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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단독] 학폭 가해 학생, 학생부 기록 남을까 ‘처분 무효’ 소송했다가 ‘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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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하면 가해 기록 없어지는지 몰라 소송비만 사용

학교폭력 가해학생이 학생생활기록부의 ‘학폭 기록’을 삭제하려고 변호사를 선임, 교육청을 상대로 행정 소송을 냈다가, 재판부의 소 각하로 뒤늦게 가해 기록이 남지 않는 사실을 알게돼 소송 비용과 시간만 사용하게 됐다. 변호사를 선임하고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가해학생 측은 학폭 기록이 남지 않은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불필요한 소송이 7개월간 진행됐다는 의미다.

세계일보

울산지방법원 청사.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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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법 제1행정부(부장판사 이수영)는 미성년자 A군의 부모가 울산의 한 교육지원청을 상대로 제기한 학교폭력 가해학생 처분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의 소를 각하하고, 소송 비용을 원고측이 부담하라고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판결문 등을 종합하면, 학폭 기록 삭제 관련 해당 소송의 사연은 이랬다.

울산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던 A군은 2∼5학년동안 같은 반이었던 다른 학생을 ‘장애인’이라고 놀리거나 자신의 쓰레기를 대신 치우게 하고, 과학실험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등 따돌렸다. 피해 학생의 부모가 이 사실을 알게 돼 학교폭력으로 신고했고, A군은 2021년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 통보돼 ‘서면사과’ 처분을 받았다. 피해학생에게 서면 사과문을 내라는 ‘1호 처분’이었다. A군은 서면 사과문을 낸 뒤 같은 해 8월 경남 한 도시의 학교로 전학했고, 올해 2월 졸업했다.

A군 측은 변호사를 선임해 지난해 8월 소송했다. 피해 학생이 주장한 학교폭력 행위가 광범위하고, 추상적이며 학교폭력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 A군이 상대 학생에게 “다른 친구가 너와 절교하고 싶어한다”는 취지의 문자를 보낸 내용은 학폭위에서 사전 통보를 하지 않아 방어권을 침해했다고도 변호사를 통해 항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군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군이 학교를 졸업하면서 A군에 대한 처분의 효력이 소멸해 소송을 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는 가해학생이 졸업 등으로 해당 학교 학생 신분을 상실하게 되면 해당 학생에게 내려졌던 처분의 효력도 소멸한다고 돼 있다. 또 초·중등교육법은 가해학생이 처분을 받으면 그 내용을 학생생활기록에 적어야 하지만, A군이 받은 1호 처분 등은 학생의 졸업과 동시에 삭제하도록 하고 있다. 불필요한 소송이 진행된 배경이다.

재판부는 “A군의 학생생활기록에는 학폭 사건 처분에 대한 내용이 졸업과 동시에 삭제돼 남아있지 않다”며 “처분 무효확인 소송으로 회복되는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군 측이 신고 사실 대부분을 부인하거나 기억하지 못한다고 응답하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을 위해 심의위원들이 반복 질문을 한 것으로, 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방어권 침해 등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그 외 신고사항 역시 상대학생과 관련 학생들의 진술 등을 근거로 학폭으로 인정된 것을 알 수 있고, 그 과정에 별다른 위법사항도 없다”며 “A군 측의 주장이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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