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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MB는 천안함, 文은 4∙3에 5∙18…전직 대통령들 공개행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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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전직 대통령이 10여일 간격으로 공개 행보에 나서면서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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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이 2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사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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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에 “제주 4·3을 앞두고 한강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었다”고 썼다. 해당 소설은 작가 한강이 2021년 발표한 소설로, 4·3 유족의 상처를 다뤘다. 문 전 대통령은 “그 아픔을 드러내는 것이 문학적 감수성이라면, 그 위에 치유를 위한 정치적 감수성이 더해져야 한다”며 “더 이상 이념이 상처를 헤집지 말기를 바란다. 4·3의 완전한 치유와 안식을 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오는 3일 제주를 방문할 계획이다. 그는 지난해 임기 중 마지막으로 참석한 추념식에서 “5년 내내 제주 4·3과 함께 해왔던 것은 제게 큰 보람이었다. 언제나 제주의 봄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일정을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가시더라도 공식 추념식에 참석하지는 않으실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같은 날 제주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할 계획이어서, 당내에선 “자연스럽게 지도부와 문 전 대통령이 만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다만 당 지도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그런 일정을 조율한 건 없다”며 선을 그었다.

문 전 대통령은 다음 달엔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에 맞춰 광주도 방문할 예정이다. 최근 양산 사저를 방문한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2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 전 대통령이) 행사장까지는 안 가시더라도 (광주에) 가신다. 그리고 의사 표명을 하실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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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이 22일 사면 후 첫 공식 일정으로 제8회 서해수호의 날을 앞둔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46용사합동묘역을 참배한 뒤 묘역을 둘러보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현충탑에 참배에 이어 천안함묘역과 한주호 준위 묘소, 제2연평해전 전사자 묘역, 연평도 포격전 전사자 묘역을 각각 찾아 참배하고 전사자들을 추모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신년 특별사면으로 사면된 뒤 이 전 대통령의 첫 공식 일정이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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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보수 진영에선 지난해 말 특별사면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행보에 시선이 쏠린다. 이 전 대통령은 서해수호의 날(24일)을 이틀 앞둔 지난달 22일 대전 국립현충원을 찾아 천안함 46용사 묘역과 제2연평해전 전사자 묘역 등에 참배했다. 그는 “이제라도 찾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며 “우리나라가 이들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최근 여권 인사들이 잇따라 논현동 사저를 방문하면서 이 전 대통령의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 전당대회 기간 두 차례 이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했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취임 일주일째인 지난달 15일에도 논현동 사저를 찾았다. 윤상현·태영호 의원 등도 전당대회 기간 논현동 사저 방문 사실을 공개했다. 1월 3일에는 MB정부 출신 인사들이 대거 이 전 대통령을 찾아 신년인사회를 열었다.

두 전직 대통령의 행보에 정치권 해석은 엇갈린다. 이 전 대통령의 경우 윤석열 정부에서 MB정부 출신 인사들이 다수 중용된 데다, 여권에서 MB정부에 대한 재평가도 이뤄지고 있어 정치적 위상이 높아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현 정부가 북한에 단호한 대처를 강조하는 만큼, 이 전 대통령의 현충원 참배가 “정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반면 문 전 대통령의 행보를 바라보는 야권의 시선은 복잡하다. 최근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라인 출신 인사들이 잇따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만큼, 문 전 대통령이 여권을 겨냥해 4·3과 5·18을 찾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박지원 전 원장은 통화에서 “정부·여당이 입만 열면 ‘문 전 대통령 잘못’이라며 잠자는 호랑이 꼬리를 밟는데, ‘가만히 계시면 안 된다. 말씀하시라’고 조언 드렸다”고 전했다.

야권 내부에선 “총선을 앞두고 문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문 전 대통령이 여전히 진보진영에서 두터운 지지층을 갖고 있는 만큼, 총선을 앞두고 당 주요 인사들이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 출신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의 스타일상 정치권에 소환되는 것을 굉장히 경계하실 것”이라면서 “정치권에서 계속 문 전 대통령의 말을 옮기는 모습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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