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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연봉 100억·수십 명 조교? ‘일타강사’가 말하는 드라마·현실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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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 수강생 350만명, 10년 넘게 사회탐구 영역 1위를 지키고 있는 이지영씨는 현실의 ‘일타강사’로 불린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일타스캔들’에서는 수학 일타강사 최치열(정경호)이 수십 명의 조교를 거느리며 화려한 집과 차를 보유하고 있지만, 스트레스로 섭식 장애를 겪는 모습을 그려냈다. 드라마는 현실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을까.

이씨는 29일 방영된 MBC ‘라디오스타’에서 “드라마가 스타 강사들의 바쁜 일정이나 연구진의 분위기, 조교들의 서포트는 잘 고증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이씨는 주말에 3~4시간 정도만 잘 정도로 바쁜 삶을 보낸다고 했다. 오전 4시 반에 일어나 5시부터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고, 오전 6시에 출근한다. 학생들이 ‘선생님의 의상과 머리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궁금해서 다음 강의를 눌러본다’는 이야기를 듣고 외모에도 신경을 쓴다고 한다.

이후 조교들과 함께 수업을 준비해 오전 9시부터 강의를 시작한다. 한 강의는 3시간씩이지만, 중간에 학생들의 질문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사실상 13시간을 쉬지 않고 가르친다. 강의가 끝나면 오후 10시, 마무리 회의까지 하면 자정을 넘겨 퇴근할 때가 많다고 했다.

◇줄 서서 기다린다? 몇 년 전 이야기

드라마에서는 ‘일타강사’의 수업을 듣기 위해 아침부터 학생을 대신해 부모들이 학원 앞에서 줄을 서는 장면들이 나온다. 이씨는 “코로나 전에는 드라마처럼 10시간 전부터 수강신청을 위해 새벽부터 기다려야 했다”며 “하지만 몇 년 전 트랜드”라고 했다. 그는 “코로나 이후 온라인 티켓팅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물론, 인기 강사의 경우 몇 초 만에 수강 마감이 된다고 한다.

◇실제는 더 빽빽한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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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일타스캔들'의 학원 교실(왼쪽)과 실제 일타강사의 교실 사진. /MBC '라디오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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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실제 스타강사의 교실에는 학생들이 더 빡빡하게 앉아있다”며 “쾌적하게 한 줄씩 띄워서 앉을 수 없다”고 했다. 이는 학생 역할을 하는 보조출연자들의 섭외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드라마 제작진의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연애할 시간 없다”

이씨는 “저는 드라마처럼 연애할 시간이 정말 없다”고 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주말 내내 강의하고 나면 진이 빠져서 누구와 통화도 하고 싶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평일에는 학생들이 학교를 마친 후부터 강의가 시작되기 때문에 다른 이들이 쉴 때 일해야 하는 일정이라 누군가를 만나기 쉽지 않다고 한다.

◇일타강사의 족집게 과외는 불가능

드라마에서 최치열은 마음이 쓰이는 학생을 무료로 과외해주고, 해당 학생의 성적이 급상승하는 내용이 나온다. 이씨는 “대치동에 있는 유명 일타강사가 과외하는 일은 아마 없을 것”이라며 “200~300명을 위한 대형 강의를 준비할 시간도 부족하기에 한 명을 위한 시간을 내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만약 300명에게 받는 수강료를 한 번에 과외비로 지불한다면? 이씨는 “돈보다는 300명과 호흡하는 에너지가 좋은 것”이라며 강의를 택했다.

◇반지하에서 살던 학생, 일타강사로… “학생들에게 동기부여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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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씨가 유튜브에서 공개한 통장 잔고. 11자리로, 위에 보이는 숫자로 미루어보아 130억원대로 추정된다.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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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서울대 사범대학 윤리교육과를 졸업,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과거 한 방송에서 “2014년 이후 연봉 100억원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다”고 스스로 밝혔다. 2017년 한 해에만 교재 판매비, 온‧오프라인 강의료 등으로 310억원을 벌어 화제를 모았다. 2020년에는 유튜브에서 통장 잔고를 공개했다. 정확한 숫자를 모두 밝히지는 않았지만, 130억 원대로 추정됐다.

이런 이씨지만, 학창시절 그의 집은 가난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고등학교 졸업 후 평생 트럭운전을 했으며 어머니는 초등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못하고 호떡장사, 간병, 공공근로 등을 하면서 자식들을 키웠다고 했다. 아궁이에 불을 때야 하는 반지하 월세방이 집이었다. 이씨는 “저희 집이 물에 잠긴 적 있다”며 “젖은 물건을 말려서 쓸 수 있는 게 아니더라. 전염병 예방을 위해 다 버려야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피땀 흘려 적은 노트를 버려야 하니까 그 장면이 큰 충격으로 남아있다”고 했다.

이씨는 사교육을 받을 수 없는 환경이다 보니 3~4시간만 자며 선배들이 다 푼 문제집을 주워다 공부했다고 한다. 가난 때문에 친구들의 놀림을 받은 일도 있었다. 급식이 보편화되기 전이라 급식도시락이 배달되었는데, 생활보호대상자에게는 다른 색의 도시락을 줬다고 한다. 다른 아이들은 하얀색, 무상급식 도시락통은 파란색이었다. 아이들은 알면서도 “왜 너만 도시락이 달라?”하며 물었다고 한다.

이씨는 “지금 생각하면 (도시락 색깔을 차별한) 어른들이 너무 못된 것 같다”며 “가난은 제가 잘못한 게 아니니 부끄러운 건 아니지 않나. 태어난 환경은 제가 선택한 게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불편하긴 하지만, 부끄러운 건 아니다”라며 “학생들이 소위 금수저, 부모님을 잘 만나야지만 성공한다는 인식을 깨고 아무리 어려운 환경이어도 잘 해낼 수 있다는 동기부여가 된다면 제가 도와주고 싶다”고 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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