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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fn사설] 美 정부, 의회의 반도체법 수정 촉구 귀 기울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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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파적 조건 즉각 고쳐라"
IRA도 미국내 비판 직면해


파이낸셜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노스캐롤라이나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뒤 워싱턴DC 백악관으로 돌아와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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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의 과도한 반도체산업 보조금 지급 조건에 자국 의원들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등 공화당 소속 의원 14명은 지나 러몬드 상무장관에게 "불필요하고 당파적인 반도체 보조금 조건을 즉시 수정할 것을 촉구한다"는 서한을 지난주 보냈다. 이들은 보조금 기준은 당초 의회가 반도체법(Chips Act)을 제정한 의도와 정반대 효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세부 조항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의원들은 수익이 예상치를 넘을 경우 지급된 보조금의 최대 75%를 환수하도록 명시한 '초과이익 공유제'는 실효성 없는 대표적인 조항이라고 비판했다. 기업들은 이익 환수를 피하기 위해 수익 전망을 부풀릴 것이라며 이익 압류에 대한 발상은 의회에서 전혀 논의된 바 없다고 질타했다. 자사주 매입 금지, 보육시설 설치, 노조 설립 의무화 등의 조건도 반드시 수정돼야 할 조항에 넣었다. 누가 봐도 타당하고 공정한 제안이다.

지난해 발효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한 내부 비판도 만만치 않다. IRA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이 조항으로 현대차는 막대한 미국 투자에도 지원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현지 전기차 판매도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다.

하원 마이클 매콜 외교위원회 위원장은 28일(현지시간) 재닛 옐런 재무장관에게 이를 지적하는 내용의 항의 서한을 보냈다. 매콜 위원장은 "IRA가 동맹국에 불필요한 자극을 주지 않도록 할 계획이 무엇인지 답변해달라"고 촉구했다. 매콜은 미국 의회의 외교정책을 다루는 핵심 인물이다. 말의 무게가 다르다. 매콜은 하원 대표단을 꾸려 다음 달 초 일본, 한국, 대만을 순차적으로 방문한다. 우리 정부가 비슷한 처지의 나라들과 함께 매콜에게 적극 의견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

미국 내 비판은 바이든 정부가 자초한 것이다. 자국 제조업 부활을 위해 우리 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면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던 이가 다름 아닌 바이든 대통령이었다. 철석같이 그 약속을 믿고 투자 결정을 한 기업들의 뒤통수 때리기였다. 러몬드 상무장관은 30일 반도체 보조금 신청 세부지침을 발표하면서 기존에 공개됐던 불공정한 조건을 그대로 제시했다. 웨이퍼 수율을 비롯해 분기별 생산능력, 수익 전망, 제조 비용 등을 엑셀 파일에 기록해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영업기밀을 고스란히 다 내놓으라는 의미인데 이대로라면 기업들이 보조금을 포기할 가능성도 배제 못한다. 양국 정부는 난감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정부가 협상력을 키워 어떤 형태로든 개선된 조치를 끌어내야 한다. 다음 달 미국을 방문하는 윤 대통령의 어깨도 그만큼 무거워야 한다. 세계는 반도체 전쟁 중이다. 국내에서도 더 과감한 지원책이 나와야 한다. 반도체지원법(K칩스법) 후속 조치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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