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7 (화)

이슈 미술의 세계

베르디의 눈으로 본 셰익스피어의 운명론 ‘맥베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국립오페라단 다음달 27~30일 예술의전당 공연

어두운 욕망을 눈 모양 무대-핏빛 의상으로 표현

“베르디는 ‘맥베스’를 당시까지 자신이 쓴 음악 중에서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보았습니다. 그 결과로 그 뒤의 작품부터는 많은 것이 바뀝니다. 새로운 오페라를 쓰는 전환점이 된 거죠.” (이브 아벨·지휘자)

국립오페라단이 베르디 중기의 걸작 오페라 ‘맥베스’를 4월 27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올해 베르디 탄생 210주년을 맞아 베르디 전막 오페라 네 작품으로 선보이는 ‘비바! 베르디’ 시리즈의 첫 번째 순서다.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는 스코틀랜드 왕 맥베스를 주인공으로 욕망이 가져온 파멸을 그린 작품. 청년기 셰익스피어에 심취했던 베르디는 후기의 ‘오텔로’, ‘팔스타프’에 앞서 이 작품에서 처음 셰익스피어 극을 오페라로 만들었으며 주인공의 어두운 성격을 고려해 맥베스 역을 테너 아닌 바리톤으로 설정했다.

2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 내 국립오페라단 연습실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지휘를 맡은 이브 아벨은 “극적인 힘을 다 내보이면서 노래하다가 다음 순간 아주 낮은 소리로 노래하는 등 성악진들에게 많은 어려움을 요구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동아일보

국립오페라단 ‘맥베스’ 연출을 맡은 파비오 체레사가 27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연출의 아이디어를 설명하고 있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연출을 맡은 파비오 체레사는 국립오페라단과 2016년 비발디의 ‘오를란도 핀토 파초’를, 2022년 베르디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를 함께 한 바 있다. 그는 “‘맥베스’는 우리가 존재하기 전부터 운명이 주어졌다고 전제하는 극”이라고 설명했다. “운명을 대하는 자세는 배역마다 다릅니다. 맥베스 부인은 운명이 자신에게 오라고 요구하는 반면 맥베스는 운명이 올 때까지 기다리죠. 신화의 운명론은 한 사람의 삶에 모든 것이 가는 실로 연결돼 있다고 말합니다. 죽음의 순간에 실이 탁 끊어지는 순간을 극적으로 표현하려 합니다.”

동아일보

국립오페라단 ‘맥베스’ 서곡 장면 무대. 눈 모양의 터널이 인간의 운명을 상징한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무대미술을 맡은 티치아노 산티는 “눈(眼) 모양의 터널을 통해 운명을 표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터널 안으로 우리의 삶은 계속해서 흘러가고, 우리가 결국 죽음을 맞이할 때 끝이 납니다.” 의상을 맡은 주세페 팔렐라는 극이 흘러가면서 처음에 흰 색이었던 의상은 파멸을 상징하는 핏빛을 띄게 된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동아일보

레이디 맥베스 역 1막(위)과 4막(아래)의상. 주역들의 의상은 줄거리가 전개되면서 점차 흰색에서 핏빛으로 변해간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맥베스 역에는 바리톤 양준모 이승왕, 맥베스 부인 역에는 소프라노 임세경과 에리카 그리말디, 맥베스의 친구 방코 역에 베이스 박종민 박준혁, 맥베스에게 가족을 잃고 복수하는 막두프 역에 테너 정의근 윤병길이 출연한다. 2만~15만 원.

동아일보

국립오페라단이 2010년 공연한 ‘맥베스’.    국립오페라단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동아일보

국립오페라단이 2010년 공연한 ‘맥베스’.    국립오페라단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편 지난달 취임한 최상호 국립오페라단장은 이날 ‘맥베스’ 제작발표회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립오페라단의 새 비전을 발표했다. 최 단장은 지금까지 1년에 4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던 것을 2024년 6편, 2025년엔 8편으로 늘려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공연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크노마이오페라’를 전국 10곳의 지역 문예회관으로 송출하고, 오페라에 인문학을 곁들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성악 유망주에게 오페라 전문 교육을 제공하는 ‘KNO 스튜디오’를 소수정예 위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동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