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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日 디스플레이는 왜 몰락했나…JOLED의 씁쓸한 퇴장 [소부장디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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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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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백승은 기자] 일본의 디스플레이 대표주자 JOLED가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지난 27일 파산했다. 일본은 20년 전에는 디스플레이 산업 선도국이었으나 시장 변화를 따라잡지 못해 한국에 자리를 내줬다. 이번 JOLED의 파산은 일본 디스플레이의 쇠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경쟁자가 사라진 상황에서 한국 기업의 주도권 강화가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디스플레이 굴기를 쌓아가고 있는 중국의 추격에 대응해 기초 체력을 다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日 디스플레이, 과거의 영광…희망 걸었던 JOLED마저 '풀썩'

일본은 액정표시장치(LCD)를 중심으로 1990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했다. 샤프, 파나소닉, 재팬디스플레이(JDI) 등을 중심으로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 1위를 지켰다.

당시 LCD가 점점 대형화되며 투자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에 삼성과 LG는 LCD 사업에 집중하기로 결정하고 패널 공장 및 연구개발(R&D)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LCD 주도권을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가져가자 시장에 지격 변동이 일어났다. 2000년대 중반부터 한국 기업이 일본을 추월하기 시작한 것.

기세가 기울자 일본 패널 업체들은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디스플레이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갖추고 등장한 게 JOLED다. JOLED는 중대형 OLED를 다루는 기업으로, 2015년 소니와 파나소닉이 함께 설립했다. 이듬해 JDI가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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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LED가 앞세운 것은 '잉크젯 프린팅' 공정이었다. 잉크젯 프린팅 공정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활용하는 증착 방식보다 난이도가 높다. 유기물을 용해해 액체로 만든 후 패널 화소 위치에 뿌려서 OLED를 구현한다. 유기물을 가열해 증기 상태로 만들어 화소에 붙이는 증착 방식보다 원재료 손실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JOLED는 2019년에는 일본 이시카와현에 잉크젯 프린팅 공정 기반 OLED 공장을 완공하고 그해 11월 양산 라인을 가동했다.

하지만 성장에 속도가 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잉크젯 프린팅 공정이 기술적 한계에 갇히며 수율이 개선되지 않았다. 반도체와 같이 디스플레이 산업도 공정 기술에 따라 수율을 확보하는 게 중요한데, 수율을 끌어 올릴수록 생산성이 높아진다. 일정 수준 수율이 적자와 흑자를 결정할 정도다. JOLED는 수율 확보에 실패하면서 진퇴양난에 갇혔다.

수익원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투자는 지속해야 하는 악순환이 지속됐다. 통상 디스플레이 기업은 LCD로 벌어들인 수익을 OLED 기술개발 등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져야 하는데, JOLED는 이 고리를 만드는 데 실패했다.

JOLED는 성명에서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영향, 고성능,고품질 디스플레이에 대한 수요 약화로 인한 가격 경쟁 등으로 자금 유출이 계속됐다'라며 '그간 여러 차례 모금을 실시하고 후원자를 찾는 등 수익성 개선 방안을 찾았지만, 법원 감독하에 회생을 추진하는 게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日 인력, 中 기업에 대거 이탈 가능성도

JOLED의 디스플레이 선도는 실패로 끝났다는 해석이 대부분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들은 '사실상 OLED 시장에서 JOLED가 회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라고 입을 모았다.

시장 내 경쟁자가 사라진 상황은 긍정적이지만 방심하기는 이르다. JOLED의 기존 점유율이 1%가 채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 큰 영향은 없다. 오히려 JOLED의 기술자들이 중국 기업으로 대거 이탈하며 중국의 경쟁력이 확대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한철종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센터장은 '일본 디스플레이 기술자들의 중국 기업 이동이 꾸준히 일어나고 있었지만, JOLED의 파산으로 더욱 발 빠르게 진행될 수도 있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특히 난도가 높은 잉크젯 프린팅 공정에 대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JOLED의 기술자들이 중국 기업으로 넘어가게 된다면 중국의 경쟁력은 더욱 공고해진다. 중국의 투자와 기술력이 더해지면 폭발적인 생산성을 갖출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한 센터장은 '디스플레이 산업은 크게 투자에 의한 생산성과 기술에 의한 생산성으로 나뉘는데, 중국은 전자를 한국은 후자에 의존해 왔다. 중국이 기술을 갖춘 일본 엔지니어를 다수 흡수할 경우 중국은 두 가지를 모두 갖추게 된다'라며 '한국도 정부 차원에서의 관심과 지원, 업계와 연구자들의 합심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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