할인 행사를 진행하자 항공권 발권 결제액이 한 달 전에 비해 400% 증가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LF몰에서 수영복(170%), 여행용 수납 파우치(160%) 등의 매출도 늘어난 상태다. 이에 LF는 항공권 할인 행사 기간을 4월 10일까지 연장했다. LF는 앞으로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호텔과 여행 상품 판매도 계획 중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 부문(이하 코오롱)은 ‘중고 거래’ 플랫폼 사업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 7월 내놓은 코오롱의 중고 거래 플랫폼 ‘OLO릴레이마켓’의 판매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 론칭 이후 지난 2월까지 OLO릴레이마켓에 등록된 중고 의류는 총 5000벌으로, 이 중 3000벌이 새로운 주인을 찾았다. 코오롱 측은 “매입 상품 중 60%가 한 달 안에 판매되고 있고, 6개월 이상 재고는 3% 미만”이라며 “소비가 부담스러운 고물가 시대일수록 중고 거래가 활발해질 것이라 기대한다”고 했다.

에프앤에프는 아이돌 육성을 위해 올 1월 엔터테인먼트 자회사를 신설하고, 글로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돌을 데뷔시킨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작년 10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를 통해 비타민·콜라겐 등 건강 기능 식품을 내놓고, 경기도 부천에 웰니스 특화 매장을 여는 등 건강 기능 관련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해외 브랜드 매출도 3년 만에 감소

패션 업계가 신사업을 강화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본업인 ‘패션’ 부문에서 올해 실적 부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팬데믹이 풀리면서 패션·명품 보복 소비가 크게 일어났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소비 위축 기조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소비 위축은 이미 현실화된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주요 유통 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 명품·패션 등 ‘해외 유명 브랜드’ 매출이 지난 2020년 3월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7.2%)를 기록했다. 국내 백화점 3사(롯데·신세계·현대)의 지난 1~2월 명품 매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5% 수준이다. 전년 같은 기간(20~48%)의 최대 10분의 1 수준까지 하락한 상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업계 전체가 의류 외에 다른 사업 영역에서 수익을 내는 방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짜내고 있다”고 했다.

[이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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