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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6 (금)

    속 타는 SK하이닉스, D램 감산 않는 업계에 ‘죄수의 딜레마’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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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모리 공급 과잉 등으로 가격 하락에 “무거운 책임감” 우회 비판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생산량 크게 줄여야 가격 반등할 것”

    삼성, 점유율 확대에도 1분기 적자 예상…무감산 원칙 고수 촉각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메모리 수요 위축과 공급 과잉으로 D램 등 메모리 가격이 급락한 가운데 삼성전자가 “감산은 없다”는 원칙을 고수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29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세 명(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엄청나게 공급하면 시장은 가격을 계속 내린다”며 “(공급을)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해도 ‘죄수의 딜레마’ 아니겠냐”고 말했다.

    ‘다운 사이클마다 메모리 가격이 급락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냐’는 한 주주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박 부회장은 “전 세계 D램의 70%를 공급하는 나라의 경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이 같은 사이클이 생기는 것을 막는 방법을 찾는 것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D램 생산량을 줄여도 삼성전자가 지금처럼 생산량을 유지하는 한 D램 가격 폭락을 막을 길이 없다는 뜻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나 마이크론과 달리 삼성전자는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D램 평균 판매가(ASP)가 20% 급락했다”며 “수요 회복이 불확실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생산량이 크게 줄어야만 가격이 반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트렌드포스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이 D램 생산을 줄이면서 올해 2분기 가격 하락폭이 10~15% 정도로 둔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3분기 시작된 메모리 한파에도 삼성전자는 D램 점유율을 늘린 유일한 업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D램 점유율은 45.1%로 전 분기 대비 4.4%포인트 늘었다.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는 가장 공격적인 가격 경쟁을 펼쳤기 때문에 전반적인 수요 부진에도 불구하고 출하량을 늘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오랜 기간 굳어졌던 3사 간 D램 점유율이 큰 폭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과점 시장인 D램은 업황이 좋든 나쁘든 결국 몇 대 몇으로 나눠 먹느냐 하는 게임”이라며 “삼성으로선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점유율을 더 늘리는 방향이 업턴(상승 국면)에서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감산에 들어갈 경우 향후 상승 국면에서 반도체업의 속성상 생산량을 곧바로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도 감산에 나서지 않는 이유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1분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이 각각 4조원대 적자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1조7012억원 적자를 봤고, 삼성전자 DS 부문은 27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올 1분기에 금융위기 이래 14년 만에 첫 적자 전환이 예상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속이 타지만 삼성전자는 침체기를 버틸 자금력이 충분하다는 게 중론이다. 최근에는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원을 차입하겠다고 공시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반도체 투자를 위한 자금조달로 보고 있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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