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李 "김문기 몰라" 柳 "통화하던 사이"…법정서 등 돌린 '15년 동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재명·유동규 첫 법정 대면

허위사실공표 3차 공판 출석

李, 자료 통해 조목조목 반박

柳 “이재명씨” 호칭하며 증언

柳 “李·金 세미나에서 만난 적도

金 도개公 입사 땐 같이 보고 가”

檢, 함께 찍힌 여행사진 제시하자

李 “같은 프레임 안에 있었다고

가까운 사이라 판단할 수 없어”

李 출석에 계란투척 등 소동도

“검찰이 제출한 사진과 영상을 보면 두 사람(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대화하는 장면도 없고 마주하는 장면도 없다.”(이 대표 측 변호인) vs “제가 ‘와이파이’라는 용어를 몰라 이 대표가 저에게 핀잔을 준 적 있다. 그때 웃으면서 있었던 사람이 김 전 처장이었다.”(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대표가 31일 유 전 본부장과 법정에서 만났다. 2021년 9월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이 불거진 뒤 두 사람이 법정 대면한 것은 처음이다. 이 대표 측은 김 전 성남도개공 처장과의 친분을 적극 부인했다. 10년 넘게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지내다가 대장동 수사 이후 등을 돌린 유 전 본부장은 이날도 작심한 듯 이 대표를 ‘이재명씨’로 부르며 불리한 증언을 쏟아냈다.

세계일보

15년 인연이 악연으로 3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 사진)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판 출석을 위해 피고인 이 대표와 증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각각 굳은 표정으로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2010년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가 유 전 본부장을 성남시시설관리공단(성남도시개발공사 전신) 기획본부장으로 발탁하면서 알려진 두 사람의 인연은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이 불거지면서 악연으로 바뀌었다. 뉴시스·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유 전 본부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재판장 강규태) 심리로 열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사건 3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2010년 3월 리모델링 설명회 당시 김 전 처장으로부터 ‘이 대표와 따로 통화한다’고 들은 적이 있다”며 “서로 좀 아는 것 같더라”라고 증언했다. 검찰이 “김문기씨가 이재명 피고인과 따로 통화한다고 말한 것은 어떤 경위로 들었나”라고 묻자, 유 전 본부장은 “행사에 누가 오냐고 묻길래 이재명씨가 온다고 했더니 (김 전 처장이) ‘나하고도 통화했다’는 말을 했다”고 설명했다.

유 전 본부장은 2009년 8월 성남정책연구원이 주최한 세미나에서도 이 대표와 김 전 처장이 만난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김 전 처장이 2013년 성남도개공 입사 전 이미 이 대표와 최소 두 차례 직접 만난 적이 있다는 취지다. 유 전 본부장은 “(김 전 처장이 입사한 뒤 이 대표에게) 같이 보고하러 간 적이 있다”며 “이미 (두 사람이) 아는 사이라서 겸연쩍게 소개할 이유는 없었다”고 밝혔다.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2015년 1월 이 대표의 호주 출장 당시에 대해서도 유 전 본부장은 증언했다. 당시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의 지시로 김 전 처장을 데려갔다는 것이다. 낯가림이 있는 편인 이 대표를 고려해, 당초 출장에 동행하기로 했던 이모 개발2처장 대신 원래 이 대표와 알던 사이인 김 전 처장과 함께했다는 게 유 전 본부장 주장이다. 이 대표는 유 전 본부장이 증언하는 내내 유 전 본부장 쪽을 바라보지 않았다.

김 전 처장은 대장동 사업 실무자 중 한 사람으로, 수사가 시작된 이후 극단적 선택을 한 상태로 발견됐다. 이후 이 대표는 대선 후보였던 2021년 12월 방송 인터뷰에서 김 전 처장에 대해 “하위 직원이라 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고 언급했는데, 검찰은 이 발언이 당선을 목적으로 한 허위사실 공표라고 보고 이 대표를 기소했다. 유 전 본부장은 과거 이 대표와 김 전 처장의 호주 출장에 동행한 바 있어,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입증할 핵심 증인으로 꼽힌다.

세계일보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대표 측은 이날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검찰이 주장하는 혐의 사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김 전 처장과 호주 출장에 동행해 함께 찍은 사진 등을 증거로 제시했는데, 이 대표 변호인은 이를 ‘패키지 여행’에 비유하며 “매일 같은 차를 타고 이동하고, 같이 식사한다고 해서 다른 참석자와 친해지진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단지 같은 프레임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는 가까운 사이, 모를 수 없는 사이라고 판단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눈을 마주치는 것보다 오히려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사진이 있다”며 뉴질랜드 오클랜드 앨버트 공원에서 이 대표와 김 전 처장이 나무를 양쪽에서 감싸 안으며 손을 잡은 사진을 제시했다.

김 전 처장이 이 대표의 생일을 개인적으로 저장했다는 점을 근거로 두 사람이 알고 지낸 사이라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 이 대표 측은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접할 수 있는 내용”이라며 “친분의 증거가 되기 어렵다”고 맞받았다. 이 대표가 2016년 1월 김 전 처장으로부터 대장동 사업을 보고받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당시 광화문에서 단식 농성을 하고 있었다. 보고받고 결재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날 공판은 유 전 본부장이 망막 수술에 따른 고통을 호소해 오후 7시쯤 종료됐다.

이 대표와 유 전 본부장의 ‘인연’은 2008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유 전 본부장은 당시 경기 성남시 분당구 한솔5단지 리모델링 조합장을 지내다가 성남시장 출마를 준비하던 이 대표를 만났다.

이 대표가 당선된 뒤 유 전 본부장은 성남시시설관리공단(성남도개공의 전신) 기획본부장으로 발탁됐다. 성남시 내 개발사업을 도맡으며 위례신도시 공동주택 신축사업, 대장동 개발사업 등의 업무를 담당한 것도 이때다. 2018년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당선되자 2020년 12월까지 경기관광공사 사장을 지내기도 했다.

세계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으로 출석하는 과정에서 이 대표를 규탄하는 일부 시민들이 경찰에 제지당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두 사람 관계에 균열이 생긴 것은 대장동 관련 수사가 본격화하면서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 9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지난 10년간 ‘나는 이재명을 위해서 산다’고 스스로를 세뇌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대장동 수사 이후 구속된 자신을 이용하려는 목적으로 이 대표 측이 변호사를 보내면서 심경에 변화가 생겼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대표와 유 전 본부장은 향후에도 법정에서 마주하게 될 전망이다. 검찰은 ‘본건’인 대장동 배임 혐의로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유 전 본부장 이름을 250여차례 명시한 바 있다.

한편 두 사람의 대면에 관심이 쏠리면서 이날 법정 안팎에서는 크고 작은 혼란이 일어났다. 이 대표가 이날 오전 10시25분쯤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 입구로 들어서자 80대 남성 A씨가 계란을 던지다 현장에 있던 경찰에 체포됐다. A씨가 던진 계란은 이 대표에게 닿지 않았다. A씨가 제지되는 과정에서 유튜버와 이 대표 지지자 등이 몰려들어 몸싸움이 벌어졌다. 재판장인 강 부장판사는 공판 시작에 앞서 “(녹음이) 발각되면 바로 퇴정을 명하겠다”며 방청객을 대상으로 이례적인 경고에 나서기도 했다.

백준무·안경준 기자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