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3 (금)

'리 리스트' 작성자 "정민용, 운동 끝난뒤 약속…짜증나 기억"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대장동 일당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의 핵심 증거인 ‘리 리스트(Lee list)’를 작성자가 30일 법정에 등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부장 조병구) 심리로 열린 대장동 일당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7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모씨는 “제가 이씨라 ‘리 리스트’라고 했다”며 “현금 내역처럼 보이지 않게, 골프 친 것처럼 보이게 작성했다”고 증언했다.

이씨는 천화동인 4호의 이사이자 대장동 일당 중 하나인 남욱 변호사의 측근으로, 2021년 4~8월 남 변호사 대신 정민용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에게 네 차례에 걸쳐 현금 8억4700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인물이다. 이씨가 작성한 메모인 ‘리 리스트’엔 돈이 오간 대략적인 시기와 액수 등이 적혔다. 정민용씨는 지난 21일 이 사건 5차 공판에서 “(2021년 4월 무렵) 이씨가 1억원을 줄 때 ‘형님, 이게 약입니다’ 우스갯소리를 하면서 줬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이씨 “리스트 썼다 지웠다…고심해 기억”



중앙일보

남욱 변호사가 2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씨는 “(남 변호사가) 정민용 전 실장에게 전달했던 현금 날짜와 금액, 자금이 어떻게 조성됐던 건지 메모를 좀 해놓으라고 말했다. 기간이 지난 거라 날짜 기억 못 한다고 했더니 ‘기억나는 대로 최대한 메모했으면 좋겠다’고 했다”며 “썼다 지웠다를 굉장히 많이 했다. 대충 적은 게 아니고, 고심해서 기억하고 기억했다”고 회상했다.

이씨는 리스트 작성 당시 정민용씨나 현금을 조달해준 업체 측과 논의해가며 금액을 특정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2021년 4월 무렵) 정민용 실장이 사무실에 방문했다”며 “금고를 열어 현금이 들어있는 쇼핑백을 꺼내 줬다. 특이하게 기억나는 건 1억원이 정확하게 들어가는 박스다. 정민용씨가 ‘신기하다. 1억이 딱 들어간다’고 했다”고 기억해냈다. 그는 정민용씨가 사무실에 오후 7시 이후에 왔던 것 같다며 “(정민용 전 실장이) 저랑 만날 때 운동하고 만나야 한다는 멘트가 있었다”며 “운동시간을 맞춰 저와 약속을 잡은 게 짜증나서 정확히 기억한다”고 했다.



구체적 날짜 특정은 못해…“매달 말일쯤 요청”



중앙일보

정민용 변호사(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가 2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김 전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다만 2021년 8월 2일 1억4700만원을 전달한 것 외에 나머지 7억원은 구체적인 전달 날짜를 떠올리지 못했다. 리스트에 ‘4/25’와 같은 날짜가 표기된 것을 두고 이씨는 “거의 매달 말일쯤에 요청하셔서 4월 말에 전달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회사가 역삼동 (사업) 자금을 치를 때라 바빠서, 그즈음이라 무작정 기재한 것”이라고 증언했다. ‘요일은 기억하냐’는 검찰의 질문엔 “당시에 휴일 없이 일해서…”라며 말끝을 흐리기도 했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측 변호인은 이씨가 검찰 조사 당시 2021년 4월에 현금 1억원을 ‘타이틀리스트 쇼핑백’에 담아 전달했다고 했다가 법정에선 침향원 봉투에 담아 전달했다고 진술을 바꾼 것을 두고 신빙성을 문제 삼기도 했다. 이씨는 “검찰조사 당시 당황도 많이 하고, 기억을 떠올리는데 오류가 있던 것 같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증인신문 말미에 “관여된 것에 대해서 깊이 반성하고 있다. 차후엔 열심히 살겠다”고 말했다.

다만 검찰은 이씨에 대해선 불기소 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의 경우 대장동 사업의 전체구조를 몰랐고, 민간업자들의 불법행위에 공범으로 가담한다는 의사가 부족했다”며 기소 대상에서 제외된 배경에 대해서 설명했다.

중앙일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대장동 개발 배임 의혹 관련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씨의 증언으로 현금 전달 날짜를 좁히지 못한 검찰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와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 박모 씨 등 대장동 일당의 주변인들을 증인으로 불러 구체적인 정황을 추가로 끌어낼 계획이다. 다만 당초 오는 4월 6일 법정에 출석 예정이었던 박씨는 건강상 이유로 출석이 2주 미뤄졌다. 검찰은 다음 공판기일에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 등을 대신 증인으로 부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