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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전기차 후미그룹' 獨·日, 합성연료에 마지막 기대....현대차는 '한 발 걸치기 전략'[FN 모빌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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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합성연료 사용 내연기관차
2035년 이후에도 판매 허용키로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등 압박에 '후퇴'
"합성연료, 꿈의 연료라지만..."
비싸고 생산량 적어 갈 길 멀어
현대차, SK 등도 선택지 중 하나로 염두


파이낸셜뉴스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 본부에서 휘날리는 EU깃발. 로이터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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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전기차 대세론 속에 글로벌 자동차·석유화학 업계가 이른바 '유사 가솔린', '유사 디젤'로 불리는 합성연료(E-Fuel, 이퓨얼)이란 새 선택지를 받아들게 됐다. 내연기관차 퇴출에 앞장서 온 유럽연합(EU)이 28일(현지시간) 독일·이탈리아 등 전통 내연기관차 제조 강국들이 압력에 합성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차에 대해선 2035년 이후에도 판매를 허용키로 하면서, 당초 초안상의 내연기관차 신차 판매 금지 방침을 수정했다. 전통의 엔진차 강국인 독일·일본 등에선 EU의 이번 결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향후 10년에 걸쳐 전개될 자동차 산업의 패권 경쟁, 그 향배를 놓고, 내연기관차 업계가 합성연료에 마지막 기대를 거는 모습인데, '그래도' 전기차 대세론을 허물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독일차들의 지연작전..."꿈의 연료라지만 고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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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한 전기차충전소.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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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기술에 사활을 걸었던 포르쉐·BMW 등 독일 자동차 업계가 엔진차 퇴출 압박에 꺼내든 카드는 합성연료다. 합성연료는 물을 전기분해해 생성한 '수소'와 공기중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인공적으로 조합해 만든 연료다. 가솔린 자체가 탄화수소 덩어리인 만큼, 수소와 탄소를 조합해, 가솔린에 가까운, 이를테면 유사 가솔린, 유사 디젤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통상의 가솔린보다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90%가량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동화에 소극적이란 지적을 받아온 도요타는 순수 전기차보다 이퓨얼을 연료로 하는 하이브리드차가 전체 탄소 배출량이 더 적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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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모빌리티 정상회의장 앞에서 시민들이 전기 기반 합성연료 '이퓨얼'(e-fuel) 사용을 지지하는 손팻말을 들고 서있다.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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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연료의 사용방식은 현재의 가솔린처럼, 차에 그대로 주유하는 방식이다.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친환경 연료', '꿈의 연료'로 불리지만, 관건은 고비용이다. 수소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많은 전기 에너지가 사용된다. 수소연료전지의 고비용 문제와 같은 맥락이다. 합성연료 생성 비용은 1ℓ당 10달러 정도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비용 문제로 인해 전세계 시장에 합성연료용 내연기관차가 보급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며 "지난가는 미풍에 불과할 것"이란 시각을 내놨다. 백영찬 상상인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수소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전력이 사용되는데다 높은 단가로 인해, 결국 친환경의 가면을 쓴 차악일 수 있다"고 말했다.

EU의 내연기관차 존속을 향한 꼼수 가능성을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이서현 선임연구원은 "이퓨얼 연료와 기존 휘발유 사용을 모두 가능하게 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합성연료차로 개량작업이 수반되겠으나, 기술적으로 모호한 경계가 발생할 것이란 얘기다. 고가의 합성연료가 사용되는 차라면, 기존 가솔린을 넣어도 문제없이 가동될 수 있다.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과 양심에 달린 문제이기도 하다.

이 연구원은 "현 상태로는 이퓨얼의 대량생산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전기차 전환기, 내연기관차 제조사에 어느 정도의 시간적 룸이 생긴 것은 맞다"고 덧붙였다.

■"지나가는 미풍"...현대차 등 선택지로 염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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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스포츠카 포르쉐 로고. 로이터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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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업계는 물론이고, 전기차 전환에 늑장대처한 일본차 업계 역시, EU의 이번 결정에 반색했다.

현재 합성연료에 가장 앞서 있는 곳은 독일이다. 독일 내에서도, 엔진소리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는 포르쉐와 산업 인프라 기업인 지멘스가 주도하고 있다. 포르쉐는 지난해 말 칠레에서 합성연료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포르쉐는 2025년까지 연 5500만ℓ, 2027년부터는 5억 5000만ℓ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포르쉐와 지멘스는 최종적으로 합성연료의 가격을 리터당 2달러 이하로 낮추겠다는 목표다.

미국 엑슨모빌, 일본 ENEOS 등도 합성연료 개발에 나섰으며, 포드·아우디·폭스바겐 등도 관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개발에 성공할 경우, 자동차는 물론이고, 전동화에 한계가 있는 선박, 항공에 적용할 경우 효과적이다. 일본 나카니시 자동차 리서치의 나카니시 타카키 대표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다양한 동력 옵션의 하나로 합성연료에 큰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독일과 달리, 일본에선 이와 관련한 국가차원의 전략적인 프로젝트가 부재해 이번 EU의 결정이 일본차에 구원의 빛을 비춘 것이라고는 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선 현대차그룹과 SK이노베이션이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전동화 올인 전략을 펼치는 현대차도 지난해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사우디 킹 압둘라 과학기술 대학과 함께 친환경 합성연료를 공동개발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가 합성연료를 생산해 오면, 기존 엔진차에 적용가능한지를 파악하는 시험이다. 현대차의 합성연료 개발은 내연기관차의 존속 가능성, 고객의 다양한 선택지 제공 등의 차원에서 한 발 걸치는 차원인 것으로 보인다. 최대 판매 시장인 EU시장의 동향은 주시해야 할 부분이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지난해 10월 액체연료 합성 공정기술을 보유한 미국 기업 ‘인피니움’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합성연료의 실현 가능 여부는, 석유화학 업계가 얼마나 진짜 휘발유에 가까운 연료를 만들어오느냐에 달린 문제"라며 "이퓨얼차 허용이 전기차 대세론을 흔들 정도는 아니나, 산업의 헤게모니가 어떻게 전개될 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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