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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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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에 가려진 애절한 사랑…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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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13년 만의 한국어 공연…매력적 넘버에 돋보이는 무대·의상

조승우·김주택·전동석 유령役…명품 연기 돋보여

뉴스1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공연 사진. 유령 역의 전동석과 크리스틴 역의 송은혜. (에스앤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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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스1) 조재현 기자 = 무대는 파리 오페라 하우스의 기념품 경매장. 바닥에 널브러졌던 웅장한 크기의 샹들리에가 모습을 드러내자, 경매 참가자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과거 이 극장을 화려하게 빛내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추락해버린 수수께끼 같았던 샹들리에.

경매사가 전기 장치를 연결하자 귀에 익은 강렬한 음악과 함께 샹들리에에 불이 켜지기 시작한다. 샹들리에가 이 장면을 지켜보던 관객들의 머리 위를 지나 천장에 매달리면, 무대는 오페라 '한니발'의 리허설이 한창인 19세기 말 파리 오페라 하우스로 관객들을 데려간다.

13년간의 갈증이 시원하게 씻긴다. 2009년 이후 다시 한국어 공연으로 관객들과 만나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얘기다. 지난달 31일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관람한 '오페라의 유령'은 매력적인 넘버와 눈을 뗄 수 없는 무대 장치, 화려한 의상, 배우들의 명품 연기로 지친 마음에 충분한 보상을 줬다.

'오페라의 유령'은 뮤지컬계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매혹적인 선율과 해롤드 프린스의 연출, 질리언 린의 안무, 마리아 비욘슨의 무대 디자인 등이 빚어낸 명작이다. 1986년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한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1억450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흉측한 얼굴을 마스크로 가린 채 극장 지하에 숨어 사는 천재 음악가 '유령'과 프리마돈나 '크리스틴', 그리고 귀족 청년 '라울'이 벌이는 사랑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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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공연 사진. 유령 역의 전동석과 크리스틴 역의 송은혜. (에스앤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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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유령 역과 크리스틴 역은 전동석과 송은혜가 각각 맡았다. 데뷔 시절부터 유령 역을 꿈꿨다는 전동석은 광기와 분노, 질투, 외로움 등이 혼재된 유령의 감정을 섬세하게 풀어놓는 동시에 출중한 노래 실력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천장에 설치된 조각상에 숨어 크리스틴과 라울이 사랑에 빠지는 것을 지켜보거나 작품 막바지 크리스틴에게 자신을 선택할 것을 강요하다가 떠나보낸 뒤 흐느끼는 모습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성악을 전공한 송은혜는 청아하면서도 힘 있는 고음으로 사랑스러운 크리스틴을 무대 위로 소환했다. 라울 역의 황건하까지 이들 세 주인공은 '오페라의 유령' '바람은 그것뿐' '생각해 줘요' '밤의 노래' '돌아갈 수 없는 길' 등 주옥같은 넘버를 훌륭하게 소화했다. 공연이 끝난 후 이들 넘버가 한참 동안 입에 맴돌 정도였다.

전동석과 함께 부산 공연에서 유령으로 무대에 오르는 조승우와 김주택 역시 자신만의 매력을 발산한다는 후문이다. 손꼽히는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조승우는 그간 쌓아놓은 연기력을 바탕으로 처연한 유령을 풀어놓고, 유럽에서만 400회 이상 오페라 무대에 선 김주택은 첫 뮤지컬임에도 자신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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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공연 사진. (에스앤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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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오리지널 디자인과 규모를 반영한 무대 세트, 소품 등도 매력적이다.

특히 작품의 상징과도 같은 1톤에 달하는 샹들리에가 천장에서 객석 위로 아찔하게 추락하는 순간엔 짜릿함이 느껴진다. 또 자욱한 안개가 깔린 뒤 솟아오른 촛불 사이로 유령과 크리스틴을 태운 나룻배가 등장하는 지하 호수 장면, 2막을 여는 화려한 가면무도회 등은 명불허전이다.

유령이 나타났다가 불꽃과 함께 사라지거나 유령의 목소리를 사방에서 차례로 울려 퍼지게 한 음향 연출은 유령의 존재감을 더욱 생생하게 만든다. 치밀한 고증을 거쳐 완성한 220여벌의 의상 역시 작품에 빠져들게 하는 요소다.

지난달 30일 막을 올린 부산 공연은 오는 6월18일까지. 유령 역에 최재림이 합류하는 서울 공연은 7월14일부터 샤롯데씨어터에서 관객과 만난다.

cho8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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